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외 | WORLD]
도예가 베톨드와 독일의 도자마켓
유럽 전 지역에서 150여 명의 도예가가 자동차 트렁크에 작품을 싣고 와서 이곳 회어-그렌츠하우젠에 전시하게 되는데 특히, 작가들은 자신이 직접 만든 다양한 스탠드 위에 작품을 전시하고 판매한다. 도시의 명성에 걸맞게 큰 규모의 도자마켓이 매년 회어-그렌츠하우젠에서 열린다. 헝가리계 독일 작가인 베톨드에게 회어-그렌츠하우젠Höhr-Grenzhausen 도시는 특별한 영감을 주는 곳이다.
베톨드 작가의 스튜디오
베톨드의 컵
필자가 6년간 살았던 독일 프랑크푸르트, 이곳에서 차로 한 시간 정도 떨어진 거리에는 작은 도시 기센Giessen이 있다. 이곳에 살고 있는 도예가 베톨드 조세프Berthold-Josef Zavaczki를 만나기 위해 고속도로를 타고 가는 봄의 길목엔 노란 유채꽃이 아름답게 펼쳐져 있었다. 독일, 이태리 등 유럽의 자동차들이 총알처럼 지나쳐가는 고속도로, 아우토반을 빠져나와 찾아간 작가의 집은 예쁘고 모던한 정원 딸린 주택가 사이에 있었다. 정원 한쪽에는 작가가 직접 짜서 만든 소금가마가 있었고 체리나무와 꽃들 사이엔 작은 바비큐장비와 야외식탁이 자리를 잡고 있었다. 바비큐장비를 보니 독일 사람들은 날씨 좋은 날이면 종종 친구들과 야외 바비큐를 즐기기 때문에 저렴한 고기와 소시지를 구울지언정 팬시한 바비큐 장비는 제대로 갖추고 산다는 어학당 선생님의 말이 떠올랐다. 정원을 통과해 들어간 살림집에는 전시실로 사용되는 거실이 있었고 회전계단을 따라 내려간 지하에는 작가의 작업실이 갖춰져 있었다. 전시실도 작업실도 작가의 작업만큼 깔끔하고 정갈한 모습이었다. “커피 한 잔 하실래요?Möchten Sie eine Tasse Kaffee trinken?” 기분 좋은 터키커피의 향기는 코끝을 오랫동안 간지럽히던 기억으로 남아있다.
도예가 베톨드 조셰프
‘도예는 내게 마약 같은 존재입니다 (Cermics are a drug for me).
도예가로서 새로운 작업을 끊임없이 시도하며 앞으로 조금씩 나아가고 있지만, 결코 안주함을 거부하는 그는 아름다움을 찾아 날아오르는 나비처럼 오늘도 더 열심히 작업에 매진합니다.’
_하이데 자바즈키Heide Zavaczki
헝가리계 독일 작가인 베톨드에게 회어- 그렌츠하우젠Höhr-Grenzhausen 도시는 특별한 영감을 주는 곳이다. 그는 이곳에서 대학 마이스터 과정을 거쳐 작업과정에서 습득한 색조들 즉, 유럽전통의 회어-그렌츠하우젠 소금유를 기본으로 작업한다. 전통적인 아시아 유약인 시노유, 덴모쿠유, 청자유, 붉은 동유를 이용해 만든 색들로 그만의 특별한 작품을 만든다. 가스가마 소성과정과 소금유의 가열반응을 통해 나타나는 자연스러운 회화적 문양이 그의 작품의 특징이다. 그는 또한 문양의 장식효과를 더하기 위해 소성 시 그릇 위에 귤껍질을 덥고 오렌지소다로 만든 화장토를 덧칠한 후 잿빛 소금을 뿌린다. 탱고귤과 오렌지의 잡종 의 영감과 문양에 드러난 희미한 선들, 잡기 편하게 휘어진 손잡이, 자연스럽게 굴곡진 형태 및 소금 결정으로 만들어진 반짝이는 점들의 조화가 그의 작품세계를 그려내고 있다. 그의 말에 따르면 자신은 작업의 한계를 뛰어넘는 위험을 두려워하지 않으며 모든 작업을 모험으로 받아들인다고 한다. 특별히 내면의 빛에 집중하고 싶다는 것이 그의 고백이다. 작가는 한국과의 관계에서도 특별하다. 그는 문경찻사발축제에 참여하기도 했고 필자와 국제워크숍에서 교류했으며, 유태근 도예가 작업실에서의 레지던시, 한국의 분청 체험 등 작가는 헝가리예술가의 기질과 한국예술의 문화적 특징을 도예작업으로 연결시키고 있다. 특히, 한국도자의 경험은 그의 작품발전의 전환점이 되었다고 한다.
독일 전통도예의 중심, 회어-그렌츠하우젠
유럽에서 가장 큰 점토 매장지가 있는 칸넨베커란트Kannenbäckerland인 회어-그렌츠하우젠Höhr- Grenzhausen은 독일 남부의 라인란트- 팔츠Rheinland-Pfalz주의 베스터발트 지역에 속한 도시로서, 도자 산업을 주도하는 중심지이다. 특히, 이곳은 전통적으로 도예가들이 갈색 소금유 식기를 생산하던 곳이다. 1590년대 벨기에 접경지역 ‘라에렌Raeren’ 지역과 독일 ‘이젠베르크Isenberg’ 지역의 도예가들이 회어-그렌츠하우젠으로 이주하면서 일명 ‘베스터발트
도기Westerwälder Stoneware’라고 불리는 청회색 도자기를 발전시켰다. 특히, 코발트로 칠해진 회색도기의 생산기술은 당시 획기적인 것으로 평가되었다. 이후 바로크 시대에 이 유약은 유럽 전역으로 퍼져나가며 사용되었는데 이처럼 이곳은 회색- 청색도기 시대의 토대를 마련했던 역사적인 곳이다.
이후 1866년 프로이센 정부는
도자기의 산업화와 오래된 독일석기의 생산을 촉진하기 위해 도자기 산업을 법령으로 제정하였고 1884년엔 회어- 그렌츠하우젠을 잇는 철도건설로 베스터발트의 도자기무역은 장거리로 발전되어 갔다. 이 과정에서 회색 도기에 적합한 철성분이 적게 들어간 유약이 개발되었고, 코발트블루 장식그림이 그려진 도자기들이 생산되었다. 회어-그렌츠하우젠은 현재까지 독일 도자의 중심지로써, 도예 전공 대학이 설립되어 한국을 비롯해 세계 각국의 학생들이 유럽의 도예를 배울 기회를 제공하고 있고, 더불어 다양한 도예 전문 교육이 이뤄지고 있다. 유명한 도예 전문 박물관 베스터발드 도기 박물관Keramik museum Westerwald에서도 한국 현대도예가들의 작품 등 다양한 컬렉션과 함께 전 세계 도예가들의 전시들이 열리고 있다.
유태근 도예가의 워크숍
<본 사이트에는 일부 내용이 생략되었습니다. 자세한 내용은 월간도예 2022년 4월호를 참조 바랍니다. 정기구독 하시면 지난호 보기에서 PDF를 다운로드 하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