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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22.03월호 | 특집 ]

[특집Ⅰ] 바르게 알고 써야 할 도자용어에 대하여
  • 편집부
  • 등록 2022-03-30 10:17:18
  • 수정 2022-03-30 11:43: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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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집Ⅰ| SPECIAL FEATURE Ⅰ]

 

용어는 시대와 상황에 따라 항상 변할 수 있다. 사라지기도 하고 변화하기도 하며 새로이 탄생하기도 한다. 우리의 도자용어들은 대체로 도예학계와 고고미술사학계 그리고 요업공학계에서 사용하는 세 가지로 나뉜다. 그래서 서로 사용하는 용어가 달라 혼란을 일으키고 심지어는 전혀 다르게 만든 용어들도 있다. 이는 조선조 일본에 의해 야기된 전통도예의 단절과 그들 학문의 많은 부분을 따를 수밖에 없었던 이유도 있다. 그리고 선진국의 학문을 받아들이며 각기 세 분야에서 그대로 받아들이거나 직역, 번역, 한글화 작업을 하면서 야기된 현상이다. 그런데도 불구하고 세 분야의 전문가들이 함께 모여 토의한 적은 한번도 없었다.
본 글에서는 세 분야에서 사용하는 용어들이 너무 복잡하게 얽혀 있거나 어려운 한자 용어라서 이해하기 어려운 말, 그리고 아직까지 남아있는 순 우리말들을 서로 비교하면서 잘못된 용어들을 바로잡고자 한다.

글·사진. 박순관 도예가

 
도자기의 분류 중 물그릇, 푸레그릇, 독그릇에 대하여

보통 도자기의 요업공학적 분류로는 토기, 도기, 석기, 자기로 구분한다.
우리나라에서의 분류로 ‘물그릇, 날그릇, 질그릇, 오지그릇, 사기그릇, 독그릇, 칠기그릇, 푸레그릇’이라는 단어들을 썼다. 특히 영어로는 없는 것이 우리의 ‘물그릇’으로서 방금 물레질 하여 만든 물기가 있는 기물을 말한다. ‘날그릇’은 마른 그릇을 말하며 영어로는 그린웨어Greenware, 즉 익지 않은 풋내기 같은 그릇을 뜻하므로 동서양의 말이 재밌게 통한다.
‘토기’는 얼쓰웨어Earthenware를 일본에서 만든 단어로서 7~800도의 낮은 온도로 구운 그릇 즉 질그릇을 말한다. ‘도기’는 포터리Pottery로 유약을 발라 구웠으나 태토가 물을 약간 흡수하며 두드렸을 때 둔탁한 소리가 나는 것을 말한다, 사전에도 도기는 오지그릇 혹은 옹기가 이에 속한다고 썼다. ‘석기’는 스톤웨어Stoneware라 하여 유약을 바르지 않고 1200도 이상의 고온에서 단단하게 구워 물을 거의 흡수하지 않는 그릇을 말한다. 이는 통일신라시대의 고화도로 구운 회청색경질토기가 이에 속한다. 그러나 우리 현대도예계에서는 석기란 말을 거의 사용하지 않고 있다. 그러나 장작가마에서 무유로 구운 작품이나 옹기 중에 푸레그릇이 이에 해당하는데도 불구하고 석기라는 말은 사용치 않을 이유는 없다.
1931년 발행의 『조선도자명고』에서는 이런 그릇을 ‘독그릇’이라 하는데 이 말마저 사용하고 있지 않다. ‘독’은 곧 ‘돌’의 의미이다. 독도가 우리말로 돌섬인 것도 같은 맥락이다. 즉 독그릇은 돌 같은 그릇, 즉 Stoneware로 표현하는 것과 같다. 삼국시대 토기를 연질이냐 경질로 구분할 것이 아니라 요업계의 용어인 석기 혹은 순 우리말인 독그릇이라는 단어를 다시 회생시킬 이유가 충분하다.

