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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24.05월호 | 칼럼 ]

[소소담화29] 적정기술 그리고 센노 리큐의 화경청적의 정신
  • 홍지수 공예평론, 미술학박사, 크래프트믹스 대표
  • 등록 2024-06-04 13:57:09
  • 수정 2024-07-15 16:4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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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논단-소소담화 29

최근 유행하는 다실茶室을 비롯해 사사로운 찻자리에서 사용하는 도구, 인테리어 등을 보면 해외에서 들여온 것이 많다. 일본은 잡다한 것을 정련해 세련된 스타일로 보여주는 데 능통한 나라이고, 중국은 화려함과 대륙의 격조가 웅장하니, 자유로운 유통 확대에 힘입어 다양한 니즈를 충족하려는 국내 차인들의 취향에 이들의 찻자리 사물이 부합하는 측면이 크다. 최근 한국 차 문화의 또 다른 특징은 소수의 애호인에서 커피 대신 새로운 음료와 문화를 찾는 젊은이들로 저변이 넓어지고 있다는 점이다. 차 도구를 만드는 공예가들, 차업 종사자들도 대거 세대교체가 이뤄졌다. 차인茶人이 많아지고 시장이 커지면서 세련되고 독특한 다구茶具, 차 액세서리를 찾는 이들이 많아졌다. 아쉽게도 국내에는 일본, 중국, 한국의 차 문화를 제대로 이해하고 구별해 물품을 제작하는 작가들이 적다. 대학 및 대학원에서 공예를 배운 만큼, 조형과 병행하는 이들이 많아 차 도구만을 전문적으로 연구하며 제작에 매진하는 이가 드물다. 차 관련 사업자들도 취미가 사업으로 발전한 이들이 많아, 제작자가 만든 물품을 제대로 평가하거나 조언하는 이가 드물다. 현재 시장은 공급보다 수요가 크니, 웬만하면 예쁨에 품질의 조악함을 눈 감는 일이 종종 일어난다. 물건의 외양은 세련되고 감성은 있는데, 기능은 부족하고 세부 만듦새는 조악한 슬픈 상황을 자주 목격한다. 찻자리 사물은 일상 생활기와 다르다. 기능 이외에 차인이 추구하는 정신과 취향을 기물에 반영하길 요구한다. 이는 일본 차 문화의 영향이 크다. 일본 차 문화의 원류를 연 것은 센노리큐千利休1522-1591이다. 그는 일본 전국시대와 아즈치·모모야마 시대에 활동한 다인茶人으로, 일본 다도의 한 양식인 와비차わび茶사상을 확립하고 다구와 다실 구조를 디자인하는 등 참선과 다 법을 조화시켜 일본의 다도를 정립하고 완성했다. 그는 센고쿠 시대 장군 오다 노부나가織田信長의 눈에 띄어 지원을 받았다. 노부나가 사망 이후에는 도요토미 히데요시豊臣秀吉의 다도 자문이 되었다. 빨간색과 황금색 같은 사치스럽고 화려한 것에만 관심을 가지는 히데요시에게 그는 검은 도자기를 권하고 꾸짖어 주군의 심기를 불편하게 했다. 결국 그의 노여움을 사서 할복 명령을 받아 자결했다.

후일 센노리큐의 정신과 발상, 사물과 인간, 사회 전반, 세계를 바라보는 눈은 20세기 일본 민예 운동의 원천이 되었다. 리큐가 주창하고 민예 운동가들이 계승한 와비わび는 ‘검소하다’는 의미지만, 본질은 허례허식을 혐오하는 자기 경계와 수신修身이다. 현실은 정신의 발현이니, 리큐의 다실은 극도로 절제된 분위기를 갖추고 다구와 가구는 검박해야 했다. 화훼는 수수하며 자연을 안으로 들이되 훼손하지 않는 절제미와 기술을 요구했다. 벽에 거는 그림은 지나치게 화려하거나 장대하면 분위기를 압도하고 눈을 현혹하여 차를 통해 마음을 들여다보는 일을 해치므로, 적당한 크기와 절제된 수법 그리고 다실 내 다른 요소 간 조화로움이 요구된다. 이것은 멋진 다실 인테리어와 좋은 다구, 액세서리를 갖추고 소유하는 것보다 중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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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 사이트에는 일부 내용이 생략되었습니다. 자세한 내용은 월간도예 2024년 5월호를 참조 바랍니다. 정기구독하시면 지난호 보기에서 PDF를 다운로드하실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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