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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22.08월호 | 도예계 소식 ]

[줌인] 한 패션 브랜드가 수면 위로 끌어 올린 ´한국공예´
  • 편집부
  • 등록 2022-09-07 10:10:01
  • 수정 2022-09-07 10:10: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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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줌인 | ZOOM IN]

한 패션 브랜드가 수면 위로 끌어 올린

´한국공예´

글. 홍지수 미술평론, 미술학 박사



케이트 말론 작_편집부 촬영

패션 브랜드가 만든 ‘공예상’

사람들을 현혹하는데 가장 유효한 형용사는 ‘세계 최대·최고·최연소’같은 것이 아닐까.
여기에 ‘세계 3대’까지 붙으면 그 때 우리가 느끼는 것은 ‘수사’가 아니라 ‘권위’다. 이러한 레토릭rhetoric이 가장 많이 필요한 곳은 아마도 운동 경기, 공모전, 콩쿨, 영화제, 비엔날레·아트페어 같은 대형문화이벤트들일 것이다. 올해만 해도 우리는 젊은 연주가들이 유수 국제 음악 콩쿨을 휩쓸었다는 연이은 낭보에 이어 한국계 젊은 수학자인 허준이 교수가 필즈상을 받았다는 소식을 접했다. 수상 소식만으로도 충분할 것이나 언론은 수상자들의 ‘젊은 나이’와 ‘가장 권위 있는 상’, ‘한국의 우수한 DNA의 성과’를 내세우며 친절하게 부연 설명했다. 왜 언론은 ‘수상’에 신드롬과 같은 반응을 보일까? 분명 모두 훌륭한 상이다. 그러나 예술은 테니스 4대 오픈 같은 스포츠가 아니다. 만약 부커상을 세계 3대 문학상이라고 한다면 세계 1, 2대는 어디를 지칭하는 것인가? 마치 전국 5대 짬뽕집이라고 간판이 붙어있지만, 어디가 5대 짬뽕집이냐 물으면 순위를 매기기 어려운 것과 마찬가지일까?
미술계에도 ‘세계 최대·최고·최연소’의 레토릭을 붙일만한 저명한 국제 전시회, 공모전이 많다. 대표적인 것이 비엔날레, 국제 공모전 등이다.1 이미 국내 공예관련 국제 공모전만 해도 청주공예비엔날레, 경기세계도자비엔날레 등이 있다. 최근 아시아 국가 등에서 공예관련 국제비엔날레, 국제공모전 개최가 러쉬다. 여기에 2017년 <로에베 재단 공예상>이 신설되었다. 기존 공모전이 관주도였던 행사들에 비해  <로에베 재단 공예상>은 해외유명패션하우스가 주최이고 최종 심사를 위해 세계 각국의 공예·디자인·건축·저널리즘·예술비평·박물관 관련 전문가들이 참여해 공정성, 전문성을 추구한다는 점에 매력적이다. 그러나 팬데믹 여파로 2020년은 열리지 못했고, 2021년은 프랑스 파리 장식미술관에서 가상현실VR 전시회로 대체되었다. 이번 <로에베 재단 공예상> 서울공예박물관의 첫 국제전이고, 결선 30명 중에 7명의 한국작가들이 본선에 올랐으며, 결과적으로 우승자에 한국 작가가 선정되면서 개최국으로 의미와 자부심이 더욱 컸다. 그러나 <로에베 재단 공예상>을 ‘단순히 유명 패션브랜드가 주최하는 국제적인 공예 공모전을 한국에 유치하고 한국 공예의 발전상을 세계에 알리는 계기’라고만 보는 것은 어딘가 아쉽다. 이면異面을 들여다보자. 

