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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22.07월호 | 작가 리뷰 ]

[이달의 작가] 김준용
  • 편집부
  • 등록 2022-07-27 16:11:25
  • 수정 2022-07-29 14:38: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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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달의 작가 | ARTIST OF THE MONTH]

 

김준용
비물질을 담는 빛나는 사물

 


유리로 만든 기물은 분명 제 부피만큼 시공간을 점유하고 자기를 닮은 그림자를 지닌 실제적, 물리적 사물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것이 우리의 눈에 마치 공기 중에 부유하는 환영처럼 비현실적으로 느껴지는 것은 유리가 온 몸으로 빛을 흡수하고, 빛을 자신의 내부까지 끌어 들여 관통하며, 때로 빛을 굴절시키고, 공기 중으로 확산시키는 고유의 물성 때문이다.
김준용은 유리의 투명한 물성과
중층구조의 상호관입을 십분 활용해 빛, 시간, 인간의 감정 같은 비물질의 세계를 자연물을 닮은 용기 형태와 색채로 가시화한다. 동시대 유리 작가들이 특정 기법의 운용과 표현의 깊이에 집중하는 것에 비해, 김준용은 유리불기블로잉, Blowing 와 다양한 연마 기법cold-working을 상호 접목하여 결과물을 만든다. 1차적으로 유리불기로 기본 형태와 구조, 비례, 조각할 두께와 색의 조합 등 바탕을 마련한다. 2차적으로 핸드 그라인더에 다이아몬드 패드를 방수별로 바꾸고, 다이아몬드 가공 기계를 사용해 두꺼운 유리의 불필요한 살을 제거하며 자신이 구현하고자 하는 형태, 면수, 선의 곡률, 비례, 광택의 정도에 다가간다. 추가적으로 금강사의 입자 정도를 거친 것부터 고운 것까지 달리 적용해 세심하게 최종 광택의 정도, 질감을 얻는다. 우리가 김준용의 작업에서 보는 아름답고 다채로운 표현과 시각적 효과는 작가가 재료를 충분히 이해하고 복잡한 기법을 순차적으로 수행한 필연과 축적의 결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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용기_‘담음’의 형태
작가는 학부에서 도예작업을 시작해 대학원에 진학하며 유리로 전향했다. 작가의 초기 유리 작업은 불투명한 외부 장식과 장식의 틈 사이로 들어간 빛이 내부까지 관통하는 투명한 중첩 구조의 긴 실린더 형태였다. 재료, 기법은 다르나 당시 그의 작업은 마치 도예가가 기벽을 이중으로 세우고 투각(장식)하여 기물을 제작하는 것과 차별성이 크지 않았다. 그러나 작가가 점차 용기用器의 ‘담음’ 기능을 재환기하고 유리만이 담을 수 있는 비가시성의 세계에 눈을 뜨면서, 유리 그리고 공예를 응대하고 이해하는 시각과 표현에 변화가 생겼다. 그로부터 십수 년이 지났지만, 김준용의 작업은 여전히 ‘담음’이라는 기능을 환기하는 용기用器형태다. 그의 작품을 크기, 형태, 무게, 구조 등을 근거로 ‘담다’라는 기능을 수행할 공예기화병, 수반, 보울 등로 유추할 수도, 소유자의 판단에 따라 실사용도 가능하다. 그러나 현재 작가가 자신의 기물에 담고자 하는 것은 실제적이고 물질적 사물이 아니라, 빛, 기억, 감정, 시간 같은 비물질의 세계, 형이상학적 영역이다. 작가는 내부가 오목한 용기 형태를 오랫동안 유지하는 것에 대해, 기器는 첫째, 공예의 중요한 기능인 ‘담음’을 암시하는 정체성의 형태이자 회화의 점·선·면처럼 공예의 가장 기본적인 기하학의 형태이며 둘째, 빛을 가장 온전하게 붙잡고 몸 안에 머금은 다음 공간으로 확산시키는 일루전의 변화가 가장 잘 보이는 최적의 형태이자 구조이기 때문이라고 설명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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투명한 중층 구조의 스펙트럼

