국립아시아문화전당(ACC)에서 첫 개최된 현대도예 전시 <길 위에 도자>가 지난 4월, 막을 올렸다. 자기는 세계 최초로 중국에서 시작해 한국, 베트남 그리고 일본에서 제작되어 아시아의 전통적 유산으로 여겨져 오며, 그 매체적 상징성으로 아시아를 내재한다. 한국에서는 10세기 고려 시대부터 최첨단 기술로 제작된 고려청자를 생산하였고 이후 분청사기, 조선백자를 거치며 현재까지 유구한 도자의 맥을 이어오고 있다. 유럽에서는 18세기에서야 도자기를 만들 수 있었던 사실을 감안하면 동아시아의 도자 역사가 매우 뛰어난 기술과 역사를 가지고 있음을 다시 한 번 상기하게 된다.
이러한 도예문화는 인류의 역사적 이동에 따라 전 세계로 확산되어 아시아 외부에서도 새로운 도자의 지형들을 활발히 빚어내고 있다. 이는 특히 인종과 문화의 융합이 활발히 일어나는 미국에서 다양하게 재해석되며 전개되고 있다. 미국은 도예의 현대화가 가장 먼저 시도된 곳이다. 제2차 세계대전 후, 전쟁의 주요 중심지였던 유럽보다 상대적으로 피해가 적었던 미국으로 도예가들과 이론가들이 모이기 시작했고 자연스럽게 도예에 관한 활발한 논의와 담론이 생성되며 오늘날의 도예 생태계를 구축했다.
아시아에서 뻗어 나간 도자가 다른 대륙으로 이주해 뿌리내린 양상은 마치 ‘도자가 이주한 것’과 같은 관점을 시사한다. 그리고 도자의 이주는 곧 인류의 이주 역사로 연결된다. 사람이 길을 떠나 이동하는 과정에서 도예 문화와 기술도 퍼져나갔다. <길 위에 도자>는 인류의 삶에서 불가분의 관계에 있는 ‘이주’라는 현상을 통해 아시아 외부의 현대도예를 읽어보는 시도이다.
참여 작가 4인 스티븐 영 리(한국계 미국인), 린다 응우옌 로페즈(베트남/멕시코계 미국인), 세 오(한국계 미국인), 에이미 리 샌포드(캄보디아계 미국인)는 이민 2세대 혹은 입양과 같은 다양한 이주 배경을 갖고 있다. 전시는 작가의 개인적 이주 서사에서 출발해 삶의 경험으로부터 빚어진 이주의 흔적을 살펴본다. 이러한 배경에서 이들의 작품은 문화적 충돌과 그에 따른 정체성 탐구의 맥락에서 발현되었다는 특징이 있으며 아시아 내에서 발현된 도자예술과는 구별되는 이야기를 펼쳐 낸다.
스티븐 영 리는 미국을 기반으로 활동하는 한국계 미국인 도예가이다. 한국계 이민 2세대로서 장소와 소속에 대한 질문에 직면해 왔다. 서양 교육 체계 안에서 아시아 도자를 공부하고 기술을 연마하였고, 특히 문화적 영향을 발생시키는 원천에 관심을 가지며 탐구해 오고 있다. 작가는 2006년부터 2022년까지 미국의 대표 도예 레지던시 기관인 헬레나 아치 브레이 도자 재단Archie Bray Foundation의 아트 디렉터를 16년간 역임했다. (중략)
린다 응우옌 로페즈는 베트남/멕시코계 미국인으로서의 정체성을 탐구하여 도자에 녹여 낸다. 작가는 주변의 사물을 통해 베트남인 어머니와 소통했던 경험에서부터 출발하여 일상의 사물들을 의인화한 도자 조각들을 제작한다. 이러한 경향을 대표적으로 나타내는 「털북숭이」 연작은 청소 걸레의 먼지, 옷의 보풀 등 아주 작은 사물에 집중한다.
세 오는 미국을 기반으로 활동하는 한국계 미국인 도예가이다. 그는 인천에서 태어나 생후 9개월에 미국 테네시주로 입양되었다. 이러한 배경은 작가가 자신의 뿌리인 한국과의 연결점을 만들고자 하는 강한 동기로 작용하며 작업 세계 전반을 관통한다. 세 오는 자신의 정체성을 탐구하는 과정에서 자연의 모티프들에 관심을 갖는다.(중략)
에이미 리 샌포드는 미국을 기반으로 활동하는 캄보디아계 미국인 현대 미술 작가이다. 캄보디아 프놈펜에서 출생했지만, 1970년대 크메르 루주 정권으로 발발한 킬링 필드로 인해 어렸을 때 미국으로 입양되어 성장했다. 캄보디아 이주민 작가로서, 집단 트라우마와 치유를 작업의 주요 주제로 다룬다. 에이미 리 샌포드는 캄보디아인의 정체성을 캄보디아의 역사적 사건에 영향 받은 개인의 삶을 통해 보고자 했다. 샌포드는 캄보디아의 흙으로 빚은 도기들을 깨트리고, 이를 다시 실로 이어 붙이는 퍼포먼스 작품을 해 왔다.
-------------이하 생략
<본 사이트에는 일부 내용이 생략되었습니다. 자세한 내용은 월간도예 2024년 6월호를 참조 바랍니다. 정기구독하시면 과월호 PDF를 다운로드하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