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요한 천지에 내려앉은 둥근 빛
글_손병철 철학박사, 시인 사진_이학천 제공 / 전경 사진_편집부
희고 둥근 달항아리는 조선의 마음이다. 조선인의 심물인 것이다. 마음달心月이 밝고 둥글지 않고는 빚어 낼 수 없는 환한 빛과 달 모양의 아름다운 그릇이다. 흰옷 입고 살아온 백성들의 소박한 희망이 담긴 그릇이 곧 달항아리이다. 달항아리는 백학이 날개를 접고 내려앉은 듯 은은한 기운을 담고 희게 빛난다. 초정 김상옥1920-2004 시인은 ‘백자부白瓷賦’에서 우리 백자의 고결하고 순박한 지조를 시각적 이미지와 역설적 표현을 통해 전달하고 있다. 문경 ‘소창다명小窓多明’문화공간에서 감상할 수 있듯 초정은 백자와 달항아리를 다양하게 그리기도 했다. 달항아리 그림이라면 그 원조격인 수화 김환기1913-1974 화백이 떠오른다. 그의 초기 구상 작품에는 ‘백자송白瓷訟’ 그림이 말해주듯, 누구보다 달과 백자 항아리를 많이 그렸다. 구름과 학도 함께 그렸다. 그는 “나의 모든 선은 백자선에서 나왔다”고 선언했다. ‘달항아리’라는 명칭도 수화로부터 비롯되었다고 전해진다.
묵심명장은 달항아리 제작에 있어 인위적 불균형을 허락하지 않는다. 달항아리 전시를 기획하고 얼마 지나지 않아 필자의 벗인 옥광 시인으로부터 들은 “일부러 삐뚜름하게 만드는 도자기는 넌센스”라는 말을 전하자 묵심명장 역시 동감이라고 말했다. 그는 “불 속에서 자연스럽게 삐뚤어진 것은 어쩔 수 없지만 일부러 기형적인 형태를 만들어 거기에 미학적 어설픈 논리를 붙이는 것은 말장난에 불과하다”고 했다. 18세기의 조선백자 큰 항아리(‘대호大壺’라고 불렀음)는 중국 명대 초기 항아리 성형법을 도입한 것으로 접합부의 기술이 부족하여 굽는 과정에 갈라지거나 틀어지는 경우가 많아서 완전한 원형을 이루기 어려웠을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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