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사 메일전송

[ 2022.02월호 | 전시토픽 ]

[전시토픽] 문양의 시대적 상징성과 보편성
  • 편집부
  • 등록 2022-02-25 13:13:45
  • 수정 2022-02-25 13:13:53
기사수정

[전시토픽 | Exhibition Topics]

 

문양의 시대적 상징성과 보편성

글. 조은정 고려청자박물관 학예연구사 사진. 고려청자박물관 제공

 

「청자암막새」

 

동서고금을 막론하고 모든 문화권에는 문양이 존재한다. 그리고 그 문양은 문자보다 강력한 상징성을 갖고 있어서 훨씬 쉽게 신앙적 또는 정보전달의 목적을 달성할 수 있으며, 주변 문화권으로의 파급력도 강하다. 또 같은 시대의 회화, 조각, 도자기 등 여러 미술품에 동일한 문양이 사용되는 보편성을 갖기도 한다.
전시주제에서 드러나는 용아혜초와 해석류화는 지금까지 들어보지 못한 생경한 문양 명칭일 것이다. 전시는 『고려사』에 기록된 양이정과 강진 사당리 청자요지 출토유물인 청자기와 문양에서 출발한다. 암막새에 찍혀 있는 넝쿨무늬와 수키와 등에 음각된 꽃넝쿨 무늬가 바로 용아혜초와 해석류화이다.사진1 특히 해석류화 꽃잎은 고려중기의 풍성한 모란문과 유사하지만, 차이점은 중앙에 있는 꽃술의 표현이다. 꽃술은 주머니 모양의 자방子房과 자방안에 작은 점을 새겨 씨앗을 표현하거나 자방 위로 작은 반원형이 쌓여 있는 독특한 형태로 표현되어 있다.
기존에 미술사 연구에서는 두 문양을 넝쿨무늬라는 뜻의 당초문唐草紋과 상상속의 꽃인 보상화문寶相華紋으로 분류해왔다. 그러나 청자기와 문양의 형태와 특징을 살펴보는 과정에서 이 문양들이 청자뿐만 아니라 고려시대 승려의 탑비塔碑, 청동은입사기靑銅銀入絲器, 불화佛畫, 사경寫經, 가사袈裟 등 다양한 불교 미술품에도 있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청자기와는 전 세계적으로 유일무이한 문양이 있는 자기瓷器 건축재이다. 그리고 이 문양들의 정확한 명칭을 알 수 있게 된 근거 자료가 바로 중국 북송대인 1103년에 반포된
『영조법식營造法式』이라는 건축 지침서이다. 이 책은 궁궐, 관아, 사원 등을 짓는데 필요한 이론서로 총 34권으로 구성되어 있다. 그중에 29권부터 34권은 건축 조각의 형태, 단청의 문양과 색까지 기록한 도양圖樣을 갖추고 있어서 실질적인 화보畫譜인 셈이다. 용아혜초와 해석류화도 단청 그리는 방법과 문양의 종류를 그린 도양에 실려 있다. 그렇기 때문에 고려시대 당시 중국과의 활발한 교류 속에서 중국 건축의 단청 문양이 고려 왕실의 별궁別宮 건물에 사용될 수 있었다. 

 

 「해석류화문전」 강화 선원사지 출토


해석류화와 용아혜초 문양은 중국에서 시작됐다. 해석류화는 중국 당대唐代부터, 용아혜초는 송대宋代부터 발견된다. 석굴벽화石窟壁畫, 탑비塔碑, 석곽石槨, 황릉 석각皇陵 石刻, 금은기, 사리함舍利函, 도자기 등 주로 무덤장식 또는 불교 미술품들이다. 때문에 명칭에 석류가 들어가 있다고 해서 페르시아에서 수입된 석류로 보기 어렵다. 석굴사원의 내부장식이나 사리를 담아놓은 석제함, 황제의 석곽에 다산多産, 다남多男의 상징성을 연결짓기 어렵다.
당·송대 문헌기록에도 해석류는 신라와 왜에서 수입했고, 초봄에 잔설이 남아 있는 풍경 속에서 해가 바뀌었음을 가장 먼저 알려주는 붉은 꽃으로 설명하는 것을 보면 이는 동백冬柏일 가능성이 높다. 동백은 사계절 항상 푸르고, 만개한 꽃송이가 통째로 떨어지고 나면 그 자리에 열매가 맺히고, 열매 껍질이 벌어지면서 3~9개의 씨앗이 쏟아지는 특성이 연꽃처럼 화생化生의 관념에 적합하다. 즉 해석류화는 정토화생淨土化生, 극락왕생極樂往生의 상징성을 갖는 문양이다.
용아혜초 역시 해석류화와 함께 등장하는데, 중국 송대에 용아는 도교에서 양생養生을 위해 만든 단약丹藥 원료들의 명칭이었다. 또 용아초라는 풀은 중국 진한秦漢대부터 지금까지도 지혈과 살충효과가 있는 한약재로 사용되고 있다. 아마도 용아혜초는 한자와 식물명의 용례 등으로 볼 때 무병장수無病長壽, 생명의 영속성 등을 의미하는 것으로 볼 수 있다. 건축물의 기단이나 교각에 용아혜초를 장식한 것도 건축물 자체는 물론 건축물을 축조한 왕조가 영원히 지속되기를 바라는 뜻이 담겨있는 것이다.

 

<본 사이트에는 일부 내용이 생략되었습니다. 자세한 내용은 월간도예 2022년 2월호를 참조바랍니다. 정기구독하시면 지난호 보기에서 PDF를 다운로드 하실 수 있습니다.>

 

0
비담은 도재상_사이드배너
설봉초벌_사이드배너
산청도예초벌전시장_사이드배너
월간세라믹스
전시더보기
대호단양CC
대호알프스톤
모바일 버전 바로가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