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커스 | FOCUS]
조형의 본질 점·선·면·색
박부원 「청동채 달항아리」 48×48×48cm | 2015
조병호 「설백자달항아리」 48×48×49cm | 2015
작가는 경이로운 자연을 대상으로 본래 보다 더 생생하거나 극적으로 표현할 수 있고, 작가가 원하는 구도로 재구성할 수 있으며, 상상력을 동원하여 단순하고 상징적으로 표현할 수도 있다. 작가는 100호, 200호 이상의 큰 화면에 작은 곤충이나 풀잎을 확대해서 표현하기도 하고, 엽서 크기의 작은 화면에 한 폭의 산수를 담아내기도 한다. 또한, 한 줄의 선이 산과 바다, 땅의 지평선을 만들 수도 있고, 하나의 점으로 우주를 그려낼 수도 있다. 세상의 모든 형태를 원, 구, 원뿔, 원기둥, 기하학적 구조로 표현하려 했던 세잔Paul Cezanne1839~1906을 넘어, 점, 선, 면으로 조형의 본질을 표현하려 했던 칸딘스키Wassily Kandinsky1966~1944는 구체적인 형상이 오히려 형태의 본질을 왜곡할 수 있다고 생각하고 최소한의 구조와 형태로 조형의 본질을 표현하려 했다.
조형의 본질에 대해서 논하기 전에 우선 예술의 본질을 먼저 언급해야 할 필요가 있다. 예술의 본질에 대해서는 동·서양의 시각 차이가 있다. 동양에서는 정신적 측면에 많은 비중을 두었고, 서양에서는 과학적이고 경험적 시각에서 해석하는 경향이 있다. 그러나 현대에 들어서 동·서양 각자의 시각에서 해석하는 예술관에 한계를 느끼고 기존의 시각에서좀 더 확장된 영역의 이론을 섭렵하며 발전하게 된다. 물론, 각자의 입장에서의 확장과 수용이다. 이번 전시에서 점, 선, 면, 색을 통해서 살펴보는 조형의 본질은 궁극적으로 예술의 본질과 맥을 함께 한다.
하이데거Martin Heidegger1889~1976는 『예술작품의 근원』이란 글에서 예술작품에서 존재들의 진리와 본질이 어떻게 되살아나는지를 설명하고 있다. 그는 고흐가 그린 「시골 아낙네의 신발」에서 고된 아낙네의 삶과 작가의 마음을 읽어내듯이 ‘작품 안에 존재자의 진리를 정립하는 것’이라고 말한다. 이 예술 본질에 대해서 동양에서는 유교, 불교, 도교적 입장에서 우주 만물과 인간의 관계, 존재성, 성찰을 작품에 담았다. 서양에서는 모방론으로부터 시작해서 신본주의를 지나 인본주의 사상에 다다르면서 자아自我에 대한 존재성과 자각에 초점을 맞춰 작품을 제작했다. 따라서 동·서양의 예술관이 그대로 미술로 연결되는 것이고, 예술과 미술이 자아를 찾는 통로로 인식되어온 것이다. 따라서 예술, 그중에서도 미술의 본질이 객관적 보편화에 도달하는 방법이라는 공통점이 있다.
동양 회화에서의 먹색은 무한의 색을 담고 있고, 평범하게 보이는 산수화에서의 여백은 무한 확장 공간을 의미한다. 그저 비어있는 공간이 아니라, 화면 구성의 기본 배경이 되는 것이다. 즉, 하나의 점은 작가가 의식하는 만 가지 형태가 될 수 있는 기호가 되며, 화선지 끝까지 이어진 선은 끝없이 이어진 선이 될 수 있다. 그 선은 영원히 평행선을 그릴 수도 우주 어느 끝에서는 만날 수도 있는 선이 된다. 이러한 동양의 우주관을 담은 회화는 현대적 변용을 통해 점과 선이 반복되는 형태를 가지면서 화면을 구성하고, 각 작가만의 메시지를 담기도 한다. 즉, 동양 예술철학에서 말하는 물아일체物我一體 사상을 담는다.
<본 사이트에는 일부 내용이 생략되었습니다. 자세한 내용은 월간도예 2022년 4월호를 참조 바랍니다. 정기구독 하시면 지난호 보기에서 PDF를 다운로드 하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