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집 | SPECIAL FEATURE]
차를 대하는 새로운 태도
Ⅳ.차 너머 복합문화공간을 지향하는, 바이트사이트
바이트사이트 BITE SITE
부산 금정구 수림로 61번길 60
T.010.3967.6160 @bite.site
“바이트사이트는 차만 다루는 곳 아닌 차도 다루는 곳”
최근 오픈한 바이트사이트는 차와 경험을 중심으로 전개하고 있다. 차문화를 통해 전하는 따뜻함, 인간적 유대감, 친밀함은 바이트사이트가 전하는 라이프스타일이다. 그 영역은 차를 비롯한 차도구, 다식, 페어링 등 일상에서 차를 향유하는 공간으로 경계없이 넓어지는 중이다.
윤소미 바이트사이트 디렉터
— 시장 트렌드와 소비자 취향이 변화하는 주기가 점차 빨라지면서 차생활 방식에도 많은 변화가 생겼습니다. 소수의 애호가들을 위한 ‘그들만의 리그’로 인식했던 수직적인 지점들이 수평적인 개념으로 펼쳐지는 것 같습니다. 차공간 운영자로서 차문화 시대 어떻게 공감하십니까?
지방에서 작은 공간을 운영하는 초보 소상공인이라 큰 그림을 보는 분석적인 답변할 깜냥이 아닙니다만 짧은 소견은 온·오프라인에서 차를 접할 수 있는 접점이 많아진 게 변화의 주된 요인인 것 같아요. 차를 즐길 수 있는 매력적인 공간들도 늘어나고, SNS상에서 ‘차계’를 운영하는 ‘차덕’들도 많아졌어요. 차와 기물을 제작·판매하는 분들의 SNS도 활발해져 차문화를 알고 취향을 알 수 있는 채널이 늘어나 개인적으로 흐뭇합니다. 자신이 원하는 취향과 맛을 잘 알고, 모르는 건 주저하지 않고 질문하며 주문해요. 아직 커피만큼은 아니지만 차도 시장성과 대중성을 갖춰가는 길목에 있는 것만큼은 확실해요. 차문화에 대한 허들이 낮아지고, 지금의 추세에 더욱 힘이 붙어서 대중들이 카페 가듯이 찻집을 가는 날이 멀지 않았다고 봅니다.
— 차공간이면서 복합문화공간 같은 이곳을 두 자매가 운영하는 걸로 알고 있습니다. 처음 ‘바이트사이트’가 만들어진 배경과 의도가 궁금합니다.
바이트사이트는 차’도’ 다루는 공간이지 차‘만’ 다루는 공간은 아닙니다. 향후 차가 아닌 다른 기호식품을 중심으로 한 프로그램도 운영할 생각입니다. BITE SITE라는 이름도 여러 가지 경험을 가볍게라도 맛보는(먹거리를 한 입 깨물 듯) 공간을 바라며 지었어요. 그래서 공간을 만들 때 제공하는 분위기에 유연하게 대응할 수 있게 여백을 강조했어요. 차를 좋아하다보니 처음으로 선보이는 경험의 중심을 茶로 잡았어요. 어릴 때부터 저녁 식사 후에 “차 한잔하자.”는 말을 듣는 가정에서 자란 터라 자연스레 차의 세계로 이어졌어요. 다른 차에 대한 호기심을 갖게 되고, 궁금한 차를 구해서 마시고 궁금한 수업을 찾아 듣기도 했어요.
차 관련 프로그램들을 먼저 운영하는 이유는 단순한 ‘애호’이지만, 실제 운영에는 고민과 노력이 많았어요. 손님의 눈에 보이는 찻자리의 조화로움을 위해 다양한 작가님들의 기물을 살피면서 다도구를 준비했어요. 손님에 제공하는 차도 무지막지하게 맛보고 테스트하면서 큐레이션했고요. 판매중인 차들은 수매를 결정하기 전에 늘 주머니에 넣고 다니면서 다양한 지역과 공간에서 다른 조건들로 맛을 보기도 했어요. 지금은 차와 음식의 페어링이나 대중이 편하게 차를 접할 수 있는 프로그램을 운영하면서 자연스럽게 차문화와 다도구를 접할 수 있게 미미하게 운영하는 정도입니다. 올해 중 킨츠기(도자 수리) 클래스, 기물 전시 등을 진행하려고 기획 중입니다.
