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pecial feature
도자기를 이용한 차도구의 문화적 부흥을 위하여
토박이 차와 우리 그릇
글·사진_정소암 차연구가, 찻잎마술 대표
다양성이라는 포장으로 전통 차와 정통 차가 변질되고 있다. 차를 빚는 모양새는 물론 분류법도 희한하다. 변화와 변질은 엄연히 다르다. 변화는 근본은 그대로 두고 겉모양새나 곁가지가 새로 더 붙여지는 이미지라면 변질은 근본이 무너지고 쓸모없게 되는 이미지다.
얼마 전 전통성을 담은 홍차에 관한 『잭살학개론』을 출간했다. 사뭇 시골스러움이 가득한 글이지만 우리 차의 정통성을 바탕에 두자는 내용이다. 지리산 토박이의 지극히 주관적이고 외골수적인 외침을 담았다. 보수적인 내용이다 보니 반대의 의견도 많을 것임에 아무에게도 책을 돌리지 않았다. 우리 차에 관한한 내 길을 간다는 뜻이다. 우리 차의 우열을 가린다면서 중국차 잣대를 들이대어서 품평을 하는 우스꽝스런 작태는 그만 보고 싶다. 품평대회에 참가하는 업체나 심사하는 단체나 이제나저제나 바뀔 때가 된 듯하지만 아직 하 세월이다.
차방은 어떤가? 우리 차를 빚는 사람들이 온통 중국 차 그릇에 차를 우리고 있다. 보이차도, 청차도, 녹차도 구분이 없다. 중국 사람들은 녹차류는 유리컵에, 청차나 꽃차류는 개완, 보이차는 자사호에 우린다. 보이차는 자사호에 우리긴 하던데 보통 유리그릇이나 개완에 차를 우려서 내어 준다. 개탄할 일이라면 지나친 생각일까? 이번 책에 우리 차는 우리 그릇에 우려먹자고 당부를 했지만 소용없다는 것을 잘 안다.
얼마 전 중고거래 사이트에 접속을 했다가 놀랐다. 고인이 된 명장들의 차 그릇이 많이 풀려 있었다. 이천, 문경, 양산, 강진 등 이름만대면 존경의 대상이던 분들의 그릇이었다. 30년 전 쯤, 그 분들이 돌아가시면 그릇 값이 어마어마하게 오를 것이라는 명분으로 차인이라면 가마 문 여는 날을 기다려 아귀다툼하듯 그릇 쟁탈전을 벌였을 정도였다. 아직도 그런 지난날 흑백그림들이 영상처럼 떠오르는데 귀하고 아름다운 그릇들이 중고 시장에 기웃거리고 있었다. 30년 전의 금액보다 더 저렴하게........차를 좋아하고 차 그릇을 좋아하는 내게는 충격이었다. 나는 아직도 내 자식들과 손자, 손녀들에게 남길 차 그릇들을 수집 중이다. 한 때는 큰 방에 가득 했던 차 그릇을 도둑맞아서 몽땅 없어진 아픔도 있지만 차 그릇을 모으는 재미는 내가 나에게 선물하는 가장 큰 정신적 투기이다.
밥그릇이 없으면 국그릇에 밥을 담을 수 있다. 간장 종지가 없으면 소주잔에 장을 따를 수도 있고 물 잔이 없으면 밥그릇이나 국그릇에 따라 먹을 수도 있다. 그러나 차를 마시려면 반드시 차 그릇에 우려야 한다는 전제가 따른다. 차는 미세한 맛과 향으로 사람들의 오감을 자극하여 혼을 일깨워 주는 고도의 매개체이다. 그러다보니 다른 음식과는 차별화되었고 자기만의 그릇을 필요로 하며 신분상승이 되었다.
차는 2000년대에 들어서면서 미디어계의 홀로그램 같은 존재가 된 것이다. 그럼에도 왜 우리 차방에는 온갖 중국 차 그릇들이 뽐내고 있을까? 편리성? 저렴함? 아름다움? 견고함? 내 눈에는 그 어떤 것도 포함되지 않는다. 우리 차는 우리 그릇에 우려야 맛도 향도 좋다. 우리 차를 일본 그릇이나 중국 그릇에 마시는 차인들은 양심을 뒤로 숨겨야 한다. 보이차는 자사호에 마시고 영국 홍차는 유럽식 티팟에 마시는 것이 정석이듯 우리 차는 우리 그릇에 마시는 것이 차인들에게 마음의 법이 되었으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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