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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22.08월호 | 특집 ]

[특집] 차를 대하는 새로운 태도_Ⅲ.홍차의 스토리 있는 유통망, 티에리스
  • 편집부
  • 등록 2022-09-02 13:35:48
  • 수정 2022-09-05 13:23: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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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집 | SPECIAL FEATURE]

차를 대하는 새로운 태도

.홍차의 스토리 있는 유통망, 티에리스

 


티에리스 티 테이스팅룸
서울 마포구 성지 1길 39 2층 T.02.336.8894
H.www.tieris.com
티에리스 티스탠드
서울 서초구 남부순환로 287길 9-1
H.www.instagram.com/tieris_tea_stan


“산지와 생산자, 이야기가 어우러지는 차문화를 만들고자 한다"

세상의 모든 차밭을 여행하며 찻잎을 고르고 이야기를 파는 곳이 있다. 영국과 인도 그리고 일본에서 차를 공부하고 작은 티룸에서부터 글로벌 티 브랜드들까지 경력을 쌓고, 현재 수입 및 유통을 비롯해 교육과 컨설팅을 맡고 있는 정다형 대표. 다양한 관점에서 차를 조망하기 위해 ´티에리스 티 테이스팅룸´과 가볍게 스콘과 밀크티를 즐길 수 있는 ´티에리스 티 스탠드´ 두 매장을 운영하는 그를 만나보았다.

 


정다형 티에리스 대표 티 디렉터

— 과거에 비해 일반 대중들과 소비자들이 생각하는 차에 대한 인식이 많이 변하고 젊어지고 있습니다. 그 이유가 무엇인지, 또한 운영방식에 어떤 영향을 주고 있는지 궁금합니다.
차에 대한 인식이 이전과 어떻게 바뀌었는지 사실 잘 모르겠습니다만, 차에 대한 대중의 관심이 꾸준히 늘었다는 것만큼은 선명하게 느껴집니다. 이는 차가 단독으로 주목받았기 때문이기보다 식음료에 대한 소비가 점차 증가하고 미식에 관한 관심이 늘며, 이에 좀 더 마실거리를 찾는 과정 중 일어난 자연스러운 과정으로 여겨집니다.  한편 집에서 직접 차를 우려 마시는 애호가들이 늘어난 것은 확실히 팬데믹의 영향이라 볼 수 있겠지요. 외출이 힘든 상황에서 집에서 할 수 있는 작은 취미들이 인기를 끈 것과 같은 맥락입니다. 덕분에 온라인 스토어를 기반으로 한 소매 판매가 두루 탄력을 받게 되었고요. 아마 찻잔을 비롯한 차도구를 만드는 분들도 마찬가지일거라 생각합니다.

— ‘티에리스’에 대한 간단한 소개 부탁드립니다.
티에리스는 2009년 문을 연 싱글 에스테이트 티Single Estate Tea1 전문점입니다. 전 세계의 차 산지를 직접 방문하고 현지의 생산자들과 소통하며 매 년 매 시즌 새로이 만들어지는 다양한 차들을 소개하고 있습니다.

— 어떤 계기로 차에 매료됐나요?
저는 어릴 때부터 음료수 종류를 좋아했어요. 자주 마시기에 상대적으로 부담이 적고 달지 않은 홍차를 즐겨 마시게 되었습니다. 차를 좋아해 티룸이나 차 회사에서 아르바이트를 하기도 했지만 이 업계에서 일 할거라고 생각하지 못했어요. 우연히 애경 그룹에서 일본을 대표하는 글로벌 티 브랜드인 루피시아를 우리나라에서 론칭한다는 소식을 들었고 입사 지원서를 냈지요. 남편인 우상원 대표와는 일찍이 홍차 동호회에서 ‘다우’로 만났습니다. 일본에서 일했던 남편은 싱글 에스테이트 티 전문 매장이 한국에서도 인기를 끌거라 생각했던 모양이에요. 그런 막연한 전망으로 문을 연 것이 지금의 티에리스입니다. 당시 저는 우 대표를 만류하는 입장이었는데, 안쓰러운 마음에 곁에서 두루 도와주다보니 결혼까지 했더라구요.

