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시리뷰 | EXBIHITION REVIEWS]
인생에 대한 은 유 로 서 의 길 을 걷 다
글. 안준형 여주시청 주무관, 문화행정가
황예숙 조형설치도예전
<레드의 반란>
2022.9.23.~10.9.
여주도자문화센터
T.031.887.3572
H.www.yeoju.go.kr
루시안 프로이트Lucian Michael Freud는 “보통 나는 사람들 얼굴의 감정을 담고자 노력한다. 나는 사람들의 몸을 통해서 내 감정을 표현하고 싶기 때문이다. 나는 오직 얼굴만 그렸었는데 마치 얼굴에 집착하는
것처럼 느껴졌기 때문이다. 마치 내가 그것들의 팔다리가 되고 싶은 것처럼...” 그림이 곧 살이며 몸이라고 생각한 프로이트가 남긴 말을 곱씹으며 황예숙 작가를 떠올렸다. 두 작가는 비슷한 맥락에서 평생을 작업에 몰두했다. 살아가며 느끼는 매 순간의 애환哀歡, 경험과 사유, 서사敍事 모두가 오롯이 작품에 녹아있다. 사물의 본질을 직시하고 이를 명징한 조형 언어로 떠낼 수 있도록 노력하는 태도를 견지하고 있다는 점 역시 맥을 같이한다. 두 작가 모두 공히 조형적 견고성을 기반으로 내재적 생명력이 담긴 작품을 구현하고 있다. 그리고 이것은 마치 ‘미처 알지 못했던 새로운 변주들과 울림들을 듣게 해주고 기발한 절단들을 행하며, 우리 위를 비상하는 어떤 사건들을 가져다준다.’ 황예숙 작가의 작품은 쓰임을 전제로 한 공예의 일부인 도자 공예의 범주를 과감히 넘어서는 동시에 통섭統攝한다. 흙을 매개로 현대미술의 영향을 받아 조형, 조각의 범주, 더 나아가 개념 미술에 가까운 작업을 전개하는 작가는 많지만, 황예숙 작가는 자신만의 독자적 세계를 견고히 해왔다. 작가는 이를 살아가면서 익숙함에 길들여진 보통의 규칙보다는 시대를 예견한 듯한 무지한 농담, 느닷없이 상상을 떠올리게 하는 형태라고 설명했고 필자는 실존하는 혹은 실존했다고 여겨지는 감정이 누적되어 실체화된형상이라고 생각했다.
기술적 기재器才가 예술의 패러다임을 바꿔온 것은 어제오늘 일이 아니지만, 역설적으로 도자 작업의 물질성과 매체 본래의 독보적인 가치는 여전히 유효하며 황예숙 작가의 경우에는 이러한 경향이 더욱 두드러진다. 그것은 작가의 작업 전개 과정에 기인한다. 바로 흙이라는 질료에 대한 이해를 기반으로 한 물성 표현, 적극적인 유약 활용, 소성의 반복이 그것이다. 황예숙 작가는 동청유약의 청비취색과 화이트, 핑크 계열의 유약들을 오랜 실험 끝에 얻어낸 정밀한 감각과 데이터를 활용해 병치, 혼합, 중첩함으로써 단계적 차이 즉 그러데이션gradation을 이끌어낸다. 50년 가까이 작업을 이어오고 있는 작가지만 경험만으로 모든 것을 통제하기란 불가능에 가까운 일이기에 우연적 효과 역시 그대로 수용한다. 아니 오히려 뜻하지 않은 결과에 따른 새로운 가능성을 확인하고 즐거워한다. 1,250℃, 1,242℃, 1,235℃, 1,190℃... 대개의 작품이 재벌로 완성되는 것과 달리 작가의 작업은 삶이 실체화된 형상임을 방증하듯 제작 과정 역시 다사다난하고 그 자체로 미적 형상성 즉 서사를 갖는다.
(··· 중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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