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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22.06월호 | 특집 ]

[특집II] 두 마리 토끼 잡기
  • 편집부
  • 등록 2022-06-29 10:49:12
  • 수정 2022-06-29 10:49: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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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집II | SPECIAL FEATURE II]

 

두 마리 토끼 잡기

2018년 대중에게 공예문화를 알린다는 목적으로 시작된 공예주간은 전국의 갤러리, 공방, 문화예술기관, 공예품 판매점 등의 참여로 열흘간 전시, 마켓, 체험 프로그램이 진행되도록 지원하는 행사 플랫폼이다. 2020년과 2021년에는 팬데믹 상황으로 인해 가을로 개최 시기가 변경되었다가 올해부터는 다시 5월에 개최된다.
공예주간의 핵심 목표는 공예의 대중화다. 지난 5년간의 슬로건을 따라가 보자. ‘나만의 공예’(2018), ‘우리가 공예를 사랑하는 법’(2019), ‘생활 속 공예두기’(2020), ‘공예로 떠나는 여행’(2021), ‘우리집으로 가자’(2022)에서 볼 수 있듯이 그동안 공예주간은 ‘일상’이나 ‘나’처럼 누구에게나 편안하게 인식될 수 있는 보편적인 개념과 어휘들로 채워져왔다. 2년이나 지속된 사회적 거리두기로 인해 ‘방구석’에서 벗어나고픈 욕망이 최고조에 달했던 지난 2021년에 잠시 바깥세상에 한눈을 팔기도 했지만 공예주간은 대체로 자신의 삶과 공간으로 대중의 관심을 집중시키고자 해왔다. 그리고 이러한 목표는 상당한 성과를 거둔 것으로 보인다. ‘공예문화’의 확산을 기치로 내건 관 주도의 다양한 사업들, 또 미술시장에 대한 젊은 세대의 관심과 실제 수집 행위의 급격한 증가 추세에 힘입어 국내 공예가의 작업에 대한 대중의 관심과 수집도 꾸준히 증가하고 있다.
그렇다면 다음 단계는 무엇일까. 대중의 이목을 끄는 데 성공했다면, 이제 무엇이 목표가 되어야 할까. 나는 지난 2년간 공예주간의 위기와 성장을 함께 경험한 기획자의 관점에서 공예주간의 다음 5년이 어떤 에너지로 채워질 것인가를 상상해보기로 한다. 지난 사업에 대한 성찰을 바탕으로 애정과 희망을 품고 펼쳐보는 이 상상은 불가능할 것만 같은 두 마리 토끼 잡기를 위한 구상이기도 하다. 


2020 공예주간 <상상동물도> 전시 전경 (제공 도취도람 도취도감)

상상과 지속
도취도람 도취도감 陶醉陶覽 陶醉圖鑑(이하 도취도취)는 2020년과 2021년 공예주간에 두 번의 기획 전시 <상상동물도>(2020)와 <Mighty Wonders>(2021)를 선보였다. 동시대 도예가와 다른 분야 작가들이 기획 방향에 따라 제작한 신작을 관객에게 소개하는 전시였다. 전시와 함께 출품작 해설과 작가론 등의 평론과 화보를 수록한 동명의 단행본도 출간했다. 두 번의 프로젝트 모두 공예주간의 ‘공예문화 기획 프로그램’으로 선정되어 보조금을 지원받아 추진할 수 있었다.
미술·공예 분야 지원금이 대체로 그렇듯, 공예주간 지원금은 전체 사업예산 대비 충분하지 않았다. 특히 여섯 명의 작가에 대한 기록과 연구를 거쳐, 백 퍼센트 신작으로 구성된 전시와 국영문 출판물을 제작해야 하는 사업 특성상 기획자와 참여 작가, 그 외 전문가들의 인건비를 제외하고도, (상대적으로 너그러운 예산을 지원받은 편임에도 불구하고) 지원금 예산은 상당히 부족했다. 그럼에도 공예주간은 도취도취가 과감히 상상을 실현해 볼 수 있게 해 준  제도라는 점에서 의미가 깊다. 독립기획자나 작가들이 프로젝트를 기반으로 결성한 그룹은 애초에 자체 공간이 없고 사업비도 미미해 사업 주체의 노동이 유일한 자본이 되는 경우가 많은데, 특히나  지원금 가뭄이 심한 공예 분야에서 공예주간의 ‘기획 프로그램 지원 사업’은 메마른 땅에서 생명을 움틔우는 역할을 한다.
그런데 두 마리 토끼 잡기의 관점에서 보자면 공예주간이 무에서 유로, 상상을 현실로 실현하는 계기가 되는 것만으로는 다소 부족해 보인다. 도취도취는 재정비를 위해 올해 공예주간에는 참여하지 않았는데, 세 번째 에디션을 준비하며 직면한 가장 큰 고민은 과연 도취도취의 기조인 창작 실험과 연구를 계속해 나갈 수 있을 것인가 하는 것이다. 뼈를 갈아 넣어 간신히 얻은 두 번의 잔잔한 성공 후에는 실험보다는 안정성과 평이함이라는 유혹의 길로 접어들기 쉽다. 하지만 수지타산보다 예술적 성취를 목표로 하는 프로젝트에서 실험적 정신은 필요충분조건이 된다. 상상은 실험으로써 활성화되고 디버깅을 통해 증폭되기 때문이다. 결국 상상과 실험은 지속가능성의 문제로 수렴된다. 공예주간이 가벼운 상상을 마음껏 펼쳐 보일 수도 있고, 실험과 모험을 거듭하며 무게를 더하고 수준을 제고해 나갈 수 있는 장이 될 수 있을까?