‘세계 패션 브랜드들의 전략’- 공예(craftmanship)
최근 패션하우스들의 관심은 패션과는 멀 것 같은 단어, ‘공예’로 집결되고 있다. 에르메스, 루이비통, 로에베, 루이비통 등 패션계의 빅 하우스들이 6월 <밀라노디자인위크2022>에 참여했다. 모두 ‘공예’, ‘일상성’, ‘집’ 같은 키워드에 집중했다. 2011년부터 디자인위크에 참여한 에르메스Hermès는 마구상으로 출발한 브랜드로 혁신적이면서도 아름다운 제품을 최고의 소재와 장인 정신을 기치로 물건을 만든다는 점을 차별화와 브랜드 가치로 내세운다. 2022년 전시는 건축가인 샤를로트 마코 페렐만Charlotte Macaux Perelman을 아트 디렉터로 내세워 나무, 돌, 가죽, 구리, 캐시미어 등 천연 소재와 마이크로 파이버 등 혁신소재를 장인의 솜씨로 제작한 공예오브제를 선보였다. 패션브랜드 다운 화려함보다는 고급스러운 소재와 그것을 제작하는 장인의 능숙하고 섬세한 솜씨에 초점을 맞춘 전시였다.
로에베는 2022년 전시를 위해 팔라초 보코니Palazzo Bocconi 중앙에 조형물을 세우고 전 세계 곳곳에서 수선한 240개의 바구니를 진열했다. 2019년 로에베 공예상 파이널리스트인 지승공예가 이영순 작가의 작품도 볼 수 있어 반가웠다. 이 전시를 통해 로에베는 잊히고 버려진 것에 새로운 삶을 부여하는 장인정신과 전통의 가치를 강조하며 이것을 기초로 자신들이 생활과 미학을 아우르는 명품을 만드는 패션&라이프 스타일 하우스임을 확실히 보여줬다. 럭셔리를 콘셉트로 내세웠던 로에베가 공예에 관심을 두기 시작한 것은 크리에이티브 디렉터가 조나선 앤더슨Jonathan Anderson을 영입하면서 부터다.2 2016년, 조너선 앤더슨의 구상에서 시작된 행사가 로에베 공예상Loewe Craft Prize이다.
이와 시류를 같이하며 최근 코로나 거리두기가 느슨해진 이후 많은 패션 브랜드에서 ‘공예’ 그리고 ‘음식’, ‘집’을 화두로 각 국의 핫플레이스에 팝업스토어를 열고 있다. 에르메스는 2006년 파리, 뉴욕, 도쿄에 이어 네 번째 메종을 압구정동에 오픈했고 최근 리뉴얼했다. 구찌GUCCI는 이태원에 구찌 가옥 플래그십 스토어를 연 이후, 올해 4월에는 6층에 ‘구찌 오스테리아 서울’을 정식 오픈했다. 루이 비통Louis Vuitton도 5월, 하우스 최초의 팝업 레스토랑 ‘피에르 상 at 루이 비통’을 청담에 열었다.(루이비통은 박서보 화백〈묘법, Ecriture> 두 점을 걸었다.) 디올Dior 역시 지난 달 이화여자대학교에서 마리아 그라치아 치우리Maria Grazia Chiuri의 2022 가을 패션쇼를 열고 성수동에서 컨셉 스토어 ‘디올 성수’를 오픈했다. 이곳에 디올은 이광호의 ‘매듭 시리즈knot series’ 조명과 가구, 서정화 스툴 등 한국 공예가들과의 협업 작품을 설치했다.
이처럼 최근 해외 유명 패션 하우스들이 경쟁적으로 서울에 대형 자본과 리소스가 필요한 대형 매장을 마련, 운영하고 이벤트를 여는 데는 이유가 있다. 로에베가 서울공예박물관에 개최한 <로에베 재단 공예상>도 결국 같은 맥락이다. 그만큼 최근 몇 년 사이 패션 하우스들이 한국시장에서 올린 성공과 앞으로의 성장 가능성에 주목했을 것을 쉽게 예상해볼 수 있다.

