큐레이터의 전시 읽기 | 버무림의 맛
글. 문유진 독립큐레이터 사진.재단법인 아름지기 제공
《고려味려: 추상하는 감각》
2022.8.30.~11.15. 아름지기 통의동 사옥
참여작가 (강석근, 강웅기, 김혜정, 류연희, 양유완, 윤여동, 이은범, 이인진, 이헌정, 조성호)
아름지기는 2004년부터 한국의 전통 의·식·주 문화를 동시대 생활환경과 접목시키는 연구 기반 전시를 기획해 오고 있다. 《고려 味려: 추상하는 감각》은 2006년 《우리 그릇과 상차림》을 시작으로 3년에 한번 씩 각각 도시락, 차, 술, 제례를 주제로 한 전시들에 이어 여섯 번째로 열린 식문화 탐구 전시다. 이번 전시는 고려의 정신과 문화를 ‘음식’을 통해 조명하고자 한 기획이라는 점에서 주목해 볼 만 하다. 기획서문에서도 언급하고 있듯이, 이번 전시는 기획 단계부터 고려시대의 음식과 음식을 담았던 유물들, 음식을 향유한 공간을 각 분야 전문가들과 함께 연구하고, 오늘날의 음식과 기물의 형식으로 해석한 결과를 소개하고자 했다. 이를 위해 온지음 맛공방이 고려의 음식과 상차림을 연구했고, 10명의 작가가 고려의 유물을 모티프로 제작한 금속, 유리, 나무, 도자 기물들을 출품했다. 전시는 작가들이 각자의 관점과 재료·기법으로 고려를 해석해내는 방식을 들여다보면서 고려의 다양한 음식에 맞게 여러 작가들의 기물을 함께 구성한 가상의 상차림을 살펴볼 수 있도록 구성됐다.
고려청자의 ‘선·형·색’에 주목한 첫 번째 섹션은 김혜정, 이은범의 도자와 양유완의 유리 작업으로 구성됐다. 김혜정은 궁극의 비색을 좇는 대신 세상에 존재하는 모든 ‘청’을 발굴한다. 단단한 석기의 일렁이는 표면은 작가가 상상하고 건져낸, 계속 변화하고 있는 상태의 빛깔을 잠시 붙잡아 두고 있는 듯하다. 오랜 기간 고려 청자의 유려함을 자신만의 선과 형태로 옮겨내는 데 집중해온 이은범은 은은한 유면과 단정한 형태, 절제된 곡선 안에 고려의 귀족적 취향을 담아낸다. 양유완은 고려시대에 사용된 유리 기물의 비스듬한 형태와 도자 유약의 질감에 동시대 감각을 반영해 구현한 고려의 색과 박 장식을 더함으로써 고려와 오늘의 기호를 버무린다.(중략)
<본 사이트에는 일부 내용이 생략되었습니다. 자세한 내용은 월간도예 2022년 12월호를 참조 바랍니다. 정기구독하시면 지난호보기에서 PDF를 다운로드 하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