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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24.06월호 | 전시리뷰 ]

전통과 추상의 경계를 넘어
  • 조민주 미술사학자, 덕성여자대학교 연구교수
  • 등록 2024-06-28 16:38: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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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김진규 <무한한 확장>
  • 5. 15. ~5. 26. KCDF 갤러리

김진규의 작품을 가득 메운 ‘인화문’은 그의 도자예술을 구성하는 중추적인 언어이자 ‘전통과 현대’, ‘자아와 자연’을 잇는 시지각적 도구이다. 김진규의 창작 여정도 어느덧 중반을 넘어서는 시점에 그의 작품에서는 과감한 실험과 전환이 진행되고 있어 매우 주목할 만하다. 누구보다 더 전통적 기법으로 현대도예 창작에 매진했던 작가는 2019년부터 분청인화문 작품의 매체적, 도상적 특성을 적극적으로 해체하고 도예를 넘어 조각과 회화로 창작의 영역을 확장하고 있다. 가마에서 소성된 캔버스와 타일에 전통 문양을 독립적으로 배치하거나 기존에 사용하지 않던 비정형적 기형을 선보이면서 전통적 도자 재현에서 벗어나 다양한 시도를 하기 시작했다. 특히 2019년 제작한 「분청인화문장신호」와 「달항아리」 시리즈에서는 전통분청공예에서 보이던 ‘물고기’, ‘꽃’ 등의 문양은 줄어들고 오롯이 ‘점’과 ‘색’을 사용하면서 추상적이고 미니멀한 구성을 선보였다. 2023년 영월의 아트마이닝 갤러리에서 소개된 「Dot Series-Blue」부터는 현대적 감각의 파란 점을 인화문이 가득한 태토 위에 그려내면서 ‘점-선-면’을 근간으로 하는 현대추상예술 영역으로의 확장을 과감히 보여줬다. 「Dot Series-Blue」의 분청사기 표면에는 인화문을 촘촘히 찍고 전통분청예술에서는 사용하지 않는 현대적 감각의 ‘파란 점’들을 과감한 붓질로 반복적으로 그려냈다. ‘인화문’과 반복적으로 그려 낸 ‘파란 점’의 조화와 대비를 통해 ‘전통과 현대’의 긴장된 만남을 보여주었다.

기존 분청도예 창작의 장식적 목적성을 과감하게 벗어던지고 기하학적인 점 혹은 회화적 붓질로 구성하는 새로운 전환을 선보였다. 작품의 기형에서도 파격적 행보가 보이는데 주둥이가 없는 편병이나 서구식 기형인 스툴, 초대형 크기의 항아리 등을 선보이며 도자예술의 조형성을 배가시켰다. 특히 김진규 작가의 작품은 실제로 봤을 때 상당한 괴량감을 갖고 있는데, 부드러운 흙이 강한 불로 소성되면서 형성된 무게감은 도예 작품의 물성적 미학을 강화하는 효과를 가져왔다. 최근 들어 더 집중적으로 도자에서의 ‘점’과 ‘색’을 탐색하는 김진규의 작품은 도예의 현대적 의미를 작품의 제목처럼 ‘무한히 확장’하는 듯하다. 인화문과 추상의 점들로 구성된 김진규의 작품은 도예인지 조각인지 혹은 회화인지 이제 하나의 영역에서 규정하기 힘들어졌다. 이는 매체적으로는 여전히 분청사기 제조의 기법을 고수하면서 조형적인 면에서는 현대미술의 언어를 적극적으로 차용하는 융합적 모습을 보여준다. 이러한 창작의 과정은 전통분청예술과 현대조각 사이에 존재하는 근원적 문제에 대한 고찰이며, 두 영역에서 절대적 위상을 가진 ‘점’과 ‘색’의 구성 언어를 통해 예술의 문제를 해결해보려는 시지각적 호환에 대한 실험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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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 사이트에는 일부 내용이 생략되었습니다. 자세한 내용은 월간도예 2024년 6월호를 참조 바랍니다. 정기구독하시면 과월호 PDF를 다운로드하실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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