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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22.08월호 | 작가 리뷰 ]

[이달의 작가] 박종훈
  • 편집부
  • 등록 2022-09-02 11:27:02
  • 수정 2022-09-05 12:56: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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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달의 작가 | ARTIST OF THE MONTH]

도예가 박종훈은 옹기, 분청자, 백자, 청자를 아우른 전통 도자기의 다양한 재질에 대한 탐색과 물레를 기반으로 전통 도자기에 대한 답습적 모방이 아닌 현재적 조형성의 추구, 그리고 옻칠과 금속 등 다른 재질과의 공존 및 범주적 확장에 대한 시도를 평생의 궤적 속에서 이루어냈다. 한 도예가가 이토록 다양하고 폭넓은 작업의 범주를 시도하고 나름의 성과들을 맺는다는 것은 보기 드문 참으로 대단한 것이다.

현재로 이어진 전통의 숨결

글. 윤효정 미술사가, 단국대학교 강사


릴레이기획초청전 XII
한국생활도자100인전:이 계절, 形의 기억
박종훈
2022.4.22.~8.15. 경기생활도자미술관
경기 여주시 신륵사길 7
T.031.884.8644




경기생활도자미술관에서 열리고 있는 박종훈 작가 전시전경



도예가 박종훈은 1976년 단국대학교 요업공예학과를 학사 졸업하고, 1983년 홍익대학교 산업미술대학원에서 석사를 졸업했다. 1984년부터 2015년까지 단국대학교 도예과 교수를 역임하였고, 한국사발학회 회장, 강진도예연구소 소장, 경기도 문화재위원, 강진 청자공모전 심사위원을 맡은 바 있다. 현재 단국대학교 도예과 석좌교수이자 단국대학교 부설 도예연구소 소장이며, 인천 문화재위원 및 대한민국 전승공예대전 심사위원으로 활동하고 있다. 1986년 신세계미술관에서 첫 개인전을 시작으로 30회 이상의 개인전을 가졌으며, 다수의 국내외 단체전시에 참여하였다. 수상 경력으로는 1979년 제15회 대한미술가협회 공모전 대상을 받았고, 1984년 제3회 대한민국미술대전 우수상을 받았다. 2013년에는 문화체육관광부로부터 대한민국 미술대전 공예 부문 초대작가로 추대받았다.


「옻칠 금박 쌍이잔과 잔 받침」 8×3.5×3cm, 14×1cm | 백토, 옻, 금박 | 2004


「옻칠 주자」 18×15×13cm | 백토, 옻, 재유 | 2022 「옻칠 금박 잔」 5×5×5cm내외 | 황토, 옻, 금박 | 2004


「청자 옻칠 주자」 33×20×20cm | 백토, 청자유, 옻 | 2013   「청자 잔」 7×7×7cm내외 | 청자토, 청자유 | 2022

 

