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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22.02월호 | 전시리뷰 ]

[전시리뷰] 엥벨로프 그리고 데벨로페 조용준
  • 편집부
  • 등록 2022-02-25 13:08:18
  • 수정 2022-02-25 13:14: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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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시리뷰 | Exhibition Review]

 

엥벨로프 그리고 데벨로페

조용준

 

글. 안준형 여주시청 주무관, 문화행정가 사진. 오철헌

「백자칠보 당초문 이중투각 유개 호」 33×33×31cm

 

예술가의 창작 활동을 성향으로 구분한다면 감각적 쾌감을 추구하는 경향과 진리를 매집買集하듯 몰두하는 과정으로 나눌 수 있을 것이다. 전자가 분주한 변화가 수반되는 역동성을 갖고 있다면, 후자는 정중동靜中動에 가깝다. 지금껏 조용준 작가의 작업을 대하는 태도와 그로 인해 얻어낸 결과물인 작품은 후자에 가깝다고 보인다. 이는 유약과 소지 개발 연구원을 거쳐 여주시 최초의 도예 명장으로 선정된 조병호 명장의 아들로 어려서부터 연구자이자 도예가인 아버지를 곁에서 바라보며 성장한 데 따른 필연적必然的 이유도 있을 것이다. 작품 제작에 있어 가장 중요한 것은 질 좋은 태토와 유약이라는 아버지의 확고한 철학을 고스란히 물려받아 지금껏 직접 만든 흙과 유약을 고집하는 점이 이를 뒷받침한다. 아버지의 삶과 가르침이 작가에게 지대한 영향을 미쳤다는 점은 주지主旨의 사실일 것이다. 가업을 이어나간다는 것은 그런 것이다. 주목해야 할 지점은 조용준 작가가 이러한 점을 수긍首肯 혹은 동조同調 하면서도 독자적 방향성을 드러낸다는 것이다.

부친인 조병호 명장이 설雪백자 달항아리와 진사유 목단牧丹 작업으로 명성을 쌓아왔다면 작가는 백자 이중투각二重透刻에 몰두해 독자적 여정을 모색해왔다. 이중투각 기법은 백자 제작 기법 중에서도 기능적 숙련도가 높아야 가능한 까다로운 작업이다. 물레를 활용한 성형은 물론 건조 과정과 조각, 절개, 접합 과정이 더해지기에 흙과 불에 대한 한층 더 높은 수준의 이해가 요구된다. 또한 자칫 한 번의 실수 혹은 개입이 불가능한 외부 요인으로 오랜 시간 공들여 빚어낸 작품이 무위無爲로 돌아가는 경우도 빈번하다. 작가의 말대로 끈질긴 고집과 자기 철학이 있어야만 가능하다고 여겨지는 작업 방식이다. 작품을 살펴보면 주조主潮를 이루는 창살문, 칠보문의 그리드grid가 먼저 시선을 사로잡는다.

바깥의 그리드를 쫓다 보면 어느새 은밀한 속살처럼 감춰진 내부로 시선이 이동한다. 보는 시각에 따라 변형, 반복, 왜곡되는 그리드의 면과 내면의 중첩은 전혀 새로운 공간을 형성하며 공존을 모색한다. 점에서 선, 선에서 면, 면에서 입체로 확장하는 조형 예술의 기초 요소와 가능성을 음미하는 재미도 있다. 감싸는 엥벨로프envelopper가 확장하는 데벨로페développer로 이어진다. 조각彫刻은 본질적인 면에서 물질에 물리적 힘을 가해 본래의 형태를 변형시키는 것으로 도자 분야의 이중투각은 한층 더 집적된 기술이 요구되기에 핍진성逼眞性의 영역으로 여겨질 만하다. 하지만 작업 과정의 어려움은 조용준 작가의 작업을 관류灌流하는 중요 요소이긴 하지만 그 자체가 목적이라고 볼 수는 없다. 전통의 현대화는 과거의 조형 언어에 동시대적 감각을 더해 변화를 모색하는 과정이자 결과일 것이다. 즉 끊임없는 탈바꿈이자 전환의 연속인 것이다. 기능적 성취에 그치는 것이 아니라 끊임없이 궁구窮究하고 독자적 해석과 오감을 작품에 투영하는 시도를 반복해야 할 것이다.

 

<본 사이트에는 일부 내용이 생략되었습니다. 자세한 내용은 월간도예 2022년 2월호를 참조바랍니다. 정기구독하시면 지난호 보기에서 PDF를 다운로드 하실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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