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시 토픽 | EXBIHITION TOPIC]
현대 생활도자 ‘기’에 담긴 변주 감각의 이중주
글. 김지수 경기생활도자미술관 큐레이터 사진. 경기생활도자미술관 제공
필립 바드 「얼굴모양 용기」 스위스 | 2004
2005 경기세계도자비엔날레 국제공모전 생활부문 대상작
보딜 만츠 「건축적 부피」 덴마크 | 2006
2007 경기세계도자비엔날레 국제공모전 대상작
전시전경 (왼쪽)이용필 「겨울정물」, (가운데 선반)그웬 한스 피곳 「기억」, (오른쪽)루퍼트 스피라 「시가 쓰인 그릇」
공예와 예술, 실용과 조형, 전통과 현대라는 개념은 현대도예의 끊임없는 쟁점이 되어 왔다. 오늘날의 ‘기器Vessel’는 이러한 개념의 간극을 넘어서고 통합하는 경향을 보인다. 경기생활도자미술관에서는 경기세계도자비엔날레 국제공모전과 아름다운 우리 도자기 공모전 수상작을 중심으로 ‘기器’의 다양한 표현과 공예적 가치를 살펴보고자 <감각의 이중주>를 선보인다.
기器Vessel는 공예의 근간을 대표하는 상징물이자 무한한 가능성을 담아내는 사물이며 예술가의 감각적 사유와 더불어 생활 속에서 시각·촉각·후각·미각 등 사용자와 소통할 수 있는 매개체이다. 본래 실생활의 기능적 목적으로 음식을 담거나, 보관하는 등 용도를 위해 만들기 시작했다. 그러나 현대도예에서 기器는 실용적인 쓰임을 담는 그릇 외에도 장식적, 상징적 의미뿐 아니라 표현 의식의 매체로서 예술형식을 띠고 다양한 가치와 의미를 지닌다. 또한, 인류 문명과 역사, 전통에서 탄생하고 도자예술 발전의 시작이 된 ‘기器’를 바라보는 관점은 공예의 맥락에서 해석되고 읽힌다. 오늘날 공예에서 쓰임의 개념은 공예의 상징적인 쓰임과 일상에 존재하는 사물로서의 쓰임에 대한 역할과 개념 확장의 변화로 이뤄지고 있다. 그 중심에 있는 ‘기器’는 현대생활에서 다양한 도자공예 작품들로 나타나 우리 삶의 가까운 곳에 자리한다.
소장품특별전 <감각의 이중주>는 현대 생활 속 도자의 공예 가치와 무한한 가능성을 엿볼 수 있는 자리로서 한국도자재단에서 소장한 작품 중 2000년대 이후 경기세계도자비엔날레 국제공모전과 아름다운 우리 도자기 공모전 수상작을 통해 확보한 현대의 ‘기器’ 작품들로 구성하였다. 특히 ‘기器’를 해석한 다양한 소장품 중 익숙한 전형적인 그릇, 즉 바닥을 딛고 서서 무엇인가를 담을 수 있는 형태 그 안에서 재료의 특색, 조형성, 표현력, 기능성, 전통에 대한 사유를 담아내어 우리 일상 속에서 친숙하게 더 깊이 들여다볼 수 있는 작품 78점을 선보인다.
경기생활도자미술관 1전시실에서는 2005 경기세계도자비엔날레 국제공모전 생활부문 대상작 필립 바드의 「얼굴 모양 용기」와 2007년 대상작 보딜 만츠의 「건축적 부피」 작품을 볼 수 있다. 2001년부터 2009년까지 경기세계도자비엔날레 국제공모전은 생활도자와 조형도자 부분을 구분해서 작품을 공모했었는데, 필립 바드의 「얼굴 모양 용기」는 당시 국제공모전을 진행한 이후 최초로 생활도자기 부분에서 선정된 대상작으로 이슈를 모았었다. 생활(실용)과 조형(예술)영역이 모호해지는 상황에서 작가는 생활과 조형의 영역을 절반씩 점유하고 있는 작품을 선보였다. 생활과 조형 이분법적 사고의 해체와 대립과 갈등을 안고 있는 현대사회에 메시지를 내포한 작품은 당시 도자예술의 쟁점뿐 아니라 사회문화전반을 통찰한 작품으로 의미를 지닌다. 이어서, 덴마크 작가 보딜 만츠의 2007년 국제공모전 대상작 「건축적 부피」는 생활도자와 조형도자를 아우르는 수상작으로 분야를 구분하는 시각에 대한 질문을 던지며 현대도예의 미학적 가치와 표현의 확장, 시대관점의 변화가 이뤄지고 있음을 알린다. 원기둥 형태의 용기 안팎으로 건축적인 형태를 암시하는 절제된 직선과 사선이 기하학적인 면을 이룬다. 모든 용기는 외부와 내부를 동시에 볼 수 있을 정도로 투명도가 높고 내외부 장식이 하나의 구성을 이루는 기술적 성취를 통해 도자예술의 정수를 보여준다. 총 10점의 용기는 크기에 따라 방사형으로 뻗어나가도록 배치되어 건축적 공간을 구성하고 빛의 방향과 시선의 각도에 따라 다양한 미적 쾌감과 지적 환기를 불러일으킨다. 이와 함께 나란히 전시된 2019 국제공모전 우수상 이정원 작가의 「리폼드_리니어 시리즈」작품은 입체를 이루는 점, 선, 면과 같은 기본 구성요소를 연장하거나 제거하여 기의 기본형을 새로운 형태로 변환한다. 변형된 기물을 한 공간에 배열하여 확장과 수렴의 움직임을 보여주며 각 개체의 공간 ‘사이’에 ‘너머’를 섬세하고 다양한 방식을 통해 배치한다. 하나의 기물뿐 아니라 전체를 이루는 배열 속에 상호교감과 상상력을 불러일으키는 작업이다.
이용필 작가의 「겨울정물」과 그웬 한센 피곳의 「기억」, 루퍼트 스피라의 「시가 쓰인 그릇」의 공간은 시적이며 서정적인 정물화를 보듯 펼쳐진다. 도자공예의 전통적인 범위를 유지하면서 그것을 이용한 또 다른 시각을 보여주는 예술작품으로 변환됨을 보여준다. 일상생활의 도자기를 이용한 정물화적인 표현으로 사물에 대한 인식, 전체적인 분위기, 기물에 놓인 공간과 색감이 주는 감성을 일깨우며 작품이 가진 이야기를 담고 있다. 한편, 경기세계도자비엔날레 시기에 함께 개최되었던 아름다운 우리 도자기 공모전은 한국의 전통을 현대적으로 계승 발전시키는 도자작품을 선정하는 취지로 열렸었다. 2004 대상작 김상만의 「담」, 2007 대상작 이영호의 「백자양각줄무늬마디병」, 2009 대상작 한정용의 「백자수반」 외 연리문 작업의 새로운 표현을 추구한 작품 등 ‘기’를 바라보는 작가들의 다양한 태도로부터 발현된 소장품들은 전통과 현대, 동양과 서양, 실용과 예술, 표현과 사유를 넘어 상호조화를 이룬 도자의 세계로 우리를 초대한다.
(··· 중략)
<</SPAN>본 사이트에는 일부 내용이 생략되었습니다. 자세한 내용은 월간도예 2022년 6월호를 참조바랍니다. 정기구독하시면 지난호 보기에서 PDF를 다운로드 하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