(··· 중략)
도예가 박종훈의 작품들은 현재에 살아 숨 쉬는 전통의 숨결을 명징하게 보여주는 예들이다. 한국도자사를 전공한 미술사가로서 그러한 작품들을 마주할 수 있다는 것은 참으로 기쁘고 각별한 의미를 느끼지 않을 수 없다. 작가는 옹기, 분청자, 백자, 청자를 아우른 전통 도자기의 다양한 재질에 대한 탐색과 물레를 기반으로 전통 도자기에 대한 답습적 모방이 아닌 현재적 조형성의 추구, 그리고 옻칠과 금속 등 다른 재질과의 공존 및 범주적 확장에 대한 시도를 평생의 궤적 속에서 이루어냈다. 한 도예가가 이토록 다양하고 폭넓은 작업의 범주를 시도하고 나름의 성과들을 맺는다는 것은 보기 드문 참으로 대단한 것이다. 또 끊임없는 흙의 물성과 조형성에 대한 고민과 함께 하찮은 것으로 여겨지던 사발과 같은 실생활의 그릇을 특별한 관심과 애정을 가지고 대학의 도예 교육에 도입하고 작업의 대상으로 삼은 것도 중요한 공헌이 아닐 수 없다. 사발은 아주 오랫동안 우리의 일상에서 폭넓게 사용되었던 전통 기명으로 삶과 가장 밀착된 그릇이면서 단순한 조형이지만 가장 한국적인 특색을 가진 그릇이다. 와비차わび茶와 결부된 특별한 찻잔으로서 쓰임으로 인해 일본에서는 일찍부터 애호와 관심을 받았지만 정작 우리나라에선 ‘막사발’이라는 근거없는 가치 폄하적 이름으로 불려왔던 이 그릇을 스스로 가치를 인정하고 조형적 대상으로 삼아 작품화했다는 것은 참으로 의미가 크다.
작가 박종훈은 한국 현대도예의 1세대 도예가이자 단국대학교 도예과를 통해 전통도예의 방향을 제시하고 체계적 교육을 이끌었던 김석환 선생의 첫 제자로서 도예의 길을 걷게 되었다. 스승 김석환 선생뿐 아니라 정담순, 황종례 등 현대도예의 대가들과도 인연을 맺고 배움을 얻었고, 짧지 않은 시간을 이천에 가서 물레 장인들과 함께 물레 수련의 시간을 보냈다. 이러한 이력은 현대도예의 2세대 도예가로서 견고한 물레 기술을 바탕으로 전통 도자기의 조형에 대한 다양한 탐색과 시도를 통해 폭넓은 작품의 스펙트럼을 형성할 수 있었던 배경이 되었음에 틀림없다. 작가로서 스승 김석환 선생의 가르침을 따라 물레를 바탕으로 한 전통도예의 작업을 열정적으로 이어나가는 한편 교수로 재직하면서 단국대학교 도예과가 우리나라 전통도예의 대표적 교육기관으로 자리잡는데 기여하였다. 특히 모교인 단국대에 앞서 동신전문대학교에 재직하면서 열정적으로 수행한 전통 물레에 바탕을 둔 도예교육은 남도지방에서 현대도예가 출발하게 되는 결정적 계기가 되었다는 사실이 특별히 주목된다. 이러한 작가이자 교육자로서의 이력과 활동, 그리고 작품은 박종훈이라는 개인의 차원이 아닌 우리 근현대 도예의 역사적 흐름과 맥락 속에서 이해되고 평가될 필요가 있다. 이번 전시에서는 작가가 꾸준한 작업을 이어 온 주자와 잔의 다양한 작품들과 함께 특히 ‘쌍이잔’이라는 전통 기명에 대한 현대적 조명을 시도한 작업의 결과들이 소개된다. 쌍이잔雙耳盞은 조선시대에 백자로 만들어졌던 특색있는 잔의 하나로 몸체의 양쪽에 손잡이 역할을 하는 두 개의 귀가 부착되어 양이잔兩耳盞, 이배耳杯, 귀잔 등으로도 불린다. 조선시대의 백자 쌍이잔은 날개 모양이나 정丁자 모양의 귀가 부착되기도 하고 귀의 끝이 꽃 모양이나 별 모양을 이루기도 하는 등 다양한 조형으로 만들어진 것이 특징이다. 특히 날개 모양의 귀의 끝부분을 꽃 모양이나 별 모양으로 장식한 쌍이잔의 형태는 중국에서는 볼 수 없는 조선적 특색을 가진 조형이다. 작가는 일찍부터 쌍이잔의 전통적인 조형을 주목하여 작업의 대상으로 삼았는데, 이번에는 전통적 조형과 함께 현대적 감각을 가미한 조형의 다양한 변주를 시도한 새로운 작품들을 선보인다. 전시에서 마주할 작가의 손을 거쳐 새롭게 태어난 다양한 재질과 조형의 쌍이잔들을 통해 과거에 만들어졌던 우리의 옛 도자기의 존재와 오늘날에도 유용한 쓰임을 새롭게 발견하게 되리라 기대한다. 아울러 전통이라는 것의 가치와 효용은 결코 시간에 의해 퇴색될 수 없는 귀한 것임을 마음 깊이 깨닫고 새기게 되기를 희망한다.

<본 사이트에는 일부 내용이 생략되었습니다. 자세한 내용은 월간도예 20226월호를 참조바랍니다. 정기구독하시면 지난호 보기에서 PDF를 다운로드 하실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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