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외 | World]
실비오브레이의 세계
실비 오브레이Sylvie Auvray의 작업 세계는 일상에서 느끼는 모든 것을 직설적으로 표현하는 동시에 이를 살짝 비틀어, 보는 이로 하여금 세상의 임의성을 마주하게 한다. 세상을 열린 감각으로 받아들여 구현한 작업들은 소재, 매체, 질감을 통해 일상에 대한 호기심과 새로움을 느끼게 한다.
글. 허미석 독립 큐레이터 사진. 실비 오브레이 제공
「Joe the plumber」 2019, 세라믹, 애나멜을 입힌 석기
촬영_Yann Bohac 제공_Galerie
실비오브레이 1974년, 파리 출생 의 작품은 다양한 매체와 색감, 그리고 익숙한 듯 낯선 형태 때문에 얼핏 일상을 다르게 보는 판타지의 시각에서만 이해되기 쉽다. 그러나 오브레이의 작품은 근본적으로 세상의 자극을 흡수하여 이를 손끝에서 작품으로 만들어내는 과정을 직설적으로 보여준다는 점에서 주목할 수 있다. 작가는 개인적인 시각에서 바라본 일상의 사물과 풍경을 스스로의 경험에서 비롯한 방식을 통해 작품에 표현한다. “평범한 풍경을 다르게 보고자 하는 것이 아니라, 일상 자체가 늘 색다르게 다가온다”고 말하는 작가는, 매일의 연속에서 한 사람으로서 집적해온 경험을 이야기로 작품을 만든다.
회화, 조각, 드로잉 등 다양한 매체로 작업하는 실비 오브레이는 회화로 작가로서의 활동을 시작했다. 개인적으로 석고를 활용한 작은 조각을 제작하기도 했으나, 2010년 프랑스 디종 르 콩소르시엄Le Consortium에서 처음으로 본격적인 세라믹 작품을 선보였다. 한 세라믹 스튜디오에서 그릇에 그림을 그려 달라는 의뢰를 받았고, 이에 대한 교환으로 도자기를 배운 것이 계기였다. 한편, 작가는 2000년대 초 패션 업계에서 일을 한 경험이 있다. 모든 것이 소재와 자원이 되는 동시에 이를 파괴하는 특성을 갖고, 순수 예술과 상업예술이 혼재하는 패션업계에서의 경험은 작가가 작품 안에서 수없이 많은 이미지와 재료를 활용하는 것에 영향을 주었다. 그는 당시의 현장이 “이미지를 신봉하는 동시에 가장 빠르게 소비하고 버리기도 했다”고 관찰하며, 자신이 세상의 다양한 일면을 흡수하고 이것이 작품으로 나오는 과정이 때로는 공포스러울 정도로 빠르다고 이야기한다. 작가는 길이나 바닥에서 본 것들, 자신의 아이, 광고, 풍경 등 모든 것들을 작품에 직설적으로 활용한다. 전시
촬영_Yann Bohac, 제공 Galerie Laurent Godin
오브레이는 눈으로 담게 되거나 직접 사진에 담게 되는 이미지뿐만 아니라, 여행을 하며 수집하게 되는 것들을 활용하여 작품을 만든다. 길을 가다가 흥미로운 것을 발견하면 사거나 줍고, 이베이에서 눈에 띄는 소품이 있으면 사기도 한다. 이를 어떤 수집의 본능으로 표현하는 그는 자신의 아버지가 화석을 모으는 취미를 갖고 있었고 본인 또한 이 영향으로 바닥을 보면서 끌리는 모양이나 색감을 가진 돌, 플라스틱, 조개 등 눈에 띄는 것을 줍는 것이 습관이 되었다고 한다. 작가에게 이 행위는 물품의 ‘이야기’를 수집하게 되는 것과 같다.
