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통과 연결의 앤솔러지
모든 존재는 관계 속에서 완성된다. 풀 한 포기, 새소리 몇 움큼, 한 줌 달빛조차 이 땅에, 아니 이 우주에 독자적으로 존재하는 것은 없다. 그러나 오늘날 얼마나 많은 우리들이 무수한 관계 속에 빚어진 스스로의 존재에 대해 인식하며 살아갈까. 모니터 뒤로 숨어버린 얼굴들과 가려진 마스크 속에 오가는 피상적인 말들이 일
상이 된 지 오래다. 김영미의 작품은 한 편의 시와 가깝다. 달덩이처럼 둥근 구면球面에서 선과 선이 포개지며 무수한 점과 면을 만들어낸다. 누군가는 그의 작품에서 움트는 생명을 본다. 하늘을 향해 두 팔 벌린 여인
을 만난다. 흙과 대지, 자연을 느낀다. 서로를 맞잡은 손과 체온이 더없이 절실한 시대, 김영미는 소통과 연결의 언어를 빚는다. 화가였던 그가 도예가로 전향한 것은 우연한 기회에 접한 흙 작업을 통해서다. 흙이 주는 푸근함과 안정감에 이끌려 시작한 도예작업이 올해로 26년째. 올 가을 오랜 기간 떠나 있었던 고향, 강원도
양구에서 그녀의 예술 세계를 펼쳐 보인다. 김영미의 작품은 공간을 점유해 잠식하는 것이 아니라 일종의 파
동처럼 공간과 공명하여 하나의 풍경으로 인식되곤 한다. 그것은 작가가 인식하는 작업의 본질과 맞닿아 있다. 작가에게 작품은 관계 맺음이자 심연深淵의 표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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