 

◦ 푸레그릇
옹기의 종류에 속하는 검으면서도 푸르스름한 회청색을 띠는 고화도의 그릇을 말한다. 통일신라시대의 회청색 경질토기와 거의 비슷하다. 흙가래를 쌓아 수레질하여 만들고 1200도가 넘는 소성온도에 강제적으로 연기를 먹여 굽는 방식이 거의 같다. 단지 소성 막바지에 아궁이에 소금을 뿌리면 소금이 기화하여 나트륨 증기가 실리카와 만나 유약이 된다는 점만 다르다. 고열이기에 재가 날아가 그릇에 붙어서 생기는 자연유가 부분적으로 생길 수도 있다.
그러나 푸레그릇에는 독의 형태가 많아서인지 독이 아닌데도 불구하고 전부 푸레독으로 총칭하는 도예가들이 많다, 앞으로 푸레그릇이라는 커다란 테두리 안에서 형태에 따라 푸레독, 푸레항아리, 푸레병, 푸레접시, 푸레사발 등으로 올바르게 구분해야 한다.

 

◦ 자기(磁器)와 자기(瓷器), 사기(沙器)와 사기(砂器)의 한자 표기
자기는 우리 역사서적에서 자기瓷器를 썼고 때로 사기沙器라고도 썼다. 일본에서는 다른 한자를 써서 자기磁器, 사기砂器로 썼다. 해방 이후로 우리는 주로 일본식 한자 용어를 그대로 썼다. 일제강점기에 미술학자 고유섭 선생이나 이후에 최순우 전 중앙국립박물관장도 일본식으로 사기砂器로 표기했기에 도예계는 아직도 많이 쓰는 편이며, 고고미술계는 주로 사기沙器를 사용한다. 일반적으로 현재에는 사기라는 말은 사라져 가고 자기라는 말을 쓰지만 조선시대 이후로는 줄곧 말을 썼다. 예를 들어 사기마을(사기를 굽는 마을), 사깃골(사기를 굽는 고을 혹은 골짜기), 사기막(사기를 만드는 작업장), 사기점(사기를 파는 상점), 사기쟁이(사기를 만들거나 굽는 장인), 사깃굴(사기를 굽는 가마), 사금파리(사기의 깨진 조각) 등 거의 사기라는 말만 썼다.

◦ 토기와 도기에 대한 혼란
요업계의 도자기의 분류에 있어서 토기土器와 도기陶器가 있다고 위에서
언급하였다. 그러나 일부 고고미술학자들 중에 우리의 역사서에는 토기란 단어가 없고 도기陶器란 용어로 나오기 때문에 토기 대신 도기로 써야 한다고 주장하는 동시에 토기는 일본인들이 만든 용어인 데다가 초벌한 그릇을 흙土를 썼기에 타당한 용어가 아니라고도 했다. 그래서 이미 많은 책과 인터넷 매체에 토기를 도기로 표기함으로써 도예계에 큰 혼란을 일으켰다. 심지어 일반인들까지도 위생도기나 도기타일이라는 용어를 잘 알고 있으며 이미 국어사전에도 옹기는 도기에 속한다고 설명하고 있는데 고고미술계에서 토기를 도기로 바꾸어 표기한다는 것은 애국심도 아니요 무리한 경우라 하겠다. 그렇다고 하여 필자가 도자기란 일반적 용어를 토자기로 바꾸자고 할 수는 없겠다.

