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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22.02월호 | 작가 리뷰 ]

[이달의 작가] 최성재
  • 편집부
  • 등록 2022-02-25 13:35:15
  • 수정 2022-02-25 13:35: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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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달의 작가 | Artist of the Month]

 

체화된 회화와 물성으로 그린 불이탈물不二脫物의 화면

최성재 마음풍경

 

화면 앞에서 잠시 머뭇거리고 떨리던 작가의 손끝이 순식간 빠르고 민첩하게 움직인다. 손의 신경이 젖은 흙을 잠시 스치고 건드렸을 뿐인데, 화면에 몇 개의 선, 반점이 생겼다. 이후 얼룩이 언뜻 자연 형상처럼 보이고 그것이 구도를 이뤄 옛 수묵화의 수지水地 풍경이 되는 인지 전환의 순간이 찾아온다. 글. 홍지수 미술학, 미술평론

「마음풍경」 분청 | 32×14×37cm | 2021

 

팰림프세스트palimpsest의 화면
최성재 작업은 섬세하고 민첩한 작가의 손짓, 흙과 불의 물성이 결집해 이룬 심상의 풍경이 특징이다. 최성재는 편병扁甁, 원반盤, 도판陶板 등의 도자와 캔버스 등 다양한 소재와 화면을 취한다. 1990년대 후반 분청 작업 초기, 작가는 몸체에 주구注口, 귀耳, 기대器臺 등을 더한 공예기 형태를 제작했으나 점차 용기로 간주할만한 형태와 요소를 생략하며 평면성을 강조하고 있다. 이번 전시에는 폭이 좁고 장식이 없는 실린더 형태, 평반平盤과 도판 등을 화면으로 삼았다. 용기의 기벽이 아닌 회화의 바탕으로 화면을 최대한 넓히고 확보하려는 작가의 의도를 읽는다. 이러한 형태 변화는 회화 단계에서 작가의 몸이 운신할 영역을 넓히는 동시에 여백의 확장을 가져왔다. 화면에 한층 여유가 생겼다. 또한 기존 편병 형태와 달리 화면의 전후·좌우, 도상의 주객主客 구분도 사라져 기물의 곡선을 따라 관람자의 시선이 한층 자유로워지고 자연스럽게 움직인다.
그의 화면은 종류를 가릴 것 없이 작가가 그 위에서 무엇을 발생시키고 행동한 인위人爲와 여기에 흙과 불의 무위無爲가 더해져 최종 미감이 형성된다는 데 중점이 있다. 진행은 사실을 만든다. 작가는 날 것의 표면을 그대로 화면으로 삼는 것이 아니라 이색異色의 흙물로 표면을 덮고 정돈한다. 여기서 분장은 회화를 위한 순수한 바탕을 마련하기 위함이 아니라, 작가가 소재를 그리고 자신의 행위를 하나의 사실로 정착시키기 위한 첫 번째 행동이다. 분장한 하얀 표면은 어두운 흙의 바탕보다 팰림프세스트palimpsest의 궤적이 더욱 잘 드러난다. 귀얄의 종류나 순서, 덤벙의 횟수, 화장토의 농도를 어찌 하는가에 따라 두께와 궤적의 형성이 다르다. 회화, 건조, 번조로 이어지는 연이은 과정 속에 생성된 수많은 사건들이 켜켜이 쌓일수록 아래 있던 것들은 더 깊숙한 내부로 밀려들어간다. 그 결과 화면에는 수차례 다른 형질이 쌓여 층위를 이룰 때만 느낄 수 있는 시각적 깊이가 생성된다. 흙은 캔버스와 달리 건조와 번조과정에서 수축한다. 번조 후 물성과 도상의 형태는 회화 단계보다 화면이 한층 압축되고 다부진 느낌이 든다. 같은 운필이라도 흙의 종류, 번조 온도와 방법의 다름에 따라 독자가 화면에서 다른 감정과 계절감을 읽는 이유다. 

 

 

몸의 준법皴法

화면 앞에서 잠시 머뭇거리고 떨리던 작가의 손끝이 순식간 빠르고 민첩하게 움직인다. 손의 신경이 젖은 흙을 잠시 스치고 건드렸을 뿐인데, 화면에 몇 개의 선, 반점이 생겼다. 이후 얼룩이 언뜻 자연 형상처럼 보이고 그것이 구도를 이뤄 옛 수묵화의 수지水地 풍경이 되는 인지 전환의 순간이 찾아온다. 이를 두고 고려시대 청자 제작이나 옛 그림의 화제畵題였던 도안을 분청의 재료로 재해석 혹은 현대적 변용한 것으로 혹은 작가가 경험한 현실의 한 장면을 재현한 것으로 작품의 의미를 해석하기도 할 것이다. 그러나 그것은 사실이 아니다. 최성재의 수작手作은 즉흥과 순간적인 영감의 발현이라기보다 원재료material prima에 대한 이해 그리고 오랜 시간 재료와 함께하며 체득한 감응에서 나온다. 초기에는 붓 혹은 도칼을 이용하여 화면에 회화를 시도하였으나, 자연스러운 선형과 동세, 필력을 얻고자 자신의 손, 부러진 나뭇가지, 거친 귀얄 등으로 화구畫具를 교체했다. 그는 자신의 회화가 옛 도공의 분청 표현처럼 대교약졸大巧若拙하기를, 마음 가는 대로 그려도 과하지 않고 화이부동和而不同하기를, 그리고 자신의 표현이 늘 자유롭고 자유분방하기를 갈구해왔다. 이를 위해 재료, 밀도와 두께, 질감, 색 등 조형요소를 이리저리 바꾸고 조합을 달리 시도해왔다. 그 결과, 그는 신체성과 수행성, 물성 강한 자신만의 독자적 화법을 얻었다.

<본 사이트에는 일부 내용이 생략되었습니다. 자세한 내용은 월간도예 2022년 2월호를 참조바랍니다. 정기구독하시면 지난호 보기에서 PDF를 다운로드 하실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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