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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24.05월호 | 작가 리뷰 ]

정나영 - 흙의 퍼포먼스, 박제가 된 천재 벗어나기
  • 차윤하 기자
  • 등록 2024-06-03 13:41: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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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소유된 시간Fully Owned>
  • 3. 20. ~4. 20. 크래프트 온 더 힐

작가 정나영은 도자의 한계를 벗어나고자 시도한 실험의 결과물로서, 완성된 작품의 의미보다 창작의 행위에 주점을 둔다. 즉 창작의 과정에서 형태의 아름다움이 탄생하는 것이 아니라 과정 자체가 예술적 가치로 전환되어야 한다는 개념미술이다. 작가의 작품은 프로세스의 예술적 가치가 도자 작품의 형태미를 대체할 수 있다는 가능성에서 출발한다. 불완전한 자기 내면에 대한 탐구와 기록들로 작가는 자기 삶의 흔적을 여과 없이 반영하는 방식으로 관객들과 소통을 시도한다.

정나영은 거주지 변화에 따라 겪게 되는 일 또는 문화적 고립 등을 ‘사건’의 맥락에서 조명하는 방식으로 사회적 몸이 겪게 되는 불안정한 심리를 다뤄 왔다. 미국과 영국 등 국외를 중심으로 활동해 온 그는 오랜 시간 세계 곳곳을 돌아다니며 개인이 겪은 문화적 고립과 충돌의 문제를 인류 공동의 터전인 흙이라는 매개를 통해 탐색했다. 흙과 신체는 작가 자신과 관객을 연결하는 매개체이자 그 자체로 의미를 생성한다. 따라서 작가에게 흙은 신체 이미지가 투사되는 스크린이자, 이미지를 발생시키는 정치적인 장소가 된다. 퍼포먼스 현장에 허용된 점토를 소재로 다룬 까닭에 전시품이 아닌, 퍼포먼스가 이뤄지는 시간 동안 오가는 즉흥적인 반응은 일정 시간 동안 하나의 예술 작품을 완성시킨다.


개인전 <소유된 시간>

작가는 사건의 맥락을 펼치는 실마리로서 자기 발을 조명해 작품을 다뤘다. 이번 전시에선 타자의 손을 매개로 하는 작품을 선보였다. 관객 참여형 퍼포먼스 「온기를 담은 시간」은 멈춤과 움직임이 키워드였던 지난 퍼포먼스에서 일관된 목소리로 전해온 ‘여기 내가 존재한다’에서 나아가 타자의 존재 인식을 확인할 수 있다. 입장한 관객은 입실 시간을 적게 되며, 용기에 담긴 한 덩어리의 점토를 손으로 쥘 수 있을 만큼 떼어내 쥐도록 안내받는다. 전시를 관람하며 온전히 자신의 온기를 전달한 느낌이 들 때까지 손에 쥐고 있기를 요청받게 된다. 전시를 관람하다가 점토가 자신의 체온과 동일하다고 느낄 즈음 전시장의 지정 장소에 놓아 둔다. 점토가 손에서 분리된 시각을 입실 시간 옆 란에 기입한다. 

손에 허용된 한 움큼 쥘 수 있는 요량의 점토는 데우기까지 얼마큼의 시간을 들여야 할까. 지정 장소에 떨어뜨려진 점토 뭉치는 쥐는 정도, 힘에 따른 각기 다른 덩어리로 참여자들의 온기가 전사된 것이다. 흘러가는(가역적) 시간을 움켜쥐려는 행위는 움켜쥔 손자국 형상을 통해 소유의 이미지가 부여된 상태로 다뤄진다. 서발턴(외국에서 타자로 지내는 이주민)으로서 작가의 경험과 위치는 행위 과정의 실재적인 시간과 현실의 시간 간의 괴리를 끌어 

안게 했을 것이다. 그 속에서 찾은 것은 내면에서 인지하는 자기만의 고유한 시간이지 않았을까. 가역적인 흐름을 온전히 내면에서 인지했다고 믿지만 점토를 지닌 기록을 마주하면, 점토를 쥐게 된 시각과 실재 세계와의 상호작용에 간극이 있다는 것을 알아차리게 된다.



-------------이하 생략

<본 사이트에는 일부 내용이 생략되었습니다. 자세한 내용은 월간도예 2024년 5월호를 참조 바랍니다. 정기구독하시면 지난호 보기에서 PDF를 다운로드하실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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