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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21.12월호 | 작가 리뷰 ]

구름을 빚는 작가 - 샘 정
  • 편집부
  • 등록 2021-12-31 10:29:10
  • 수정 2022-01-03 10:01: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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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름을 빚는 작가 

샘 정

글. 이소현 미술사·예술학 연구원  사진제공. 샘 정

 

고풍스러운 단풍이 늘어선 영빈관을 지나 휴 크래프트Huue Craft에 들어서니 시리도록 흰 백자 위 둥둥 떠 있는 구름을 안은 작품이 눈에 들어온다. 붉은 단풍과 가을 하늘의 뭉게구름과 같은 도자를 빚는 작가 샘 정Sam Chung을 만났다. 동양인의 외모로 서양인으로 성장한 정체성을 투영하여 전통도자를 현대적으로 변형시킨 그의 작품은 뜨거운 여름과 혹한의 겨울을 잇는 이 계절과도 닮았다.

 

「Revival Passage 2019」 h46cm×28cm×d21cm

 

작가 샘 정은 한국전통문화대학교의 초빙교수로 올 해 한국을 방문했다. 미국 애리조나 주립대학에서 교수로 재직 중인 그는 한국 전통도자의 제작방식과 지역별로 다른 재료의 성질을 연구하는데 방문 목적을 두었다. 작가는 한국전통문화대학교에서 전통적인 방식을 고수하며 도자를 빚는 학생들의 모습에 많은 감명을 받았다고 한다. 수천 년 동안 손에서 손으로 전해진 방식이 동시대 도예와 어떻게 연결되는지 연구하고 싶다는 의지도 밝혔다. 더불어 분청에도 관심을 표한 그는 한국의 다양한 지역에서 나오는 재료에 따라 다른 공예품이 제작되는 지역문화와 재료의 특성도 연구할 계획이라고 한다. 오래도록 내려온 한국 도자 고유의 특성에서 현대 도자에 이르기까지 각각의 영향과 흔적을 찾는 작가 샘 정은 자신의 근원과 현재의 본인을 연결하는 터널을 조심스럽게 지나는 긴 여정에 있는 듯하다.

미국에서 태어나 미국인으로 살아온 작가는 미국인으로서 세상을 바라보았다. 그러나 자신이 느끼는 동질감과 달리 이방인의 시선을 받던 작가는 1993년 부모님과 한국을 처음 방문했을 때 친밀감을 느꼈다고 한다. 아시아와 서양의 두 문화 사이에서 동질감과 이질감을 오가는 작가의 고심을 우리는 ‘교포’라는 단어로 일축한다. 외모의 유사성에서 비롯된 편안함과 그 안에서 발생하는 각 각 다른 문화적 틈을 포용하기에는 턱없이 부족함에도 우리는 편리하게 그 정체성을 한 단어로 축약한다. 작가는 자신이 경험한 이중성을 도자에 담는다.

 

「Revival Passage 2019」 h33cm×w61cm×d23cm


그는 아시아에서 쉽게 접할 수 있는 전통기형을 빚은 후 안에서 바깥으로 밀어내면서 구름의 형태를 더해 원형을 변형시킨다. 구름은 서예와 현대회화 사이를 오가는 명확한 윤곽으로 마무리된다. 그의 구름 연작은 마치 고려 청자에서 3D 애니메이션이 재생되는 듯, 혹은 백자를 좌대로 삼아 그 위에 구름 조각을 놓아둔 듯 형태가 독특하다. 그의 작품은 우리가 그동안 쉽게 그리고 익숙하게 접해왔던 청자나 백자뿐 아니라 똥장군과 같은 생활 속의 질그릇을 닮았다. 자신의 뿌리인 우리나라의 전통도자 의 이미지를 차용하여 아시아인의 외모를 지닌 자신과 미국인으로 성장한 내면을 전통기형의 형태 왜곡으로 은유한 것이다.
한국 도자기에 대한 관심은 작가 스스로 자신에게 던지 는 질문에서 비롯되었다. 미국 문화에서도 한국에서도 온전하게 융화되지 못하면서도 동시에 편안함을 느끼는 자신의 정체성을 찾고자 전통도자의 형태에 현대적인 요소를 중첩시켰다. 2010년쯤 시작된 작가의 초기 구름 연작은 주자나 호, 화병의 전통적인 형태 위에 단순히 구름을 그려 넣었다. 도자 위에 얹힌 구름은 삼차원적인 표현에도 불구하고 하나의 이미지로만 작용했다. 반면 최근 그의 작품은 동일한 주제를 표현함에도 불구하고 보다 다층적인 시선을 유도한다. 병이나 주자의 기능적인 손잡이를 탈각시키고 구름으로 대체했다. 꽃잎이 벌어진 병의 외부와 내부는 구름의 윤곽으로 연결되어 삼차 원과 평면을 오가는 시선의 혼란을 야기한다. 더불어 외면과 내면의 구분을 하나의 시선으로 연결하여 작가가 겪는 이중적 혼란이 작품에서는 하나로 융화되는 모양새이다. 샘 정의 도자는 감상자의 시선과 위치에 따라 각각 다른 구름과 변형된 도자를 볼 수 있다.

 

_____이해생략

<본 사이트에는 일부 내용이 생략되었습니다. 자세한 내용은 월간도예 2021년 11월호를 참조바랍니다. 정기구독하시면 지난호 보기에서 PDF를 다운로드 하실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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