— 현재 차 수입, 유통, 판매, 클래스 중 ‘티에리스’의 활약과 역량을 얘기한다면.
티에리스를 이끌고 있는 저희 부부는 90년대 중후반부터 꾸준히 차를 마셔오며 이 산업의 향방을 일찍이 주목해왔습니다. 대형 수입사가 아닌 작은 회사로 애호가와 전문가를 오가며 십년 이상 자리를 지켜온 티 브랜드는 흔치 않지요. 이러한 시간들이 티에리스의 가장 큰 힘이 아닐까 합니다.

— 국내에서 차문화가 활성화되기 힘든 이유는 무엇일까요.
일반적으로 우리나라에서 차는 대단하고 고급스러운 특별한 것으로 취급되는 경향이 있습니다. 차를 권하거나 그에 대한 취향을 물으면 손님들은 멋쩍어하며 ‘차는 잘 모르는데요’ 라고 덧붙이곤
합니다. 커피를 마실 때에는 ‘커피를 잘 몰라서요’ 라고 하지 않지요. 홍차의 나라라고 불리는 영국만 해도 머그컵에 티백을 넣고 전자렌지에 돌려 마십니다. 저는 차를 대하는 사람들의 태도가 좀 더 편안하고 친근해지기를 바랍니다. 차문화가 발전하려면 차가 대중의 일상 속에 깊숙히 자리해야 할텐데 그러려면 힘을 빼고 접근하기 편하게 유도할 필요가 있겠지요.

— ‘티에리스’는 다른 티하우스와는 다른 ‘티 컨시어지’, ‘티 테이스팅룸’ 등을 소개하며 좋은 호응을 얻고 있는데요, 입문자와 매니아의 반응에 차이가 있을 것이라고 생각됩니다. ‘티에리스’를 찾아오는 각기 다른 대상들을 맞아 어떤 차별화로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는지 궁금합니다.
와인, 커피와 마찬가지로 차는 농산품이기에 매일 다를 수 밖에 없습니다. 포트넘앤메이슨, 트와이닝스처럼 큰 기업은 언제나 같은 풍미의 차를 선보이기 위해 블렌딩이 필수입니다. 저희는 그 대척점에서 블렌딩하기 전의 단일 배치Batch를 개별적으로 수입 및 유통하고 있습니다. 그래서 저희가 판매하는 차는 같은 다르질링이더라도
언제 수확했는지 어느 농원에서 만들었는지가 이름이 붙어요. 팬데믹 이전까지 매년 차가 나오는 산지들을 직접 다니며 차를 골랐어요. 사실 차만 고르는 거라면 한국에서 샘플 테이스팅만 해도 충분하지요. 하지만 티에리스의 진짜 상품은 차가 아니라 이야기라고 생각합니다. 차는 누구나 팔 수 있지만, 차가 자라는 곳과 차를 만드는 이들에 관한 이야기를 할 수 있는 사람은 우리나라에 흔치 않지요. 티 컨시어지 서비스나 원데이클래스 등을 통해 소비자들을 만나고 이야기를 전하는 것이 티에리스의 진정한 일이라고 생각하기에 합정동 티 테이스팅룸을 열고 소비자들에 더욱 가까이 다가서려 해왔습니다.

— 티에리스는 티블렌드의 기본이 되는 홍차를 중심으로 다양한 차를 소개해왔습니다. 차수입과 유통 등 전반적인 인프라와 준비과정을 설명해주세요.
차를 수입하고 유통하기 위해 사실  대단한 준비를 했던 것은 아니에요. 남편인 우상원 대표와 저는 대형 티 브랜드들에서 소개하는 차에 쉬이 만족할 수 없었기 때문에 인도나 스리랑카, 중국 등 차 산지에서 발품을 팔아가며 일찍이 산지의 생산자들과 친분을 쌓아왔습니다. 사업의 발판으로써가 아닌 단순한 취미의 영역이었고 이러한 관계가 오랜 시간 쌓여왔기 때문에 막상 티에리스의 문을 열 때도 거창한 시작은 없었습니다. 다만 꾸준히 사업이 유지되기 위해서는 안정적인 거래처가 필요했기에, 본격적인 유통에 앞서 카페나 티룸과 같은 B2B에 많이 신경을 썼었어요. 직접 발품 팔아 저희 제품을 소개하고 수요를 예측하려 애를 썼지요.