이야기를 지닌 물품들은 세라믹을 포함한 다양한 재료와 함께 조각이 되며, 때로는 그릇, 항아리, 가면, 또는 반지나 목걸이가 된다. 오브레이는 이렇듯 일상을 경험하는 사람으로서 자신이 수집한 것과 포착했던 세상을 작품으로 형성한다.
한 사람이 그가 보고 선택한 세상이 담긴 거대한 아카이브라고 생각한다면, 그 아카이브가 작품으로 표현되는 것은 어떤 의미인가? 오브레이는 작품을 위해 특정 주제에 대한 사전 연구조사를 필수적으로 하는 것이 아니다. 어떤 작품을 만들고자 생각하며 물품이나 이미지를 수집하지 않으며, 작품을 위한 청사진을 반드시 그리는 것도 아니다. 그러나 그 자신이 살아있는 사람으로서 쌓아온 삶의 배경, 문화, 세계를 ‘보는 눈’, 그리고 축적된 경험이 그 선택에 영향을 주며 결국 작품에 표현된다. 문화는 텍스처, 패턴, 모양, 색감을 포함한 하나의 미학적 특징으로 발현되어 우리가 보고 인식하는 방식에 영향을 주지만, 개개인 또한 그에 영향을 주며 끊임없이 상호작용한다. 작가 또한 열린 감각으로 세상을 흡수하여 이를 작업에 혼합적으로 담아낸다. 이를 통해 익숙해진 모양, 형태들을 관철하는 동시에 작가 특유의 시각으로 우리가 익숙하게 보는 사물 간의 관계를 흩뜨린다. 다른 작품을 선보이기 위한 일종의 플랫폼으로서 만들어진 형태들은 그 자체도 조각이 되어 그 구분이 모호해지며, 좌대와 작품이 하나의 조각이 된다. 나무 조각, 헝겊, 세라믹 조각 등 작업 과정에서 남은 재료나 이전에 버려질 수도 있었던 일상적 물품을 다시 작품으로 만들어, 버려지는 잔여물과 완성품의 관계, 의미 없는 부산물과 소중한 것의 구분을 다시 바라보게 한다.
「Fabregas Broom」 세라믹, 코키아Kochia,
작품의 소재 및 재료와 마찬가지로, 다양한 매체의 사용은 작가가 받아들인 세상의 경험이 작업으로 구현되는 과정이다. 예를 들어, 작가가 자동차 페인트를 사용한 계기는 자동차와 모터사이클 튜닝 문화가 활발한 로스앤젤레스의 한 차량 정비소에 첫 미국 스튜디오가 있었기 때문이다. 오브레이는 세라믹, 회화 재료, 수집된 사물, 금속, 콘크리트, 자동차 페인트, 석고, 직물 등, 다양한 경험에서 마주하게 된 재료를 모두 활용한다. 작가는 세라믹의 소성과정에서 불이 재료를 변형하고, 갈라지거나 저항하는 과정들, 재료가 서로 뒤섞이고 반응하여 거친 질감들로 나오는 예측불가한 결과에 주목한다. 이 과정은 우리가 살아갈 때 받아들이는 세상의 다양한 경험과 정보가 충돌하며 사라지거나 남는 과정과 비슷하다. 때로는 재료의 혼재가 작업의 정확한 매체가 무엇인지 알 수 없는 결과물을 만들어내기도 한다.
재료와 소재를 통해 보이는 오브레이의 작업세계 속 ‘혼재’는 일상적 물품을 흥미롭게 바라보며 ‘오브제’가 갖고 있는 의미의 유동성을 실험하는 작업에서도 엿볼 수 있다. 접시는 조각이나 회화처럼 보여지기도 하고, 익숙한 물품과 뒤섞인다. 전시
<본 사이트에는 일부 내용이 생략되었습니다. 자세한 내용은 월간도예 2022년 3월호를 참조바랍니다. 정기구독하시면 지난호 보기에서 PDF를 다운로드 하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