한국 현대 공예의 약진
116개 국가와 지역에서 활동하는 3100여명의 작가들 중에 30명의 공예가들이 이번 공모전의 본선에 올랐다. 이 중 7명이 한국 작가다. 23%에 해당하니 비중이 상당하다. 한국 작가들의 매체 분포도 금속, 도예, 가죽, 말총, 섬유 등 다양하다. 7명 중에는 40~60대 중진 작가들도 있지만 무엇보다 젊은 작가들이 눈에 뛴다. 학교를 졸업하고 전업공예가로 산 지 10여년이 채 안된 신인들이다. 특히 이번 공모전의 최종 수상자는 정다혜(34)다. 그는 2021청주공예비엔날레 국제공모전에서도 대상을 받았다. 말총공예는 도예, 금속, 목공 등에 비해 국내 작가군이 폭넓지 않다. 그의 연이은 수상은 작가가 높은 기량을 바탕으로 긴 매체 역사에도 불구하고 모자제작 기술로 한정되었던 말총공예를 재료의 특징을 살려 독특한 조형성, 작가가 지향하는 미감을 모두 담은 현대 공예로 발전시켰다는 데 의의가 있다. 정다혜 작가의 수상 이외에도 세대와 기량, 재료가 다른 다수 공예가들이 파이널에 오른 것은 굳이 ‘K-Craft’를 언급하지 않아도 ‘한국 공예’라는 키워드가 명실상부 세계가 주목하고 트렌드를 리딩할만한 높은 수준을 보유하고 있음을 보여준다.

2022 로에베 재단 공예상 성과, 그 이후
그러나 잠깐, 이번 <로에베 재단 공예상>의 수상과 성과를 보아 현대공예의 시류나 유행을 간파할 수 있다고 생각하는 것은 위험하다. 이번 행사 이외에 그간 매차 로에베 공모전 본선에 오른 작가들은 모두 동시대 ‘공예’를 대표하고 설명할만한 뛰어난 기량과 자질을 지닌 좋은 작가, 작품들이다. 그러나 로에베 공모전은 1846년 가죽공방에서 출발한 이래 유용한 사물을 만드는 장인정신을 가치로 내걸고 이에 부합하는 재능, 비전, 혁신을 추구하는 작가들의 의지를 우대하고 거기에 부합하는 작가들을 선정하려 한다. 그러나 현대 공예는 ‘아름다운 유용 사물 제작과 뛰어난 기술’로만 설명할 수 없다. 또한 공모전, 전시 등의 플랫폼으로 수용할 수 없는 다양한 매체와 형식을 결합한 실험을 시도한다. ‘역량 있고 재능 있는 공예가’라고 해서 모두 공모전에 관심을 두거나 작품이 부합하는 것도 아니다. (인지도가 높고 공모전, 주요 전시 등을 통해 이력이 확고한 유명 작가일수록 공모전을 피하는 경향이 있다.) 공모전에 당선된 작품의 표현 그리고 공예와 인간의 삶을 바라보고 해석하는 작가들의 접근이 모두 혁신적이거나 독보적인 것도 아니다. 오히려 공모전의 결과는 ‘동시대를 공유하는 심사위원들의 취향과 미적 판단으로 거른 산물’이라고 보는 것이 더 정확하다. 실제 이번 공모전 수상작 전시작들은 국적, 세대, 매체 불문 과도하게 ‘축적’과 ‘리사이클링’을 다룬 작품들이 많았다. 시간과 공력, 재료를 솜씨 있는 다루는 장인의 집중력과 세심함 등에 후한 가치점수를 주는 기업의 공모전이다 보니 이것을 가시화하고 장점으로 부각할 수 있는 재료의 축적, 행위의 반복성을 강조하는 작품의 출품이 많았다. 심사위원들의 판단도 다르지 않았을 것이라 짐작한다. 또한 팬데믹이 아직 완전히 종식되지 않은 여파로 최근 사회 전반에 물선의 소비와 작은 생산, 지속성Sustainability에 대한 작가들의 관심도 엿보였다. 유독 재료의 재활용이나 리사이클링 등을 고민하고 공예의 방법으로 해결하려는 작품들이 많은 이유였다고 생각한다.

(··· 중략)

<본 사이트에는 일부 내용이 생략되었습니다. 자세한 내용은 월간도예 20226월호를 참조바랍니다. 정기구독하시면 지난호 보기에서 PDF를 다운로드 하실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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