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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22.10월호 | 전시리뷰 ]

[전시리뷰] 허민자 도예전 <제주작가마씀: 흙, 제주 삶의 지평>
  • 편집부
  • 등록 2022-12-01 15:44:42
  • 수정 2024-06-27 16:21: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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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시리뷰 | EXBIHITION REVIEWS]

 

흙, 제주 삶 의  지 평

글. 김진아 제주공예박물관 학예사


수직선문청화유, 철유 백자_1981



허민자 도예전

<제주작가마씀:</p>

흙, 제주 삶의 지평> 

2022.9.6.~10.23.

제주도립미술관 2층 전시실

T.064.710.4300



@jeju_museum_of_art




처서處暑가 지났지만 여전히 한여름의 기운이 가득했던 지난 9월 6일, 제주도립미술관에서는 ‘제주 작가입니다’라는 뜻의 제주어 표현인 <제주 작가 마씀>전이 열렸다. 지난 2년 동안 사회적으로 많은 변화를 가져왔던 코로나 대유행이 잦아들면서, 휴관과 제한적 관람으로 관람객들을 맞이했던 지역의 공공미술관들이 다시 활발한 운영을 도모하는 가운데, 제주도립미술관도 제주의 대표 미술관으로써 지역 미술의 활성화를 위해 다시 기지개를 켜는 듯 새로운 기획전으로 대중들에게 다가섰다. 10월 23일까지 열리는 이 전시는 제주도립미술관이 지역 문화예술 발전에 공헌한 원로, 중견 작가의 작품세계를 개괄하고, 나아가 제주미술의 역사와 발전 방향을 조망하는데 목적을 두고 준비한 기획전이다. 올해 처음 초대된 지역작가는 자신만의 독창적인 작품세계를 구축함과 더불어 제주대학교에서 후학들을 양성하는데 힘썼던 한국화가 강동언과 도예가 허민자이다. 전시는 1, 2층 기획전시실에서 작가별로 각각 전시되었으나, 본지의 특성상 2층 기획전시실에서 선보인 허민자의 작품을 중심으로 전시의 분위기를 전하고자 한다. 허민자는 서울에서 태어나 1971년 제주에 입도하여 정착한 작가이다. 태생은 제주가 아니지만 입도 이후 그녀의 삶과 작품세계는 제주로 점철되어 있다. 전시는 작품의 특징에 따라 그의 초기작부터 최근의 작업까지 네 개의 섹션으로 나누어 구성되어 있었다. 첫 번째 섹션은 1977년부터 1981년 사이의 작품으로 물레작업과 장작소성 방식으로 전통을 계승한 백자 작품들이 전시되어 있다. 백자에 대한 다각적 실험을 했던 시기로 양각, 면각, 선각, 투각 등 전통 조각 기법과 철화, 청화, 진사 등 다양한 안료의 사용을 통해 백자에 현대적 디자인을 접목하고자 했던 노력이 엿보이는 공간이다.
두 번째 섹션은 제주의 자연을 주제로 제작한 도판화陶版畵와 조형 작품 및 1983년 일본에서 작업한 도등陶燈 시리즈를 볼 수 있는 공간이다. 첫번째 섹션에서 보았던 다양한 안료와 유약실험의 결과가 새로운 작업에 적용되어 나타나고 있음을 볼 수 있는데, 한라산의 운무와 겹겹이 보이는 오름들, 산야에 흔들리는 억새의 모습들이 연리문 기법과 분무 시유 방법을 통해 차분히 표현된 것을 볼 수 있다. 작가의 꾸준한 실험이 작품에 스며들어 성숙된 결과로 나타나는 모습을 새삼 느낄 수 있다. 이와 함께 전시된 도등은 작가가 일본에 널리 퍼져있는 실용적인 도자문화에 자극을 받아 제작한 것으로, 다음 섹션에서 쓰임에 대한 지속적인 고민을 하는 작가의 제작 태도로 이어진다.
세 번째 섹션에는 현무암이나 절벽, 주상절리 등 제주의 자연과 지질의 형상을 단순화 시키거나 조형화한 작품을 선보인다. 각 작품의 전체적인 분위기는 조형 작품이지만, 작품 위에 작은 입구를 내어 화병의 기능을 추가하거나, 작품에 조명을 넣어 작은 기공 사이로 빛이 새어 나오도록 하는 등 실용성을 지닌 디자인적 요소들이 작품으로 시선을 집중하게 한다. 이와 더불어 설치작업인 「흙 속에 묻혀가는 옹기」(1993)와 「세월 속에 묻힌 허벅」(1995)은 사라지고 잊혀져 가는 제주옹기의 소중함과 가치를 조명한 작품으로 제주옹기에 대한 작가의 관심과 애정을 느낄 수 있다. 마지막 섹션은 현무암의 질감과 형상을 인체와 접목한 작품들로 구성된 공간이다. 가족을 비롯한 사람들 사이의 인연, 화해, 사랑의 메시지를 담은 작품들을 만날 수 있으며, 점차 종교적인 내용으로 전환해 가는 과정도 볼 수 있다. 허민자가 40여년 동안 다루었던 제주의 자연환경, 향토 문화, 신앙 세계를 모두 망라하여 볼 수 있는 공간이 아닐까 한다. 그리고 이 섹션의 마지막에는 허민자의 작품과 활동에 관한 아카이브와 함께 연표를 통해 현대도예사 안에서의 허민자의 위치와 의의를 찾아볼 수 있다. 전시 동선을 따라 천천히 작품들을 감상하다 보면 각 섹션마다 서로 다른 분위기의 작품들이 허민자라는 작가가 걸어온 길을 집약적으로 잘 보여주고 있다는 생각이 든다. 네 개의 세션은 작가의 40년 작품 활동을 시기별로 구분하면서도 각 시기의 특징을 잘 보여줄 수 있도록 구성되어 있었고, 섹션과 섹션을 연결하는 작품의 선택들도 탁월했으며, 아카이브와 연표까지 작가를 연구하고, 수십 번 작가의 작업실을 드나들며 전시를 고민하고 준비한 기획자의 노고가 돋보였다. 이러한 노력들이 제주의 작가로서 허민자를 다시 보게 만든 것이 아닐까. 또한 전시된 대부분의 작품들이 작가가 현재 소장, 보관하고 있었던 것들이며, 작품 설치 후 작업실로 되돌아간 작품도 여러 점이 된다고 하니, 작가로서의 역량과 태도는 더 말할 필요가 없을 듯하다.



(··· 중략)

<</span>본 사이트에는 일부 내용이 생략되었습니다. 자세한 내용은 월간도예 2022년 10월호를 참조바랍니다. 정기구독하시면 지난호 보기에서 PDF를 다운로드 하실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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