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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22.03월호 | 특집 ]

[특집Ⅲ]도구로 사유하기-전창현
  • 편집부
  • 등록 2022-03-30 11:59:12
  • 수정 2022-03-30 12:26: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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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집Ⅲ | SPECIAL FEATURE Ⅲ]

 

도구로 사유하기

전창현

 

도구는 또 다른 손으로도 불린다. 작업에 필요한 도구는 구입해 쓰거나, 손에 맞는 도구를 직접 만들어 쓰기도 한다. 구입해 사용하는 도구를 넘어 작업자들의 다양한 작업방식에 따른 도구들은 어떨까, 도예가들은 손에 맞는 어떤 도구를 사용할지 살펴보았다. 글·정리. 편집부  사진. 전창현 제공

 

 

도구를 원목가구 스튜디오 루미디브릭에 의뢰, 제작한 점이 흥미로웠습니다. 어떤 계기로 제작하게 됐는지 궁금합니다.

루미디브릭은 목공에 필요한 도구를 직접 사서 쓰거나, 가끔은 사서 쓰는 도구의 불편함을 개선하기 위해 손에 맞는 도구를 직접 만들어 썼다고 합니다. 자연스럽게 ‘도구’ 자체에 대한 흥미가 생겼고 다른 작업을 하는 작가들의 도구에도 관심을 가지게 되었고, 그러한 연유로 제게도 인연이 닿았습니다.

제작도구의 전반적인 준비와 진행과정이 궁금합니다. 도구의 메이킹 과정에서 느꼈던 개인적인 소감이나 기억나는 에피소드 등이 있다면 소개해주세요.

그때가 2016년 가을이었어요. 제 작업실에 모여 사용하는 도예도구 전반의 명칭과 쓰임에 대해 설명하고, 다음으로 협업이 가능한 나무 도구를 추렸습니다. 구입한 도구의 불편한 점, 직접 만든 도구의 한계점, 보완이나 구현 가능 여부 등을 토론했습니다. 자주 사용하는 도구는 크기를 측정해 도면으로 그렸고, 몇몇 도구는 샘플로 빌려갔습니다. 보름 정도 지나 그동안 제작해서 가져온 도구를 가지고 실제로 사용하면서 대화를 나누었습니다. 수종에 따르는 내구성, 두께감, 그립감 등이 주요 내용이었지요. 그렇게 수정사항이 반영된 도구를 최종적으로 완성했습니다. 이러한 과정 전반을 프로젝트 도록으로 남겼고, 그 도구를 지금까지 잘 사용하고 있습니다. 아무래도 사용 경험이 누적된 직접 사용자가 제작한 것이 아니기 때문에 디테일이 조금 아쉬웠지만, 제가 원하는 크기와 형태, 그립감을 최대한 반영해 제작한 도구를 사용하니 작업이 한결 편해졌습니다.

 

기계로 제작한 도구와 손으로 만든 도구의 장단점이 있을 것 같습니다.

도구를 제작하기 전, 제가 직접 제작한 말문양 나무판을 사용하고 있었습니다. 당시 갑자기 떠오른 아이디어를 빨리 적용해 작업해보고 싶은데 마땅한 재료는 없고, 소성 후 남은 소나무가 눈에 띄어서 평평하게 가공한 뒤 선각했습니다. 조각 도구 역시 손에 잡히는 대로, 문방구에서 구한 피노키오 조각도와 사무용 커터칼 등 조악한 것을 사용하는 바람에 제작이 쉽지 않았습니다. 게다가 소나무 나뭇결은 심지가 단단해 조각에 애를 먹었습니다. 또, 말문양이 일정하게 반복되는 패턴을 만들고 싶었는데 즉흥적으로 스케치해 조각한 탓에 패턴의 연결과 확장이 다소 어색했습니다. 사용해보니 나무는 석고에 비해 내구성은 좋았지만 내수성이 부족해서 반복적으로 찍어내는 데 한계가 있었습니다.
루미디브릭을 만나면서 이러한 어려움과 단점을 공유하고 보완해 도구를 제작할 기회가 생겼습니다. 말문양은 컴퓨터 프로그램으로 일정하게 반복하여 보다 확장된 패턴을 만들어 적용했고, 이 문양을 내수성이 강한 나무에 레이저로 가공했습니다. 마지막으로 오일을 칠함으로써 내수성을 강화하는 한편, 변형은 적게 만들었습니다. 일반적으로 옹기용 타렴 도구는 물에 담가놓아서 나무의 변형을 방지하지만, 저는 수레와 도개를 매일같이 사용하지 않기 때문에 그렇게까지 하지 않습니다.
제가 만든 나무판은 조각에 수고가 따르고 문양이 어수룩하게 반복되고 복제가 어렵지만 손맛을 낼 수 있어서 좋은 것 같습니다. 루미디브릭에서 제작한 도구는 일정하고 확장된 문양을 사용했고 무엇보다도 여러 도구와 다양한 수종에 쉽게 적용해 실험하고 가공해볼 수 있다는 점이 좋았습니다. 또, 손으로 선각한 문양은 ∨자로 패이는 반면 레이저로 가공한 문양은 U자 형으로 패여서, 압출 성형에는 ∨패임이 유리하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습니다. 레이저 가공으로도 ∨자 패임이 가능한지는 잘 모르겠습니다.

 

흙작업을 하다 보면 공정마다 꽤 다양한 도구를 사용하게 됩니다. 손에 맞는 도구가 있다면 무엇이고, 그 이유가 궁금합니다.
아무래도 섬세한 작업이 주를 이루다 보니 닭꼬치에 쓰는 나무 꼬챙이를 가장 애용하고 있습니다. 뾰족한 쪽으로는 말문양을 선각을 하고, 뭉툭하게 잘린 꼭지를 콕 눌러 찍어서 말 눈을 만듭니다. 흙 거스러미를 정리하거나 작품에 서명을 할 때도 사용합니다.

 

수레와 도개, 근계와 밑가새 등 작업에 쓰이는 기본도구의 역할과 설명도 함께 부탁드립니다.
수레와 도개는 전통적인 옹기용 타렴 도구인데, 저는 주로 큰 작업을 할 때 사용합니다. 도개는 항아리의 안쪽에, 수레는 바깥쪽에 마주대어 기벽을 다집니다. 보통 도구에 흙이 달라붙지 않도록 빗살무늬나 격자무늬 등을 조각해 타렴하기 좋게 만듭니다. 말문양을 선각한 수레와 도개로 기벽을 다지는데, 이때 친 데 또 치고 말문양이 겹치면서 우연히 만들어지는 기하학적 문양의 미감을 좋아하죠. 근계는 물레를 차면서 아웃라인을 잡을 때 주로 사용합니다. 밑가새는 물레를 찬 뒤 바닥면 가장자리에 붙은 흙을 정리할 때 가장 많이
사용합니다.

 

<본 사이트에는 일부 내용이 생략되었습니다. 자세한 내용은 월간도예 2022년 3월호를 참조바랍니다. 정기구독하시면 지난호 보기에서 PDF를 다운로드 하실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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