담을 수 없는 그릇
최유진 개인전 <아름답지 않은 것>
7.7.~8.8. 갤러리 CISO
흙으로 빚어 고온에 굽는 도자는 보기보다 약하지 않지만, 깨지 기 쉽다는 통념이 있다. 물렁한 흙덩어리에서 고밀도 광물질로 변하는 환골탈태의 과정은 그자체로 드라마틱하다. 완성된 작품이 작가의 마음에 들지 않는다고 과감히 깨버리는 모습 또한 도자예술에 대한 영웅적 이미지로 각인돼 있다. 인기 영화 『사랑과 영혼』 이래, 여성 도예가에 대한 이미지도 곱다. 하지만 인상과 실제는 많이 다르다. ‘아름답지 않은 것’이라는 부제를 건 이번 전시에서 작가가 깨고 싶은 것은 도자기나 그를 둘러싼 ‘아름다움’에 관한 것이다. 아름다움은 재현주의로부터 벗어난 현대미술에서 문제시됐던 관념이다. 오랜 역사를 가지는 도자예술 또한 기법 면에서 재현이 중요했다. 잘 만들어진 기器와 그위에 그려진 이미지 또한 동양화 기법과 관련된다는 점에서 ‘아름다움’의 기준을 충족시킨다. 하지만 ‘아름답지 않은 것’ 전은 그 아름다움을 깨고자 한다. 그것은 미학적으로 미를 극복하려했던 숭고를 생각하게 한다.
최유진의 작업에서 아름다움을 담은 도자기는 폭력적으로 부수어진다. 망치지도 않은 작품들에 마구 망치질하는 행위는 주변 사람들의 염려를 낳을 만하다. 작가가 빚은 청화백자는 아름답기에 깨짐 또한 아깝기 그지없다. 전시장 한켠에 깨기 행위를 동영상으로 보여주고는 있지만, 그것은 극적인 퍼포먼스가 아니라, 관객에
게 이번 전시의 작업 과정을 알려주기 위한 설명적 장치일 따름이다. 아름답고 섬세한 도자기를 망치로 박살내는 작가의 목표는 크지 않았다. 마음의 평온을 찾는 것이다. 놓아주는 것, 긴장을 풀어주는 것이다. 하지만 그것은 소박한 듯하면서도 큰 목표라는 역설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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