— 티룸을 운영하면서 다양한 차도구를 소개한 걸로 알고 있습니다. 차도구를 만드는 도예가들이 좋은 다기를 만들기 위해 무엇이 필요할까요.
티에리스가 기반으로 하는 영국 홍차는 사실 대단한 차도구가 필요한 분야는 아닙니다. 보통 영국 홍차라 하면 금테 두른 화려한 본차이나 티세트를 떠올리시지만 막상 대부분 머그컵을 사용하거든요. 몇 년 전에 토림도예 김유미, 신정현 작가님과 함께 인도의 차문화를 대표하는 짜이컵, 쿨라드Kulhad를 재해석하는 작업을 했었어요. 인도에서는 냄비에 향신료와 함께 끓여 만드는 달고 진한 밀크티, 짜이를 즐겨 마시는데, 이를 파는 노점에서 일회용 컵 대신 썼던 티컵이 쿨라드에요. 붉은 흙으로 낮은 온도에 초벌구이해 만든 이 컵은 짜이를 마신 후 땅바닥에 던져 자연히  흙으로 돌아가게끔 하는 것이 특징입니다. 일회용품을 제작하는 비용보다 쿨라드를 만드는 인건비가 저렴했기 때문에 생길 수 있는 일이었지요. 근래에는 플라스틱이나 종이컵에 밀려 보기 힘들어졌지만요. 저는 쿨라드가 인도의 차 문화에 끼친 맥락은 살리되 일회용인 아닌 오래 아끼며 사용할 수 있는 짜이컵을 만들고 싶었어요. 이를 한국적인 미감으로 살리고자 토림도예 작가님들께 의뢰했지요. 저희가 만든 인도식 짜이를 좋아하셨던 두 분이었기에 의뢰에 깊이 감응할 수 있었다고 생각합니다. 만약 어느 작가분이 새로이 차도구를 만들고자 하신다면 저는 일단 차를 좋아하고 즐기시기를 권하고 싶습니다. 많이 마셔봐야 어떤 도구가 필요할지 자연히 깨닫게 되는 법이니까요.

— 개인적으로 애정하는 차도구가 있다면 소개해주세요.
앞서 저희와 함께 짜이컵, 쿨라드를 소개해주셨던 토림도예의 흑유 개완을 가장 아낍니다. 토림도예의 개완은 많은 분들께 특별한 의미겠지만, 가볍고 잡기 편해서 늘 손이 가곤 해요. 개완을 어려워하는 분들이 많았는데 초보자분들도 사용하기 편한 개완인지라 저는 토림도예 덕분에 우리나라의 젊은 차 애호가들이 늘어났다고도 생각합니다. 좀 더 차를 쉽고 편하게 접근하게끔 노력하는 저희에게 특별할 수 밖에요.

— 국내홍차를 선도하고 있는 운영자로서 대중과의 접점을 넓히려는 어떤 지속적인 노력을 하고 있는지, 또 앞으로 어떤 계획을 갖고 계신지요.
우리나라를 비롯한 중국과 일본의 차문화는 특정 계급이 향유하는 지극히 귀족적인 문화로 발전해왔다보니, 차라고 하면 우아하고 고급스러운 이미지가 큰 것 같습니다. 저는 홍차를 우리는 것을 종종 컵라면에 비유하곤 해요. 물 붓고 3분 기다리면 끝이지요. 손님들을 만나면 차를 즐기는 법에 관해서 만큼은 ‘제대로’ 라는 말을 하지 않으려고 애씁니다. 남의 원칙에 얽매이지 말고 나는 어떤 차를 좋아하는지 어떻게 우리는 것이 좋은지 적극적으로 스스로의 취향을 탐험해보기를 권합니다. 또한 대중성을 높이기 위해 단순히 차만 소개하는 것이 아니라, 차와 요리를 곁들인다던가 각 분야의 전문가들과 함께 협업해 차를 좀 더 대중의 영역으로 끌어들이고자 노력하고 있습니다. 예컨대 제가 진행한 프로그램 중 가장 인기 있는 티 페어링 다회의 경우, 차도 와인처럼 다양한 음식들과 함께할 수 있다는데 다들 흥미로워 하시더라구요. 차가 특별하지 않고 기호음료 중 하나일 뿐이라는 인식을 넓히는 것이 가장 중요한 것 같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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