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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22.07월호 | 전시리뷰 ]

[큐레이터의 전시 읽기] 이상협 개인전 <물성의 이해>
  • 편집부
  • 등록 2022-07-28 10:08:57
  • 수정 2022-07-29 14:37: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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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큐레이터의 전시 읽기 | CURATOR’S EXHIBITION CHOICE]

 

선의 이해

이상협 개인전 <물성의 이해>
6.8.~6.13. KCDF갤러리


독, 2022, silver, 280x280x400mm

 

 

주로 은銀 판금 작업을 하는 이상협 작가는 우리에게 익숙한 전통 도자의 형태에서 미세한 ‘선線’의 변화를 통해 자신만의 미의식을 표현한다. 영국에서 작업을 시작한 작가는 주로 해외에서 작업하면서 한국의 문화적 정체성을 작품에 접목하는 데 집중했다. 전통 도자의 기형은 우리에게 친숙하지만, 유럽 문화에서는 낯선 비율의 형태로 인식되어 차별화된 조형미로 인정받았다. 과거의 표상인 입체 위에 숙련된 기술로 작품 전면에 흐르듯 수놓은 때로는 잔잔하고 때로는 역동적인 망치질의 흔적이 오늘의 작가 자신을 표현하는 방식이었다.
최근 작업에서 그는 화려하지 않은 한국의 자연미와 차분하고 친근한 미감을 추구하는 자신만의 ‘선_line’을 강조한다. 작가는 매병, 호리병, 큰 항아리와 같은 도자의 전형적인 형식을 그대로 따르기보다는 전통에 뿌리를 두나 그 어떤 전통적 범주에도 속하지 않는 조형을 만든다. 예를 들어 대호大壺는 흔히 달항아리라고 불리지만, 달을 연상시키는 구체보다는 보는 이의 언어로 해석될 수 있는 항아리를 추구한다. 또한, ‘장독’과 ‘매병’의 이미지가 중첩되어 교차점을 형성한 기형은 어딘가 친숙하지만 전통 그대로는 아닌 작가 이상협만의 선을 보여준다.
이번 전시 <물성의 이해>에서 작가는 자연에 존재하는 수많은 물질과 사물의 특성을 연구하고 작품을 통해 이야기한다. ‘은으로 빚은 도자’는 물성의 이해에 대한 은유적 표현이다. 금속은 점토와 비교할 수 없는 단단한 물질이지만, 손의 확장 도구인 망치로 원을 그리며 늘여 형태를 구축하는 기술적인 행위는 흡사, 손으로 물레 위의 점토를 끌어올려 펼치고 오므리는 성형과정과 유사하다. 한 장의 은판을 망치로 두드려 작품을 완성하는 노련한 ‘단조기법’은 작가의 에너지를 함축하고 미감을 드러내며 공예적 가치를 더한다. 두드림의 흔적은 고체, 액체 또는 기체로 존재하는 물질에 대한 이해를 다양하게 묘사한다. 김환기 화백의 전면점화로 남긴 별들이 확장되고 물결치며 한국의 고유한 서정의 세계를 구현한 것처럼, 공간의 세계가 된 오브제에 망치질이 만드는 흔적의 단위는 점이 되고, 그 무수한 점들이 모여 연결된 선은 새로운 공간을 채워 추상화된 자연을 그린다. 일반적으로 우리는 작업에서 발견되는 낯설고 독특한 요소에서 그 가치와 정체성을 찾는다. 친숙한 형상을 마주했을 때 대상에 대한 고정관념에서 벗어나 새로운 시각으로 바라보며 그 의미를 재발견하는 것은 여간 어려운 일이 아니다. 이상협 작가의 작품에서 보이는 단순한 형태의 익숙함을 극복하고 환기된 시선으로 바라보면 작품의 숨은 매력이 발견된다. 이 시대의 문화 정신이 담긴 ‘미래의 유물’로서의 가치를 추구하며 새로운 형태와 물성의 조화를 발견하기 위해 끊임없이 연구하고 실험하는 이상협 작가의 이번 전시는 그의 미학을 깊이 관조할 수 있는 기회가 되었다.

 

<본 사이트에는 일부 내용이 생략되었습니다. 자세한 내용은 월간도예 20227월호를 참조바랍니다. 정기구독하시면 지난호 보기에서 PDF를 다운로드 하실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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