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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22.10월호 | 전시리뷰 ]

[전시리뷰] 김미영 개인전 <아마 늦은 여름이였을 거야>
  • 편집부
  • 등록 2022-12-01 15:50:48
  • 수정 2022-12-01 15:51: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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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시리뷰 | EXBIHITION REVIEWS]

 

식생植生에 빗댄 우리의 화양연화

글. 홍지수 미술평론, 미술학박사


김미영 다섯 번째 개인전
<아마 늦은 여름이였을 거야>
2022.9.2.~9.16.
아정미술관
T.02.950.7331
H.www.induk.ac.kr


작가 김미영은 식물을 소재로 화기花器, 도판 등을 만든다. 식물의 줄기를 화기의 몸체로, 부피를 담음의 공간으로 해석한다. 작가는 식물을 담거나 꽂는 기능을 충족할 공예기를 만들지만, 꽃을 꽂지 않을 때도 심미적 아름다움이 있는 오브제를 추구한다. 작가가 식물을 소재로 삼는 것은 평소 자신이 산책을 즐기고 식물을 애정하는 이유도 있지만, 작가는 몇 해 전부터 식물을 보면 작고한 아버지가 유독 생각난다고 했다. 생전 식물을 잘 키우시고, 예술을 사랑하며, 늘 딸이 예술가임을 자랑스러워하셨던 그녀의 아버지. 그가 생과 사의 고비에서 치열하게 분투하셨던 그 해 여름은 수국이 한창이었다. 작가는 2018년 대학로 이앙갤러리 개인전 <그녀가 말했다>에서 ‘수국’을 소재로 손수 꽃잎, 이파리 한 장, 한 장을 흙으로 빚고 한데 모아 풍성한 꽃무더기를 상부에 얹어 볼륨있는 화기를 만든다. 그녀의 화기는 제의와 죽음, 기념과 추억, 기쁨과 심미적 행위가 혼재된 ‘누군가를 위한 헌화’ 혹은 자신의 복잡한 감정과 상황을 차근차근 다잡기 위한 ‘자기 치유’의 의미에 가깝지 않았을까?

2022년 9월, 인덕대학교 아정미술관의 다섯 번째 개인전 <아마 늦은 여름이었을 거야>는 작가가 자신의 생을 반추하는 회고이자 성장 기록이다. 전시 제목인 ‘여름’은 식물에게나 인간에게나 일생生중 가장 창성하고 화창했을, 빛났던 시절들 즉, 화양연화花樣年華를 의미한다. 2018년 이후, 새 작업의 주제로 식물을 매개로 작가의 생애를 반추하며 행복하고 즐거웠던 소소한 기억, 이야기들을 꺼냈다. 거리낌 없이 땅에 입을 맞추고 자연의 소리에 귀 기울이던 유년 시절부터 대학에 들어와 흙을 처음 만졌을 때 느꼈던 흙의 물컹한 촉감, 그리고 여전히 흙을 만지고 그 안에서 매일 다른 생명력과 즐거움을 느끼는 지금까지 작가는 자신의 생애를 구성하는 감정, 기억, 바램 들을 하나씩 자신의 바깥으로 꺼내어 흙으로 빚었다. 이 전시의 작업들은 욕심과 무모함은 덜고, 작가의 소소한 일상성과 감수성의 층위는 깊고 농밀해졌으며, 무엇보다 매무새 좋은 솜씨를 추구함으로써 전작에 비해 보다 심도 있는 표현을 보여주고 있다.
전작이 화병 디자인에 수국의 생태적 특징을 가시화하고 유약, 형태 등 기술적 면모를 실험하는 데에 치중했다면, 이번 전시는 작가가 식물의 세계를 바라보는 사실적 묘사보다 자의성을 강조하고 자신이 불러낸 서사, 감정 등을 관객과 동감을 하려는 교감의 시도가 가장 눈에 띤다. 작가는 전시장 바닥에 순백의 한지로 감싼 사각 판넬 바탕을 일정한 간격을 두고 배치했다. 판넬 가운데 색, 크기, 형태 다른 화기들을 올려 두었다. 벽에는 도판, 액자 등을 걸었다. 프레임을 이용한 전시 연출은 마치 작가가 수집한 다채로운 식물성의 세계를 표본으로 보는 듯하다. 결국 이 전시는 공예적 쓰임보다는 작가가 자신의 일생 중 식물들로부터 받은 인상과 교감을 모아놓은 일종의 ‘채집과 나열의 행위’임을 짐작할 수 있다.
작가는 판넬과 도자기가 바둑판처럼 줄지어 자리한 구역마다 바닥에 짧은 문구들을 써놓았다. 관객이 작품을왼쪽에 두고 영역을 크게 한 바퀴를 돌면, 작품 라인 바닥에 여러 마디로 잘렸던 짧은 문구들이 비로소 동선 끝에 온전한 문장, 스토리로 완성된다. 나 역시 작가의 권유에 따라, 화기들과 문구를 견주어 보고, 읽으며 걸었다. 그리고 작업실에서 작가가 했던 말을 다시 떠올렸다. 전시를 앞두고 작업실에 방문해 대화를 나누던 중, 작가는 내게 흥미로운 말을 했다. 아버지의 장례와 2018년 전시 이후, 자신의 상황, 여건이 크게 달라진 것이 없음에도 작가는 그간 자신의 생각, 감정, 작업의 의미 등이 예전과 많이 달라졌다고 했다. 과거에는 꽃과 풀, 나무를 보면 위로, 그리움, 애잔한 기억, 감정이 떠올랐다면, 이제는 같은 것을 보아도 그전에는 보이지 않던 것들이 보이고 그것을 바라보는 자신의 마음도 한결 편안해졌다고 했다. 도심 속 콘크리트 건축 안에 살고 작업하는 이가 잠시 바깥을 거닐며 계절 변화에 따라 식물과 풍경이 하루가 다르게 변화하는 것을 보면, 자연스럽게 그를 보아 자신이 가지고 있는 삶의 근원적인 문제들을 사유하게 되고, 흔히 말하는 자연의 내재율도 눈이 아닌 마음으로 이해하게 되기 마련이다. 누구든 자연 속에 있으면 작은 것 안에도 존재하는 거대한 우주를 발견하고 그와 연결된 자신의 실존을 발견한다. 자연을 바라보고, 냄새 맡고, 만져봄으로써 즐거움과 위안을 얻는다. 그 시간은 자연의 생명력이 어느덧 자신 안에 채워지는 것을, 내가 자연의 일부임을 오롯이 절감하는 시간이다. 수많은 작가들이 지속적으로 식물을 들여다보며 소재로 삼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김미영 작가 역시 집과 작업실 주변 공원을 수시로 산책하고 마음에 든 식물을 묶어 말리고 바라보면서, 자신의 실존, 생의 역사를 불러냈다.

(··· 중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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