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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22.06월호 | 작가 리뷰 ]

[젊은작가] 김현영
  • 편집부
  • 등록 2022-06-29 10:31:53
  • 수정 2024-06-27 17:26: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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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젊은 작가 | YOUNG ARTIST]

얼마 전 열린 아트페어 ´더프리뷰성수´에서 김현영 작가의 작업을 처음 보았다. 흘러내리고 퍼지고 갈라진 각색의 유약 덩어리들이 호기심을 자극했다. 특정한 용도도, 일정한 형태도 없는 추상의 도자는 낯설면서 새로웠다.

´동시대의 언어´로 치환한 흙의 우연성
김현영


「1250의 자율신경제-WRM3」 ceramic | 21x24x15(cm) | 2020


「사랑의 형태1_43」 14×19×5cm | Ed of 60, ceramics, fabric on canvas | 2021


「1250의 자율신경제-RRS」 80×80×10cm | ceramics, 16piece | 2021,2022

김현영 작가는 2019년부터 ‘900_1250 of 자율신경제’ 연작 시리즈를 이어오고 있다. 자율신경제는 땀, 소화, 호흡 등 인간의 의지로 제어할 수 없는 자율신경계에 문제가 생겼을 때 먹는 치료제를 말한다. 큐브 형태의 틀에 ‘갇힌’ 유약은 가마 안 1250도의 온도와 만나면서, 즉 이 온도를 ‘처방’ 받음으로써 작가가 의도하지 않은, 의도할 수 없는 결과물을 만들어내는데 이 과정에 초점을 둔 작업이다. “흙으로 원하는 형태를 빚어 가마에 구워 의도한 결과물을 얻는 작업에서는 재미를 못 느꼈어요. 저도 (결과물을) 모르는 작업을 하고 싶었어요. 가마를 100% 컨트롤하는 건 불가능하니까 가마 안에서 이뤄지는 우연성을 부각하는 거죠. 기계가 사람 손보다 훨씬 더 정교한 결과물을 대량으로 만들어내는 시대에 제가 흙이라는 재료로 할 수 있는 작업이라고 생각했습니다.” 전통적인 도자 작업에서 유약은 흙으로 만든 형태에 바르는 마감재로 사용되는데 작가는 이런 ‘틀’에서 벗어나 유약 자체를 형태를 구성하는 재료로 사용한다. 유약은 가마의 고온과 만나 큐브의 ‘틀’을 깨고 자유로운 형태를 얻게 된다. “처음에는 흙으로 큐브 베이스를 만들었는데 점점 유약의 비중을 높여서 유약 덩어리로만 작업하기도 해요. 유약의 비중이 늘수록 틀에서 더 많이 벗어나게 되거든요.”  작가는 작업 과정에서 ‘조물주’가 되는 경험을 한다. ‘조물주’는 여러 재료들을 넣어 하나의 오브제를 창조하고, 이 창조물은 가마 안 환경의 영향을 받아 ‘조물주’도 관장할 수 없는 각각의 성격과 개성을 찾아 간다. 작가는 이를 ‘흙의 자유 의지’라고 부른다. 여기에는 형태와 빛깔이 어떠해야 한다는 정답이 없기에 모든 창조물은 나름의 매력을 발산한다. 그러므로 그의 작업에서 ´실패작´이란 있을 수 없다.

“초반에는 흙이 지닌 물성에 중점을 두고 작업했어요. 그러다가 어느 순간 큐브 하나하나를 사람이라고 생각하게 되었어요. 작년에 서울시립미술관SEMA 창고에서 ‘공존’을 주제로 전시를 준비하면서 당시에 많이 고민하던 ‘사랑’이라는 테마와 연결해 신작을 만들었어요. 제가 생각하는 사랑이란 나 자신을 잃지 않은 상태에서 상대방과 결합하는 일이에요. 이런 생각을 반영해 두 개의 작은 유약 덩어리를 나란히 놓고 가마에 구웠어요. 그러면 서로 붙기는 해도 원래의 제 형태를 유지하죠. 그러면서 서로 영향을 주고받아 색과 형태, 질감이 변하는데 옆에 어떤 ‘사람’이 있는가에 따라 발현되는 색과 형태 등이 달라지거든요.” ‘사랑의 형태’라 이름 붙인 60점의 이 시리즈 작업은 ‘더프리뷰성수’에도 전시돼 많은 공감을 얻었다.

‘사랑의 결실을 맺으려면
합合이라는 육체적 노동, 즉 형상의 무너짐이 필요하다. 합合을 통해 드러난 실루엣은 A+B=C가 아니라, A+B=AB가 되어 내 어깨의 반쪽을 내어주는 것에서부터 시작된다.’
_ 작가노트 중에서

작가는 큐브(혹은 유약 덩어리) 하나하나를 ‘자유 의지’를 지닌 ‘사람´으로 여기고 여기에 자신의 생각과 상황을 솔직하게 투영한다. ‘사랑의 형태’ 시리즈 역시 그렇게 만들어졌다. 작가가 최근에 관심을 갖는 주제는 사람의 성격(성향)이다. “개인의 삶을 좌지우지하는 것이 타고난 성격인지, 그가 처한 환경인지, 어느 것이 삶에 더 큰 영향을 주는지 궁금해요. 이 (큐브) 아이들도 애초에 제가 어떤 성격을 부여했는데 가마 안의 환경에 따라 색과 질감 등이 달라지잖아요. 요즘 많이 이야기하는 MBTI로 이 아이들을 분류해 작업해 보면 어떨까 궁금하더라구요.” 작가는 흙과 가마의 우연성을 탐구하는 단계를 거쳐 이제는 ‘동시대의 언어’로 자신의 이야기를 담아내는 작업에 집중하고자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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