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시 리뷰 EXHIBITION REVIEW
시간과 공간, 그리고
우연이 빚어내는 이야기의 세계
글. 팩토리2 제공 사진. 편집부
“박물관에 전시된 사금파리 한 조각, 고려의 청자는 그렇게 유리 진열장 안에 고요한 정적으로 놓여있다. 청자 그릇의 깨진 조각은 쓸모를 잃었지만, 시간과 기억을 담은 상징적인 조각으로 존재한다. 그릇이 음식을 담아내듯 인류는 다양한 형태로 자신의 소유물을 담기 위한 그릇을 만들어 왔다. 긴 시간을 함께하는 집 또한 그렇다. 집이란 공간은 개인의 취향을 담아내기도 하고 몸을 보호해주기도 하며, 시간을 품고 기록하는 사물로서도 존재한다. 그리고 시간에 따라 어떤 낡은 건물은 붕괴의 순간을 맞이하며 마치 깨진 청자
파편과 같이 그 안의 내부 구조를 드러낸다.”
_‘작가노트’ 중
송지현은 물질과 재료에 대한 밀도 높은 탐구와 기술, 그리고 기예의 연마라는 공예작가의 소명에 성실히 응답해왔다. 그뿐만 아니라, 배우고 익힌 것으로부터 빠져나와 ‘낯설게 보기’와 ‘낯설게 보여주기’를 시도하며 자신만의 조형언어를 만들어가고 있다. 이번 전시는 사기그릇이 깨져 생긴 작은 조각을 칭하는 사금파리에서 출발한다. 통상적인 쓰임에서 멀어진 불규칙한 형태와 파편 도자 오브제에 시간과 우연성이 결합했을 때 만들어지는 이야기성을 주의 깊게 살피고자 하는 것이다. 오랜 시간의 반복과 실험을 통해 우연성을 최소화하여 ‘완성된’ 혹은 ‘완벽한’ 형태를 생산하도록 훈련받아온 공예작가의 숙련practice 위에 공간과 시간, 우연과 상상이라는 새로운 층위가 겹친다. 이로써 개별의 완성된 오브제라는 ‘사실의 세계’는 작가와 보는 이에 따라 다른 이야기를 끊임없이 만들어내는 ‘의미의 세계’로 변화한다. (중략)
송지현 <공허의 기억: 시간의 흔적을 간직한 파편, 사금파리>
2.21.~3.12. 팩토리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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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 사이트에는 일부 내용이 생략되었습니다. 자세한 내용은 월간도예 2023년 4월호를 참조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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