— 차와 어울리는 다과, 다도구와 차 등을 소개하며 좋은 호응을 얻고 있는데요, ‘바이트사이트’를 찾아오는 대상들은 주로 누구입니까.
연령대는 20대부터 40대까지이고, 지역적으로는 부산 사람 반, 타지(주로 수도권) 사람 반 정도의 비율로 찾아주고 계세요. 손님에 따라 차에 대한 관심도는 상당히 제각각이고, 프로그램 기획 단계에서 예상하는 손님층만 방문하시는 것도 아니어서, 같은 프로그램이라도 손님에 따라 표현이나 설명의 깊이를 달리 하는 편입니다.
프로그램마다 茶관심도에 따른 반응도 좀 달랐습니다. <차와 다식>, <다도구와 세 가지 차>클래스는 차문화에 관심을 갖기 시작하신 분들의 비율이 높았고, <하동차향미>, <대만차향미>는 차와 어울리는 먹거리를 페어링하는 코스였는데, 차를 즐기는 손님층의 반응이 좋았어요. 차를 마시던 분들은 다도구 작가와 차의 맛에 관심을 가지고, 차에 관심도가 낮은 분들은 기물과 차림의 모양새에 관심을 보이는 모습이 흥미로웠습니다. <어느 날, 어떤 차>는 정해진 것 없이 그 날의 무드에 맞춰서 한 팀만을 위한 찻자리에요. 서로 처음 만난 사이지만 튠을 맞추며 차를 함께 즐기는 자리를 만드는 즐거움이 있어요.
— 부산에서 바이트사이트가 차문화로서 주요하게 자리 잡기 위해서 가장 필요한 것은 무엇일까요? 차문화를 기반으로 기획된 곳이 더 많은 대중의 호응을 얻기 위해 가장 필요한 것은 무엇일까요.
전에는 체력과 자원 관리가 중요하다고 생각했는데, 더 중요한 건 ‘지치지 않는 마음’이더라구요. 다양한 프로그램을 선보이는 만큼 반응이 천차만별인데 일희일비하지 않으려고 노력 합니다. 차 관련 프로그램들을 포함해 최소 1-2년 동안은 취향을 반영해 시도하려고 합니다. 바이트사이트는 작은 공간이라 자체 컨텐츠를 대중에게 밀어붙여서 트렌드로 만들어 낼 힘은 없어요. 하지만 저희 취향의 프로그램을 다듬어가면, 취향에 반응하는 사람들을 이끄는 정도는 할 수 있지 않을까합니다.
작은 공간을 꾸리는 입장에서 ‘더 많은 대중’을 위한 대의를 고민할 겨를이 없어요. 그래도 소비자 입장에서 보면 역시 ‘허들 낮추기’ 라고 생각해요. 녹차 티백을 즐기는 것이나 다도구와 차를 갖추고 즐기는 것 모두 ‘차를 즐기는 행위’ 예요. 그런데 차라고 하면 흔히 후자를 떠올리고 채 즐겨보기도 전에 발이 굳는 것 같아요. 일단 편히 즐길 수 있는 저변을 넓히는 게 우선이라고 생각해요.
차를 어려워하는 손님에겐 “머그컵에 찻잎이랑 물만 부으면 된다.”는 편하고 단순한 방법을 제시해요. 일단 그렇게 마셔보면서 시간이나 물온도를 조절하며 본인이 좋아하는 우림 정도를 찾아보라고요. 실제로 저도 늘 다도구를 풀세팅해서 차를 마시진 않거든요. 손에 익은 잔에 찻잎을 넣고 뜨거운 물을 부어 호로록 마셔요. 편하게 즐기다 보면 취향의 다도구도 눈에 들어오고, 좋아하는 차맛의 방향도 알게 되지 않을까요? 그 이상의 차문화에 관심을 두게 될 수도 있고요.