2021 공예주간 <Mighty Wonders> 전시 전경 (제공 도취도람 도취도감)

대중과 전문성
공예주간에는 지원 사업으로 선정된 다양한 기획 프로그램이 관객을 만난다. 기획 주체의 성격과 지향에 따라 조금씩 차이가 있기는 하지만 대략 공예품을 눈으로 감상하거나 직접 사용해 보는 감상 유형, 공예품의 제작 과정을 체험해 보는 생산 유형, 또 소비자의 구매를 유도하는 판촉형으로 묶을 수 있다. 그런데 기획의 전문성을 기준으로 보면, 역량 있는 기관이나 기획자의 주도로 추진되는 소수의 프로젝트를 제외하고는 질적 측면에서 평준화 되어 있는 편이다.
공예 분야에서는 기획 전문성이 간과되는 경우가 빈번한데, 이는 여전히 기획을 창의적인 지식 생산 활동으로서 인식하지 못하는 데에서 기인한다. 공공 기관의 지나친 대중화 지향 또한 이에 일조한다. 어디선가 본 듯한 콘셉트와 제목의 전시가 공예 분야에 넘치는 이유도 같은 맥락에서 이해할 수 있다. 공예가 하나의 동시대 문화로서 확고히 자리 잡기 위해서는 대중의 사랑을 얻기 위한 노력과 함께 전문성을 높이기 위한 노력이 있어야 한다. 공예주간이 지원금 수혜 대상이 아닌 일반 프로그램을 좀 더 적극적으로 유치하여 대중성과 보편성을 확보한다면, ‘기획 프로그램’의 질적 성장을 도모하는 것이 불가능한 일은 아닐 것이다. 전문성은 곧 신념이기도 하다. 인기와 사명 사이에서 균형 잡기는 쉽지만은 않다. 작가가 팔리는 물건을 만들 것인가, 예술적으로 가치 있는 작업을 할 것인가를 고민하는 것과 같다. 언제나 사업예산이 부족한 예술계 프로젝트에서 대중성과 전문성 두 마리 토끼를 다 잡는다는 것은 어쩌면 가장 어려운 도전 과제일 것이다. 비슷한 맥락에서 도취도취는 학예와 마케팅 사이에서 딜레마에 빠지곤 했다. 결과부터 고백하자면 도취도취는 전시와 책이 정통적으로 갖추어야 하는 형식과 내용의 전문성, 공공 기금으로 추진하는 사업으로서 공예 분야에 이바지해야 한다는 의무감을 우선으로 여겼다. 한정된 시간과 노동을 학예 업무에 쏟느라 홍보와 마케팅에는 많은 자원을 할애하지도 못했고, 그나마도 큰 성과를 내지 못했다. 공예주간에 참여한 사업 주체 중에는 마케팅 역량이 매우 뛰어난 팀들이 꽤 있다. 그중에는 넉넉한 자본이나 마케팅 전문가를 보유한 팀도 있지만, 사업 성격 자체가 마케팅 기반 혹은 마케팅 친화적인 경우도 있다. 뛰어난 감각과 재치가 돋보이는 참신한 프로젝트는 마케팅 전략에 대한 영감을 주기도 한다.  이들의 활동처럼, 공예 문화의 대중 확산을 목표로 하는 공예주간의 성격에는 좀 더 많은 관객을 동원하고, 좀 더 많은 피드에 노출되는 사업, 고루하고 진지한 학예 업무보다는 감각적이고 ‘힙’한 이미지의 커뮤니케이션이 가능한 사업이 애초에 더 적합해 보이는 것도 사실이다.
의기소침해지는 건 잠시 미루고 다시 두 마리 토끼를 잡는 상상을 해보자. 학예 연구와 전시 기획의 전문성과 마케팅과 커뮤니케이션의 전문성을 주고받을 수는 없을까? 공예주간을 통해서, 공예주간을 계기로, 각자 다른 전문성을 보유한 이들이 서로에게 부족한 역량을 교환할 수 있는 제도가 있다면? 일례로 서울문화재단은  예술지원사업이 지원금 수혜 대상자들인 창작자들과 공간운영자들이 서로 연결될 수 있도록 정보와 만남의 기회를 제공하는 프로그램을 운영한 바 있다. 공예주간이 대중-관객-소비자를 대상으로 하는 B2C 행사 모음에서 작가, 기획자, 운영자를 포함한 사업주체들을 연결하는 B2B 플랫폼으로 작동할 수 있다면 양질의 기획의 향유 기회 확대라는 목표는 달성될 수 있지 않을까?

 

<본 사이트에는 일부 내용이 생략되었습니다. 자세한 내용은 월간도예 20226월호를 참조바랍니다. 정기구독하시면 지난호 보기에서 PDF를 다운로드 하실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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