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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23.07월호 | 작가 리뷰 ]

나의 삶과 호흡하는 백자, 이정용
  • 편집부
  • 등록 2023-07-25 15:59:23
  • 수정 2023-07-25 17:32: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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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rtist of the the Month


나의 삶과 호흡하는 백자,

이정용

 

글_장남원 이화여자대학교 교수 사진_경기생활도자미술관 제공


이정용은 도자기가 근본적으로 왜 만들어지기 시작했는지, 그래서 도예가로서 자신이 어떤 맥락 위에 있어야 하는지 알고 있는 작가이다. 그래서인지 그의 백자에는 선뜻 손이 간다. 차를 마시거나 무언가 받쳐내며, 담아두곤 하는데, 내가 사용하든 누군가를 접대하든, 혼자이든 여럿이든, 먹고 마시는 순간을 도자기가 침범하지 않는다. 지나친 위용과 화려함으로 압도하지 않으며, 예상을 빗나가는 무게나 구조를 가지고 있지 않다.

우리 역사에서 자기 기술이 발달한 이래 중심이 되었던 것은 생활도자이다. 고려시대 청자의 위대한 명성에도 불구하고 그 시대 그것들은 죽그릇이고, 찻그릇이며, 술잔이자 향구香具였다. 때론 참기름이나 꿀을 담아 선물로 보냈던 용품이었다. 기와나 타일, 난간, 기둥의 장식은 물론이고 때론 불단의 예배상도 청자로 만들었다. 백자가 주류가 되었던 조선에서도 왕실부터 민간에 이르기까지 그 질과 조형의 차이는 있었지만 태어나 살고 죽는 모든 시간 속에, 그리고 그것이 상장례와 같은 의례이든 일상의 식사이든 기쁜 순간과 애도의 순간에 백자가 함께했다. 사용자를 따라 백자가 만들어진 것이다.

줄곧 백자에 전념해 온 그에게 있어 그가 조선시대 관요 백자의 실물과 유적을 수년 동안 체험했던 일은 예사로 넘길 수 없는 이력이다. 경기도자박물관에 근무하면서 발굴과 전시, 유물 정리 등으로 겪은 경험은 조선백자의 태토와 유약의 물성, 물레작업의 속성, 그리고 굽을 깎고 손잡이를 붙이는 일과 번조燔造에 이르기까지 조선백자가 생활도자기로서 500년을 지속할 수 있었던 근본을 깨닫는 데 중요한 밑거름이 되었다. 조선시대에는 시기별로 사용했던 흙이 달랐고, 땔감을 찾아 옮겨 다닌 작업장의 환경에 따라 생산된 백자는 차이가 있었다. 이런 경험을 통해 그는 불을 다루는 기술과, 가마를 짓고 재임을 하는 관습이 변화하는 과정도 숙지하게 되었을 것이다. 그래서 이정용은 자신이 만드는 백자의 쓰임에 걸맞게 흙과 유약에 변화를 주며 서로 다른 광택과 질감, 색으로 표현하는 데 심혈을 기울인다. 조선 전기의 그 맑고 밝은 백색과, 17세기의 회백灰白, 그리고 조선 후기의 설백雪白, 나아가 현대적 공간에 어울리는 매트한 유색에 이르기까지 경계를 자유롭게 넘나든다.

그의 특징인 상감청화기법 백자들에는 대체로 조선백자나 민화 등에서 발원한 것으로 보이는 수국이나 모란, 매화 등이 즐겨 그려지지만 모던한 감각으로 소화해 냈다. 현대의 생활에 걸맞은 발이나 각종 접시, 잔, 주자注子 등의 기물에 적절하게 배치된 문양들은 공예적이면서도 회화적인 감성을 담고 있어서 그릇 자체를 바라보는 것도 즐겁지만 음식물이 비어가는 과정에서 드러나는 문양에 마음이 간다. 또 간소한 조각이나 양각으로 기면을 분할하거나 꽃무늬를 넣을 때도 장식은 기능성과 실루엣을 해치지 않는다. 특히 기벽의 두께나 구연口緣 각도, 기물의 무게가 실용에 적절하다. 사용자의 팔과 손목이 핸들링할 수 있는 범주에 있다. 필시 그는 천성적으로 모두가 사용할 수 있는 도자기를 만들고 싶어 하는 DNA를 가진 도예가이다.

-----이하 생략

<본 사이트에는 일부 내용이 생략되었습니다. 자세한 내용은 월간도예 20237월호를 참조바랍니다. 정기구독하시면 지난호보기에서 PDF를 다운로드 하실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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