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pecial Feature-Interview
독창적인 새김의 미학
신경희
백자와 양각으로 인상깊은 차도구 작업을 보여주고 계신데요, 어떤 계기로 차도구를 시작하게 되셨는지요.
작업 방향성에 대해 고민하던 중 자연스럽게 차와 관련된 분야의 분과 인연이 닿았다. 평소 찻그릇 작업에 관심은 있었지만, 선뜻 시작하지 못했던 이유가 차를 가까이 두고 생활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차와 일상이 가까워지면서 궁금했던 부분들을 풀어가며 본격적으로 찻그릇 작업을 이어가게 되었다. 찻그릇은 조형미와 쓰임을 두루 갖춘 아름다운 공예품이다. 작가의 의도가 사용자의 시선과도 맞아야 하지만 사용하면서 불편함이 없어야 오래 곁에 두고 보며 제빛을 발휘할 수 있다. 그렇다고 해서 쓰임이 먼저 앞서서 작가의 생각이 흐려진다면 개성이 없는 그릇이 된다. 나만의 특색을 담아 쓰임이 좋은 찻그릇을 완성하기 위해 차 본연의 맛을 살려줄 수 있는 백자를 선택하고, 표면장식에 양각 기법을 응용했다. 지금은 돋을새김 이라는 조각기법을 접목시켜 완성도를 더해가고 있다.
나만의 차도구 작업 중 가장 특별한 것이 있다면 무엇인가요.
찻그릇을 만드는 과정에서 어느 것에 가장 우선순위를 두기보다 매 과정에 정성을 잃지 않는데 의식을 두고 작업한다. 흙과 유약, 제작기법 모두 하나를 완성해 가는 과정에 중요한 요소이기에 최종적으로 완성해야 할 형태를 생각하며 과정에 조화를 중요시한다.
여름 찻자리에 즐겨찾는 차와 차도구가 있다면 무엇인가요.
여름 찻자리에서는 주로 몸의 열기를 식혀줄 수 있는 백차와 녹차를 즐겨 마신다. 찻잎의 크기가 작은 녹차는 다관을, 찻잎이 큰 백차의 경우 주로 개완을 사용한다. 찻잔의 형태를 고를 때는 차의 온도를 적당히 식혀줄 수 있는 높이가 낮고 지름이 넓은 잔을 여름 잔으로 선호하기도 하지만, 차에 따라 따뜻한 온도를 유지하고 향을 모아 줄 수 있는 좁고, 작은 잔을 선택하기도 한다. 혼자 마실 때와 둘이 마실 때 혹은 여럿이 마실 때를 고려해 찻그릇의 종류와 크기를 선택하는 것을 더 염두에 두고 있다.
제작자 입장에서의 애정하는 차도구와 사용자 입장에서의 즐겨쓰는 차도구를 비교했을 때 차이가 있다면 무엇인지요.
작업자가 평소 일상에서 차를 즐기다 보면 사용자의 입장과 크게 분리되지 않고, 서로의 선호가 맞는 찻그릇이 완성될 수밖에 없다고 생각한다. 사용자가 작가의 작품을 선택할 때는 그 작업자의 생각과 의도를 함께 고려한다. 작가의 온전한 색이 묻어나고 쓰임이 좋다면 공통 분모가 같아질 거라 본다. 나의 작업 중에 애정하며 사용하는 찻그릇으로는 보듬이가 있다. 보듬이는 ‘두 손으로 보듬어 안는다.’ 의미로 형태가 둥글고 굽이 없는 형식의 찻그릇이다. 차를 담아 두 손으로 감싸 안고 차를 마실 때 온전히 나에게 집중하는 시간을 보낼 수 있다. 형태에 꽃을 새길 때, 차 마시는 이가 차의 향인지 꽃향기인지 알아차릴 수 없을 정도로 아름다운 꽃을 새겨 넣으라고 하셨던 스승의 가르침을 되새기며 작업을 이어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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