 

붉은문지른토기


◦ 붉은간토기와 붉은문지른토기, 검은간토기와 검은문지른토기
우리 고고미술계에서는 오랫동안 붉은간토기를 단도마연토기丹塗磨硏土器, 간단하게 줄여서 홍도紅陶라고도 하며, 검은간토기는 흑색마연토기黑色磨硏土器, 줄여서 흑도黑陶라고 했다. 이는 원래 일본에서 만든 용어였기에 1984년
『한국고고학개정용어집』을 통해 순 우리말인 붉은간토기, 검은간토기로 개정하였다. 이는 마연의 갈 마磨자를 그대로 한글로 풀어서 간토기라 하였지만 실제로는 거의 마른 흙의 표면을 매끈한 돌이나 조개로 문질러서 광을 낸 것이기에 간토기라는 말은 전혀 맞지 않다. 더욱이 청동기시대의 고인돌 유적에서는 족장의 시신 주위에서 간토기와 함께 간석검磨製石劍이 같이 나오는 경우가 많다. 간석검이 돌을 갈아서 칼을 만들 었듯이 간토기도 표면을 갈아서 만들었다고 생각하기 쉽다. 따라서 간토기는 앞으로 문지른토기라 해야만 한다. 즉 ‘붉은문지른토기’, ‘검은문지른토기’로 바꿔야 한다. 영어로도 Burnished red pottry, Burnished black pottry라고 표기하고 있다.
이를 만드는 과정은 다음과 같다. 진흙으로 그릇을 만들어 반 이상 딱딱하게 말랐을 때 붉은 흙칠을 하고 나서 물기가 마르면 반질반질한 돌이나 뼈, 조개로 표면을 몇 번씩 돌려가며 문질러 광을 내어 말린다. 이후에 모닥불을 피워 약 700~800도에 구우면 붉은문지른토기가 완성된다. 또한 이렇게 굽는 마지막 과정에서 마른 나뭇잎이나 풀, 왕겨 같은 연료로 토기를 덮어 씌워 밀폐시킨 채로 식히면
검은문지른토기가 완성된다.

 

◦ 칠기그릇과 옻칠그릇

칠기漆器라는 것은 같은 한자로 표기하지만 기물은 완전히 다른 두 가지로 분류된다. 우선 나무에 옻칠한 그릇인 칠기와, 도자공예에서는 옹기 중에 하나인 칠기그릇은 옻칠과 같이 검은색 유약(화도가 낮은 황토류와 재를 혼합하여 만든 유약)을 입혀 구운 검은색 기물이 있다.
도자공예의 칠기그릇은 일제 강점기부터 성행한 것으로 백자를 만들던 관요의 장인들이 관요의 폐지로 인하여 각 지방으로 뿔뿔이 흩어져 모래가 섞인 사질토를 사용하여 물레를 돌려 만든 그릇에 옹기잿물을 입혀 구운 것이다. 소성온도는 옹기보다 높고 사기보다는 낮았다. 따라서 가격도 그 중간이었으며, 쓰이는 곳도 실내인 마루나 부엌에 놓고 귀한 식재료를 담는 그릇으로 쓰였다. 사질토를 사용한 물레질이라서 독과 같은 큰 기물이 없고 작은 종지부터 커야 30센티 미만의 항아리까지만 존재한다. 겉보기에는 옹기와 흡사하나 보다 검은 광택이 많고 안팎에 수레질 자국이 아닌 물레 손자국이 있으며 반드시 굽을 깎았다는 것이 특징이다. 즉 옹기와 비슷하지만 옹기장인으로선 만들 수 없는 사기장인들만의 물레질로 만든 기물이다

 

