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큐레이터의 전시 읽기 | CURATOR´S EXHIBITION CHOICE]
현대공예에서 동시대공예로의
뜨겁고 서늘한 이행
2022년 들어 국·공립미술관에서 개최된 첫 번째 ‘현대공예’ 기획전이 대전시립미술관(Daejeon Museum of Art, 이하 DMA)에서 지난 4월 <불보다 뜨겁게 바람보다 서늘하게>라는 제목으로 개최되었다. 국내 국공립미술관에서 공예전문 큐레이터가 있는 곳은 국립현대미술관과 공예관련 전문 박물관·미술관이 있어 기획전시를 정기적으로 개최하는 서울, 이천, 여주, 광주, 청주, 김해 등의 도시에 소재한 일부 미술관에 제한된다. 따라서 지방자치단체가 운영하는 시도립 공공미술관에서 ‘현대공예’뿐만 아니라 공예 기획전을 관람할 수 있는 기회는 지역 미술관별로 해마다 한두번 정도나 없는 경우도 있어 귀한 공예전시가 되겠다.
윤상희 「가시꽃-붉은 소녀」 2021
먼저 전시의 취지와 구성을 설명하자면, <불보다 뜨겁게 바람보다 서늘하게>는 대전, 충청지역 미술관의 역할에 맞추어 지역작가를 조명하고 위상을 제고하는 전시로 기획되었다. DMA에서는 본 전시가 2021년에 개최한 도예기획전 <시간의 온기>에 이어 두 번째로 진행되는 현대공예전이라고 규정한다. 대전과 충청 지역을 연결고리로 하는 30대 중반부터 70대 중반의 작가들로 공예 또는 작품의 형식·기법·재료에 공예적 특성을 활용하여 작업하는 14명이 참여하였다. 전시는 섹션1 ‘무엇이 손을 사유하게 하는가’(참여작가_김희라, 윤상희, 윤지선, 인영혜, 조혜진, 정은진, 정해조)와 섹션2 ‘손은 무엇을 사유하는가’(참여작가_구경숙, 송계영, 오치규, 유은옥, 임미강, 최문주, 최영근)로 나뉘어 구성되었다.
섹션1 무엇이 손을 사유하게 하는가
전시기획을 맡은 우리원 큐레이터는 한나 아렌트(Hannah Arendt, 1906~1975)의 대표작인 『인간의 조건』(1958)에서 저자가 제기한 근원적인 물음인 “우리는 무엇을 하고 있는가”에서 영감을 받아 섹션 제목을 정하였다고 한다. 이에 따라 현대공예에 있어 손의 물리적 역할 뿐만 아니라 사유적 역할을 강조하며, 전시는 다양한 소재와 기법으로 작업하는 작가들의 개념과 형상이 집약된 작품들로 구성되었다. 본 전시에서 이야기하는 손은 대상과의 직접적인 관계와 수행적인 과정을 통해 유기적으로 끊임없이 확장되고 변용되는 사유의 주체가 되고, 현재를 느끼며 살아가는 실존적 작가들의 이야기를 풀어가는 담지체라고 할 수 있겠다.
섹션2 손은 무엇을 사유하는가
조금 더 살펴보면, 한나 아렌트는 인간으로서 실존적 삶을 살기위해 필요한 근본 활동으로, 생명 유지를 위한 생존활동으로서의 노동labor, 세계와의 관계 형성 및 구축을 위한 제작활동으로의 작업work, 노동과 작업의 구속을 벗어나 인간이 관계를 맺고 서로의 생각을 교환하고 설득하는 정치 활동으로 행위action를 구분하였다.소비사회에서 생존을 위한 노동과 세상과의 연결을 이어가려는 작업에 지쳐 정치적으로 무관심해지는 인간을 경계하고자, ‘근원적인 물음’을 지속하는 행위를 사유함으로써 인간의 조건도 재사유하고자 하였다. 이러한 매커니즘은 이번 전시에서 두 개의 섹션 제목으로 제기되었고, 참여작가들이 구현한 손의 사유를 통해 공예의 조건을 다시 들여다보자는 비유로 읽혀진다. 그리고 여기서 간과할 수 없는 중요한 상황은 공예의 조건이 시대별로 달라진다는 점이다. 인간 삶의 조건과 환경이 급속히 변하는 동시대에서 공예의 조건 역시 정체되어 있을 수는 없을 것이다. 이는 2019년 후반부터 현재까지 COVID-19로 인한 팬데믹의 장기화로 이전과 달라진 일상을 살고 있는 주변 상황의 변화에서부터 인지할 수 있다.
<</SPAN>본 사이트에는 일부 내용이 생략되었습니다. 자세한 내용은 월간도예 2022년 5월호를 참조바랍니다. 정기구독하시면 지난호보기에서 PDF를 다운로드 하실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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