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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22.02월호 | 전시리뷰 ]

[큐레이터의 전시읽기] 낯설게하기
  • 편집부
  • 등록 2022-02-25 13:01:25
  • 수정 2022-02-25 13:01: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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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큐레이터의 전시읽기 | CURATOR’S EXHIBITION CHOICE]

 

낯설게하기_

작가의 자기보존을 위한 자기삭제와 자기생성

글. 전주희 공예문화전시연구, 2021 청주공예비엔날레 책임큐레이터  사진. 손미현 작가

 

그룹의 형성
지난 2020년 7월, KCDF갤러리에서 2019 청주국제공예공모전에서 수상한 11명의 작가 중 6명(고보경, 김준수, 박성열, 박지은, 이재익, 천우선)이 뜻을 모아 그들의 첫 번째 전시 <0器[공기]>를 개최하였다. 이 전시는 위의 작가들이 2019년 공모전 시상식 이후, 며칠동안 공예현장 전국투어 일정에서 작업에 관한 서로의 생각을 공유하며 공통의 관심있는 주제로 전시를 개최하자는 의견이 모이면서 시작되었다. 1년의 준비기간을 거친 <0器[공기]>는 여섯 작가가 기器의 형식에 대한 각자의 화두를 바탕으로 성실히 연구하여 접근하였던 전시로 평가된다.

 

박지은 작가의 설치 전경


낯설고 낯익고
또 다른 일 년 남짓한 시간이 지난 뒤, 2021년 12월 스페이스 B-E에서 그룹의 두 번째 주제전 <낯설고 낯익고>가 개최되었다. 이번에는 김준용 유리작가가 함께하여 모두 일곱 작가가 출품하였다. 전시는 조도 대비가 강렬한 직사각형 공간 속에 마치 연극무대처럼 연출되었고, 작품들은 등장인물로 공간을 점유하고 있었다. 전시장 중앙을 가로지르는 바닥과 유사한 높이의 회색 좌대 위에는 이재익, 김준수, 박성열 작가의 작품이 놓였고, 그 열의 끝에는 테이블 높이의 좌대 위에 고보경 작가의 작품이 배치되었다. 박지은 작가의 작품과 천우선·김준용 작가의 작품은 직사각형 공간의 긴축을 대칭으로 마주한 두 개의 화이트 큐브 안에 나눠 설치되었다. <0器[공기]>에서 작품들이 좌대 위에 눈높이를 달리하여 시각적 리듬감을 보였던 것과 대조적으로 본 전시는 전체공간이 활용되었다. 공간활용에 대한 고민들은 <0器[공기]> 전시 이후 작가들에게 남겨진 과제이자 <낯설고 낯익고>의 출발점이 되었다. 작품이 놓이는 공간에 따라 작품 형식에도 변화가 필요한 조형공식을 작가들 스스로가 작업의 능동적인 변수로 삼고, 기존 작업에 변화를 주는 적극적인 추동력으로 작동시키고자 하였다. 이는 그룹을 이끌어 가는 이재익 작가가 쓴 전시 취지문 중에서, “끊임없이 작업이 오랜 시간에 걸쳐 작가에게 부여하는 독자성에는 쉽게 얻을 수 없는 특별함이 있을 뿐 아니라, 동시에 항구적이다. 하지만 그것이 지속되면 오히려 스스로를 제한하는 틀에 갇혀, 새로운 창조적 활동에 목마름을 느낀다. 타성에 젖어 익숙함을 답습할 것인가, 아니면 한 발자국의 미미한 변화로 보일지라도 그 작은 진화를 위해 안간힘을 써볼 것인가.”라는 독백이자 다짐과 같은 글로 확인된다.

천우선, 김준용 작가의 설치 전경


이번 전시의 특이점은 작가 측에서 스페이스 B-E의 디렉터인 최주연 대표에게 먼저 전시를 제안한 점이다. 외부적 요인을 극대화하여 적극적인 작품변화를 이끌어 내려는 작가들에게는 스페이스 B-E의 독특한 공간과 이들의 작품을 대하는 기획자의 참신한 시각이 필요하였고, 이를 최주연 대표도 받아들여 갤러리의 입장에서는 예외적인 전시가 이뤄지게 되었다. 따라서 여느 전시기획과는 달리, 이미 참여작가와 전시방향이 정해진 상황임을 인지한 최주연 대표는 적극적인 기획보다는 공간 배치와 작품 설치, 이와 연동된 작가들의 작업 상황과 큰 방향을 가이드하며 전시의 결을 다듬는 역할로 든든히 지원하였다.
“이 전시는 스페이스 B-E의 과정에 대한 집착과 특유의 공간적인 해석을 접하고 작가가 불편함을 감수하며 겪은 저마다의 변화를 풀어내는 실험이다.”라고 이재익 작가의 글에서 그들 스스로의 전시를 정의하였다. 일련의 준비과정과 작가들의 언술에서 감지되는 것은 작가들에게 변화에 대한 갈망이 있었고, 이번 전시를 통해 그것을 충족하고자 하였다. 이 그룹에 참여한 작가들은 모두 10여년 이상을 흔들림 없이 작업에 전념하며 지명도 있는 작가들이다. 이들은 본인의 확고한 조형언어를 가지고 있으며 언제든 변화를 맞이할 내공도 쌓여있다. 하지만 이들에게도 전시와 작업의 팍팍한 일정 사이에서 새로운 경향의 작품을 매번 출품하는 것이 용이하지 않았다. 이를 타파하기 위한 그들의 선택은 공간활용이라는 전시 컨셉 변화와 외부기획자와의 협업이라는 내외부적 요인을 모두 동원하여 작가 스스로를 낯설게 위치시키는 전략이었다. 새로운 조건에 반응하기 위해서는 어떠한 변화도 시도되어야 하기 때문이다.   

 

<본 사이트에는 일부 내용이 생략되었습니다. 자세한 내용은 월간도예 2022년 2월호를 참조바랍니다. 정기구독하시면 지난호 보기에서 PDF를 다운로드 하실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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