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시 리뷰 | EXHIBITION REVIEWS]
정두섭
흙에서 흙으로 이어진 인연, 구억리
남쪽으로 간 까닭은
도예가 정두섭의 거점인 강원도 양구는 남한의 최전방이다. 그가 제주도 서쪽 끝자락에 있는 대정읍 구억리로 갔단다. 전국이 일일권역이요, 초연결의 세상인 지금도 어김없이 땅을 가로질러 하늘을 날아 바다를 건너고, 다시 한시간여를 달려야 당도하는 꼬박 하루가 소요되는 거리이다.
<구억리> 마을은 200여년 전부터 옹기를 만들었던 곳이다. 대정읍의 다른 마을과는 달리 토질이 척박해 농사가 잘 안되었던 이곳은 20세기 전반까지도 옹기장이들이 정착하여 집성촌을 형성하고 있었다. 지금은 가마터와 보존회가 그 흔적만 간직하고 있지만, 20세기 전반까지도 구억리 인근에는 곶자왈이 넓게 분포해 땔감이 풍부하고, 인근의 신평리, 무릉리 등지에서 옹기토가 수급되어 크게 요업이 번창하였다.
내가 양구 백자에서 제주 옹기로 변심(?)한 작가의 행보가 갑작스럽기도 하고 희한하기도 하여 작가에게
물었더니, 양양공항에서 제주 대정읍까지 서너 시간이면 오갈 수 있으니 ‘할만하겠다’고 시작한 일인데, 양구에서 완도까지 달려 바다를 건너 제주항까지, 그야말로 산넘고 물건너 작품을 운반하고 우여곡절 끝에 열린 전시라고 말한다. 이번 전시에서는 2022년 1월~2월 양구와 제주를 오가며 작업한 35점의 작품과 과정품을 선보인다. 이 가운데 제주 대정읍 노랑굴(전통 옹기가마)에서 번조한 작품 9점, 양구의 가스가마에서 번조한 작품 25점 등이 어우러져 있다.
# 해시 태그 정두섭
도예가 정두섭의 그간의 필모그라피를 해시# 태그로 링크를 한다면, 아마도 #양구, #백자, #양구백토, #양구백자박물관장, #통일백자, #합토, #자연 등 이런 단어들을 꼽을 수 있지 않을까?
나는 그가 직업인으로서, 도예가로서 이룬 성취를 정량화할 수는 없으나, 열혈청년에서 중견작가가 되기까지 그가 버텨낸 시간들에 존경심을 표하지 않을 수 없다. 2006년 양구에 백자박물관이 세워졌고 작가들이 모이고, 새로운 전시관을 증축하고, 백토마을을 조성하는 수고가 이어지고 있다. 개관 이후에 위축되기 십상인 지역 기반의 박물관이 이처럼 멈추지 않고 확장해 간다는 것은 절대 쉽지 않은 피땀 눈물의 결실임을 나는 동항同行으로서 충분히 짐작하고도 남는다. 우리에게 알려진 도예가 정두섭은 양구의 흙과 자연을 모티브로 한 작품을 발표해 왔다. 뮤지엄맨으로서 그의 노력은 고스란히 작품세계에도 이어져 생업과 작업의 메시지가
어긋나지 않았다. 즉, 그의 삶의 터전인 양구는 작가의 모태인 흙과 일체되어 백자로 번안되었다. 최근 5년 동안의 <다시, 자연>(2021), <흙으로 빚어낸 자연>(2020), <자연 빚다>(2019), <자연을 빚다>(2018), <자연을 닮은 백자>(2017) 전시 제목을 통해서 감지되듯이, 작가에게 자연은 ‘현재를 존재케’<달빛풍경>2013. 작가노트하고, 모든 작품의 궁극의 목표인 ‘자연과의 동화’<다시 자연>2021 작가노트 라는 지향점을 거듭보여 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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