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간에게 지구는 우주의 신비만큼이나 무한하고 영원하다. 지구 안에서 다양한 생명체들은 서로 상생하고 공존하며 그동안의 역사를 만들어 왔다. 이런 유구한 역사 속에서 인간이 행할 수 있는 가장 원초적인 예술표현의 대상은 지구 속 사물이었다. 모든 미적 형태의 다양성은 그 안에서 기인한다고 할 수 있다. 박정근 작가는 이번 전시에서 지구와 곤충이라는 소재를 사용했다. 인간이 가진 감정과 인식을 작품에 담아냈다.
곤충을 바라보는 인간의 감정
박정근 작가의 개인전
작가는 지구라는 형상을 항아리로 표현했다. 그리고 그 위에 사마귀, 나비, 벌 등 우리 주변에서 흔히 볼 수 있는 곤충들의 형상을 올렸다. 그런데 왜 하필 곤충일까? 진화론에 따르면 지구에는 하나의 세포로 이루어진 최초의 생물을 시작으로 이후 수십억 년 동안 다양한 생물들이 지내 온 터전이다. 멸종과 진화를 거듭해 지금의 생명체들이 자리를 잡았고, 인간도 그렇게 살아남은 생명체 중 하나이다. 인간은 다른 종에 비해 월등히 진화했고 사회를 이뤘다. 또한 이성적 사고를 통해 다른 종들을 구분 지었다.
인간의 기준으로 해가 되는 생명체와 도움이 되는 생명체를 나눴다. 그리고 해가 되는 생명체는 되도록 멀리하고 주변에서 없애기로 했다. 혐오스러운 생명체로 정의한 것이다. 작품에 같이 등장한 곤충은 이런 ‘혐오’의 감정에 관련한 표현이다. 작품에는 친근하게 느껴지는 곤충과 혐오스러운 곤충이 뒤섞여 지구와 함께하고 있다. 사람에게 혐오의 감정이란 무엇일까? 또 어떻게 만들어진 것일까? 박정근 작가는 이렇게 말한다.
“혐오의 감정은 본능적이기보다 교육된 감정에 가깝습니다. 인간이 생존을 위해 교육해 온 감정이라고 볼 수도 있지만 반드시 이에 상응하지는 않습니다. 명백하게 위험한 대상이 아니라도 혐오의 감정은 발동되고 이를 기반으로 대상을 분리합니다. 곤충은 인간의 공간에서 배제되는 가장 대표적인 대상이기도 합니다.”
박정근 작가에게 곤충은 혐오를 기반으로 한 배타적 대상을 상징한다. 그리고 이런 인간의 감정을 “학습을 통해 만들어진 것”이라고 말한다. 어린아이가 곤충을 대하는 태도와 성인이 곤충을 대하는 태도가 확연하게 다른 것이 그 예라고 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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