◦ 도태칠기(陶胎漆器), 와태칠기(瓦胎漆器), 도칠자기(塗漆瓷器)
현재까지 전통목공예 혹은 목칠공예 부문에서 존재하는 세 가지의 용어가 있다. 도태칠기란 도기의 바탕에 옻칠한 그릇을 말한다. 여기에서의 도기는 요업공학적 분류의 도기가 아닌 질그릇 즉 토기를 말한다. 와태칠기에서의 와는 기와를 말하는 와질그릇에 옻칠한 그릇으로서 도태칠기나 다를 바 없다. 도칠자기라는 말은 옻칠을 바른 자기라는 뜻이다. 여기에서의 도塗는 칠하다의 한자어다.
이렇듯 세 가지가 따로 불릴 뿐 이를 통틀어 지칭하는 단어는 없다. 그래서 앞으로는 토기질부터 자기질까지의 모든 도자기에 옻칠한 기물들은 도자칠기陶瓷漆器라 총칭하고, 세분화해서 토기에 옻칠하면 ‘도태칠기陶胎漆器’, 자기에 옻칠하면 ‘자태칠기瓷胎漆器’ 혹은 ‘도칠그릇’, ‘자칠그릇’으로 구분해야할 시기가 왔다.
옻을 칠한 자기를 뜻하는 도칠자기塗漆瓷器라는 말과 와태칠기는 굳이 사용치 않는 편이 편리하다. 이러한 옻칠공방의 용어를 여기에서 언급하는 이유는 요즘에는 현대도예가들도 직접 옻칠을 배워 청자, 백자, 분청자 등 자기질에 옻칠을 하는 경우가 점차 늘어가기 때문에 이에 대한 용어를 올바르게 쓰기 위함이다.

◦ 소지와 태토
원래 소지素地나 태토胎土는 본디의 바탕, 밑바탕을 말하는 같은 뜻으로서 금속공예, 목공예, 섬유공예에서도 공통으로 사용하는 단어다. 현재 도예계에서 표기하는 태토나 소지라는 단어는 도자기의 밑감이 되는 흙. 즉 바탕흙을 말하는 것으로 사전적 설명이 달라지긴 하였지만 도예작품에서 흙 종류 이외의 다른 재료와 결합하였을 때에는 어떤 흙인가를 밝히는 동시에 어떠한 쇠, 나무, 섬유 등의 재료인지를 기입할 필요가 있다. 즉 태토나 소지가 반드시 흙만을 지칭하는 단어가 아니기 때문이다.

◦ 꺼먹이 구이, 꺼먹이 소성
역사적으로 현대를 제외하면 서양의 도자기는 거의 산화소성에 의해 굽는다. 유럽에서도 원시시대에 지역에 따라 잠시 꺼먹이 소성에 의한 검은색 토기가 있었지만 역사 이래로 토기를 비롯해 자기까지 거의 모두가 산화소성이었다. 벽돌, 기와, 화분, 그릇들의 태토가 붉은색만 존재한다. 그러나 동양의 소성 분위기는 주로 환원소성이 주류이고 산화소성이 공존한다.
하지만 우리나라는 세계적으로 독특하게도 거의 환원소성이다. 원시시대 토기의 일부와 가야토기의 일부 붉은색 토기와 일제강점기 이후의 옹기나 붉은 벽돌을 제외하고는 전통적으로는 거의 환원소성이다. 환원소성은 산화소성에 비하여 연료, 소성 시간, 노동력이 많이 들어간다.
더욱이 태토에 검은색을 띄는 토기, 기와, 벽돌, 옹기 등은 환원소성을 넘어 강제로 연료를 과잉으로 집어넣어 불완전 소성에 의해 연기를 내고는 아궁이와 굴뚝 등 모든 구멍을 막아 탄소가 기물 안으로 들어가게 하는 어려운 소성 기술이다. 일반적 환원소성 보다도 연료, 소성 시간, 노동력이 가장 많이 들어간다. 이를 순 우리말로 ‘꺼먹이 구이’, ‘꺼멍구이’라 했다. 즉 탄소를 뜻하는 ‘꺼멍을 먹인다’ 혹은 ‘입힌다’는 뜻이다. 꼭 필요한 용어임에 틀림없으나 아직도 이 용어를 쓰는 경우는 거의 없다. 아직도 강한 환원소성이니 연기를 넣는 소성이라는 설명적 용어를 쓰고 있다. 일본에서는 이를 훈소(熏燒, 이부시 야키), 영어로는 Black Carboned Firing이라고 하여 확실하게 구분하고 있는데도 말이다.

 

<본 사이트에는 일부 내용이 생략되었습니다. 자세한 내용은 월간도예 2022년 3월호를 참조바랍니다. 정기구독하시면 지난호 보기에서 PDF를 다운로드 하실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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