김준용의 유리 기器는 시공간 속에 존재한 투명한 입체이기에 빛의 개입뿐 아니라 눈과 대상 사이의 문제를 동시에 야기한다. 그것은 회화를 포함한 평면 뿐 아니라 목, 금속, 흙 같은 불투명한 재질의 공예기를 보는 것과는 다른 새로운 관조를 요구한다. 입체이고 투명한 유리 사물은 어떤 장소에서 어떤 빛을 받느냐에 따라 그리고 보는 이가 어떤 위치와 운동 방향으로 대상을 보는가에 따라 전혀 다른 이미지로 우리 눈에 들어온다. 빛은 다른 계절과 시간에 따른 해의 위치와 고도 변화에 따라서도 다르고, 창문 밖 계절과 날씨에 따라서도 광량과 광채가 시시각각 다르다. 김준용의 유리기는 어느 계절과 날씨, 어느 장소에 어떤 시간에 보는지에 따라 다른 이미지를 즐기는 ‘유동의 사물’이자 이를 채집하고 분절시키는 ‘수정체’다. 또한 유리 기器는 보는 이가 고정된 자리에서 관조하는 것이 아니라 능동적으로 자신의 몸을 움직일 때 시각적 변용이 더 커진다. 예를 들어, 이번 전시작인 「Deep dark night」, 「After Sunset in May」(2022)은 기벽과 바닥 두께가 두꺼운 길쭉한 장형長形이다. 빛을 등지고 대상을 볼 때는 기물의 외곽선과 기면器面만 명징하게 보이지만, 빛을 마주하고 서서 기물을 바라보면 앞서 보이지 않던 기물의 내측 선이 외곽선과 동시에 보이고 면보다 선이 더 눈에 들어온다. 같은 빛이라도 기물의 각도를 달리하면, 어두웠던 부분이 이내 밝아지고 그 안에 보이지 않던 색이 가시화되기도 한다. 눈의 위치, 사물의 위치에 작은 변화를 주었을 뿐인데 우리는 플립북Flip book을 빠르게 펼쳐 보는 것처럼 유리 기물에서 빠르게 변화하는 이미지의 전환을 볼 수 있다. 관람자의 방향과 시간의 흐름이 연동하면 이 속도와 변화의 양상은 더욱 빨라진다. 그것은 사물뿐 아니라 공간의 분위기도 바꾼다. 이러한 새로운 시지각적 경험은 빛이 통과하여 속이 비치는 투명한 유리 작업만이 보여줄 수 있는 비물질의 세계다.
이러한 현대미술의 비물질화 경향을 두고, 미국 비평가 로잘린드 크라우스Rosalind Epstein Krauss는 이제 현대미술은 시각적으로 신체와 작품 간의 거리보다 이 둘이 신체적으로 상호 얽히는 공간으로의 전환이 중요해졌다고 말했다. 이는 시각성에만 우위를 두면, 살아있어 숨 쉬고 맥박 뛰며 수시로 눈 깜박일 수밖에 없는 우리이기에 작품을 볼 때, 자칫 몸으로 촉각 해야만 인지 가능한 3차원적 공간의 환영 세계를 간과하게 된다는 뜻이다. 이를 김준용의 유리작업에 적용하면, 그의 작업은 ‘보기’의 관점에서 우리가 쉽게 믿는 본 것과 보기의 행위가 환영에 근거함을 다시금 깨닫게 하는 미술의 영역과 새로운 ‘보기’를 요구하는 공예의 영역을 두루 아우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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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 사이트에는 일부 내용이 생략되었습니다. 자세한 내용은 월간도예 20227월호를 참조바랍니다. 정기구독하시면 지난호 보기에서 PDF를 다운로드 하실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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