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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22.09월호 | 특집 ]

[특집] 치유로서의 흙_Ⅱ. 도예작업 과정의 연금술적 심리변환
  • 편집부
  • 등록 2022-10-04 15:42:15
  • 수정 2022-10-04 15:48: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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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집 | SPECIAL FEATURE]

치유로서의 흙

 

Ⅱ. 도예작업 과정의 연금술적 심리변환

글. 조연수 심리발달센터 한점미소  소장


조연수 「find my self -Ⅰ」 백자토, 수금, 모래

 

인간은 오랫동안 만물을 구성하는 근원적 물질에 대해 탐구해 왔다. 이러한 탐구는 그 질료를 통해 세상의 모든 현상을 이해하려는 시도로 다양한 견해들이 있다. 그중 대표적인 것으로 4원소론을 들 수 있다. 고대 그리스 철학자들로부터 이어져 내려온 4원소론은 우주를 구성하고 있는 궁극적인 기본 요소를 물, 불, 공기, 흙 네가지로 이야기 한다. 분석심리학을 창시한 융C.G.Jung은 연금술의 비의秘意와 상상에 나타난 은유를 연구하며 인간에게 선험적으로 존재하는 보편적 정신의 원형이 물, 공기, 불, 흙으로 상징화 된다고 하고 4원소를 태고유형을 간직한 근원적인 질료로 규정했다. 4원소론의 전통적, 자연철학적 의미에서 특성은 바로 근원성인 것이다. 근원적이라는 것은 모든 것의 가장 기초가 되는 존재이자 무엇인가를 생성하고 변화시키는 잠재적 힘을 가지고 있음을 의미한다. 심리학자들은 물, 불, 공기, 흙이라는 네가지 요소를 포함하는 4원소론을 현대적으로 재해석하며 인간의 정신세계와 연결시키고 있다.
흙은 인류의 시작부터 문명의 진행 과정을 통해 인간과 함께해 온 것으로 원초적이고 창의적인 속성을 갖는다. 흙으로 구성된 대지는 어머니와 우주의 상징이고 생명의 근원이며, 인간의 깊은 집단무의식의 측면을 연결시키는 자연의 원형적 상징이라고 볼 수 있다. 또한 흙의 물질적 이미지는 안정감을 가지고 있는 물질이며 정착의 이미지로 휴식과 연결된다.
미술치료는 심리상담의 도구로 다양한 미술매체를 사용한다. 그리기와 만들기뿐 아니라 감상의 영역을 포함하고 있는 미술활동은 인간 내면의 억압된 감정을 표현하고 정화시키는 기능과 함께 작품 제작의 과정과 결과물을 통해 스스로를 통찰할 수 있도록 도움을 주고 창의적이고 건강한 삶을 살 수 있도록 돕는다. 다양한 미술치료의 매체 중 점토는 그 특성상 내면과의 대화가 더 용이하다는 장점과 근원적 질료의 하나인 흙이라는 점에서 치유적 기능을 가지고 있다. 이러한 점토의 기능을 강조하는 학자들은 미술치료의 한 영역으로 점토치료를 구분하고 있다.
점토가 가지고 있는 재료적 강점은 자유자재로 형태의 변형을 이루어 평면 작업뿐 아니라 입체작업을 가능하게 하는 가소성과, 감정의 표현 강도에 따라 변화되는 손의 힘을 그대로 받아들이고 형태를 유지하는 감정의 수용성에 있다. 자기치유를 목적으로 하는 심리상담은 원래의 자기로 돌아가 새로운 나를 탄생시키는 것이므로 점토의 가소성과 감정의 수용성은 인간의 내면 변형을 촉진하는 훌륭한 매체로 활용될 수 있다. 즉, 점토치료의 모든 공정은 신체의 모든 감각을 자극하며 건설적인 퇴행의 요소를 경험할 수 있도록 하고, 영혼의 가장 깊은 곳을 건드리면서 금지되거나 억압된 정서를 표현할 수 있게 한다. 그러므로 점토와의 접촉은 근원성과의 접촉일 뿐 아니라 이를 통해 무의식으로의 여행을 진행 할 수 있게 하는 것이다.
도예작업 과정은 태고유형을 간직한 근원적인 질료로 규정된 물, 불, 공기, 흙의 네가지 요소에 의해 이루어지며 이러한 요소들은 서로 작용하고 영향을 주고받는다. 도예작업의 시작은 점토를 만지고 느끼며 자신의 마음을 점토에 투사하고 투사된 심상을 점토로 성형하는 일련의 과정으로 시작된다. 즉 점토가 존재함으로 인해 도예작업이 시작되는 것이다. 그러므로 도예작업을 가능하게 하는 최초의 물질은 점토이다. 이러한 최초의 원물질로부터 시작된 도예작업 과정은 연금술의 작업 과정과 매우 유사하다.융Jung이 제시한 연금술의 3단계는 페르소나persona를 인식하고 그림자shadow를 만나는 작업이 이루어지는 혼돈의 상태인 니그레도nigredo 단계(검정의 단계), 자기를 수용하고 통합을 준비하는 알베도albedo 단계(하양의 단계), 심리적 변환의 최종 목표인 ‘현자의 돌’을 찾는 루베도rubedo 단계(빨강의 단계)이다. 연금술에서의 최초의 물질이라 불리는 prima materia란 ‘원질료’로서 어둡고, 초라하고, 가치 없고 평범한 것이다.