— 윤소미 님이 직접 만든 차도구는 실전에서 사용감과 니즈가 잘 반영되었을 것으로 보이는데, 제작자와 사용자의 입장에서 보는 차도구의 차이는 어떠한가요. 차도구를 제작하는 도예가들이 어떤 니즈를 반영해 제작하면 좋을까요.
취미 제작자로서 깨달은 건 ‘아, 이래서 이 가격이구나! 역시 사서 써야겠다!!’ 는 것이었어요. 만들어보면 과정도 복잡하고, 늘 마음대로 만들어지는 것도 아니고, 마음에 들게 만들었나 싶다가도 완성까지 이어지지 않는 경우도 많으니까요. 제가 만든 것 중 손님께 내어드리는 것은 몇 점 되지 않는 이유입니다. 소량의 잔과 퇴수기 정도만 활용하고, 망작들은 집에서 쓰고 있어요.
그런데 확실히 ‘제작 과정을 알아버린 소비자’가 되고나니까 다른 소비자가 흠이라고 여기는 점을 ‘자연스러운 것’으로 인지하게 되고, 다도구에 대한 작가의 설명을 들을려고 해요. 설명을 듣고 나면 사용감에 긍정적인 영향이 생깁니다. 개인적으로 한국 도예가들의 차도구는 무척 만족스럽습니다. 사용자들과 소통하며 의견을 반영하거나 주문제작 받는 분들이 많이 계세요. 한 도예작가님은 자신은 손이 커서 큰 개완 위주로 만들어 왔는데, 요즘은 손이 작은 분들이 많이 찾으셔서 지름이 작은 개완도 만든다는 이야기를 하시더라고요. 그럴때면 도예가들도 소비자의 니즈를 고민하고 노력하고 있음을 느껴요. 그리고 아주 가끔 ‘이거 만든 분은 차를 안 마시나…?’ 싶은 차도구도 있는데요, 그럴 때는 차를 즐기면서 차도구를 제작하면 좋겠다는 생각은 합니다. 본인이 사용하고 마셔보면 어떤 점을 고려해서 어떻게 만드는 게 좋을지 알테니까요.
— 가장 애착이 가는 차도구가 있다면.
모멘토 김응철 작가님의 다하를 꼽고 싶어요. 한 손에 들기 좋은 크기와 모양새인데, 찻잎을 개완이나 다관에 깔끔하게 넣을 수 있어요. 차시나 차침의 어시스트 없이 매끈하게 찻잎을 넣어줘요. 사용해보면 작가의 많은 고민이 전해져요, 모멘토 특유의 빛깔을 띄면서 다른 기물과도 조화로워 자주 사용하고 있어요.
— 마지막으로 하고 싶은 말씀이 있다면.
바이트사이트는 차 전문 공간은 아니기에, 깊은 배움을 원하는 분을 위한 큰 공간은 될 수 없을 것 같아요. 물리적으로 10석 남짓의 조그마한 곳이고, 부산에는 이미 오랜 동안 차를 즐기고 탐구해온 분들이 운영하시는 공간이 많아요. 그런 지역에서 저희가 할 수 있는 일은 차를 시작하고 즐기는 데 마중물이 되는 정도가 아닐 까해요. 막막하게 느꼈던 차를 편하게 대할 수 있고, 다양하게 즐길 수 있는 길이 있다고 알려주는 역할이요. 거기에 아름다운 기물을 가까이 두고 차를 즐기는 기쁨이나, 차를 가까이 하는 생활을 영업할 수 있다면 더할나위 없을 것 같습니다. 바이트사이트를 시작으로 각자의 차생활을 찾고 꾸려가는 사람들이 늘어나면 행복하겠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