도예작업에서 사용된 prima materia로서의 점토는 축축하고 어두우며 형태가 없는 자연 그대로의 흙덩어리인 원질료이다. 융Jung은 “prima materia는 미지의 질료를 표현하며 자율적이고 심적인 내용의 투사를 짊어지고 있다.”고 했다. 이는 연금술에서 사용된 다양한 실험 대상인 ‘물질’을 의미하는 것으로 ‘제 1의 물질’, 즉 ‘최초의 물질’이다. 연금술사들은 이러한 원질료 속에는 비밀스러운 어떤 것, 얻기 어려운 보배가 상징화 되어 있다고 생각한다. 즉, 원질료를 혼돈Chaos으로 보지만 그 안에는 혼돈의 물질을 ‘천상의 물질로’, ‘새로운 광물의 부화로’,  ‘수은을 황금으로’  변환시킬 수 있는 가능성이 내포되어 있다는 것이다. 여기에서 변환은 새로운 물질의 탄생이며 심리학적 측면에서는 심리적인 재탄생인 개성화를 의미한다.
도예작업에서 prima materia인 점토의 변환은 성형·건조·재생·순환·소성의 과정을 통해 일어난다. 원물질인 점토색의 변화는 도예작업과정이 진행되는 동안 최초의 점토에서부터 소성이 끝나는 마지막 시점까지 지속적으로 이루어진다.
성형을 위해 준비된 최초의 점토는 수분을 머금고 있으므로 건조된 상태보다 어두운 색을 띈다. 이것을 연금술의 시각적인 변환의 개념으로 본다면 니그레도nigredo단계와 유사한 검정의 단계이다. 니그레도nigredo단계의 점토로 성형을 한 작품은 건조의 단계로 들어간다. 공기 중에서 수분이 증발되고 완전 건조된 작품의 태토胎土, Body색은 흰 빛을 머금은 밝은 색으로 변한다. 이것이 연금술의 두 번째 단계인 알베도albedo단계로 하양의 단계와 유사하다. 하양의 단계를 지나 완전 건조된 태토는 다음의 단계로 소성과정을 거치게 된다. 소성이란 가마 속에서 불에 의해 점토가 강성을 갖는 소결체로 변환되는 과정이다. 가마 속의 불은 루베도rubedo단계인 빨강의 단계의 상징과 유사하며 초벌 되어 나온 기물의 태토색은 붉은 빛을 띈다. 다음 단계로 시유과정을 거쳐 재벌소성 되어 나온 결과물은 완전한 물질의 변환을 이룬 것이다.
도자기 제작과정에서 불을 다루는 소성의 과정은 최종의 완성된 작품을 탄생시키는 중요한 물질 변환의 과정이다. 연금술에서도 ‘불꽃’, ‘불’의 상징은 대단히 중요하다. ‘불’은 태우고 희게 만드는 정화의 불꽃으로 화학적으로는 물질의 변환을 촉진시키지만 심리학적으로는 강력한 자기완성의 의미를 지닌다. 그러므로 불과 함께하는 소성과정을 통해 탄생된 도자기는 연금술에서 말하는 화학적 변환을 거쳐 얻어진 ‘현자의 돌’과 유사한 심리적 변환의 상징을 포함하게 된다. 이러한 의미로 보면 도예작업의 과정은 융Jung이 주장한 상징적 의미에서의 심리적 변환의 과정이며 개성화의 과정이라 할 수 있다.
결국 연금술의 작업과정이 평범한 광물질에서 금을 만들어 내는 것처럼 점토조형작업과 소성의 과정을 거친 작품은 현실의 생활공간 안에 실용적인 기능과 예술적인 미감을 충족시킬 수 있는 도자기로 탄생된다. 즉, 도예작업은 원질료인 점토를 변화시켜 새로운 물질을 만들어내는 연금술의 과정이며, 도예작업 과정에 참여하여 작업을 한다는 것은 연금술의 변환과정을 구체적으로 경험하는 것으로 심리학적 의미에서의 심리적 변환의 경험을 제공하는 것이다. 즉, 도예작업 과정은 우주의 근원을 이루는 물질인 흙, 물, 공기, 불의 4원소가 유기적으로 결합하여 완벽한 물질의 변환을 이루어내는 과정으로 원물질 변환의 경험은 연금술에서 말하는 진정한 자기를 찾아가는 심리적 변환의 과정인 것이다.
융Jung은 인간의 정신 현상에 내재된 상징성에 눈을 뜨는 것은 매우 중요하며, 정신의 세계에서 금과 같은 가치를 갖는 삶의 원리를 발견하는 것은 얼마든지 가능하다고 했다. 융Jung이 말하는 금은 물질적이고 세속적인 금이 아니라 인간의 영혼을 해방시켜줄 수 있는 정신적인 금인 ‘현자의 돌’을 뜻한다. 그러므로 예술치료에서 자신의 작업에 대한 상징을 알아가는 것은 자기성장에 중요한 의미를 부여할 뿐만 아니라 ‘현자의 돌’을 상징하는 결과물을 발견하는 과정인 것이다. 이러한 ‘현자의 돌’을 찾는 과정이 연금술의 화학적 변환과정에서 설명되고 있는 것처럼 소성의 과정을 거치는 도자기의 탄생과정 또한 ‘현자의 돌’을 찾아가는 의미를 부여하며 접근할 수 있다.

(··· 중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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