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노멀 시대, 도예의 의미
글. 정수희 前 이천시청 도예팀 주무관
“위기를 기회로 만들어라.” 어느 기업인이 한 말이다. 전 세계인이 동시에 위기의 시간 을 겪고 있는 지금, 전쟁과 냉전의 시대를 경험해본 적 없는 이들에게 코로나 팬데믹 상황은 몹시 불안하고 불편하고 위협적이다. 경제 산업 전반에 걸친 침체와 소비심리 위 축은 이제 말하는 것조차 식상 할 지경인데 유독 혹독한 보릿고개를 넘고 있는 문화예 술계에 독특한 현상이 일고 있다. 도자기가 팔리고 공예가 뜨고 있다는 것이다. 비대면, 온라인, 재택근무 등 브이노믹스V-nomics 시대가 열리면서 “집”에 대한 개념 이 변화하고 보편적 생활, 휴식을 넘어 업무와 놀이까지, 집의 역할과 공간의 기능이 다 양해졌다. 공간이 바뀌면 공간 속 사람들의 생활패턴과 일상이 변하고 자연스럽게 공 간을 채우는 사물들도 바뀌게 된다. 예전 할머니집 장롱과 그 속에 켜켜이 쌓여있던 비 단이불이 도시의 우리집에서는 자취를 감춘 것처럼 말이다.
변화된 공간을 좀 더 돋보이게 하는 기물을 찾는 마음은 공예품을 향한 사람들의 관심 으로 전이 되었고 관심은 다시 행복 패러다임과도 연결되어 “개인 정체성”에 영향을 주 거나 또 받게 된다. 이러한 변화는 공예 정신을 북돋는 데 일조했다. 과거, 혁신적이거 나 가성비가 높거나 디자인과 서비스가 좋은 제품을 선호하는 경향이 다분했다면 코로 나 이후 시대는 마음을 움직이는 나만의 의미있는 것들에 대한 관심과 소비가 점차 커 지게 된 것이다. 그리고 인류가 풀어야 할 가장 큰 숙제 중에 하나인 지구환경문제. 생 활 속 유해 물질, 플라스틱, 일회용품 사용으로 발생하는 환경오염의 경각심을 일깨우 고 친환경 운동에 동참하는 것에 자부심을 갖게 하는 움직임이 시작된 것이다. 특히, 환경호르몬과 건강에 대한 관심이 커지면서 대표적인 공예품이자 생활 속 도구 인 도자기가 다시 주목받기 시작하고 새로운 소비층이 나타나는 현상은 도자기 사용을 권장할 수 있는 가장 강력한 동기부여이자 위기 속에서 얻은 기회가 아닌가 싶다
53시대가 반영된 새로운 문화 형성 과정에서 사물의 기능과 예술의 영역을 자유롭게 넘 나들 수 있는 공예의 중요성이 커지고 있다는 점이 매우 반갑다. 치유의 도구로 공예를 선택하고 삶을 더 행복하고 풍성하게 만드는 역할을 공예가 하게 되었으니 말이다.
그런 의미에서 도자기의 고장 이천은 이런 변화가 반갑다. 유구한 전통을 기반으로 70년대 이후 전국 각지에서 모인 도공들이 만든 ‘도자 마을’인 이천에는 약 400여개의 도자공방이 있다. 80년대부터 급속도로 성장한 도자산업은 세계도자비엔날레, 이천도자기축제 등을 성공적으로 개최하며 대한민국 대표 도자도시로서의 초석을 다졌고 판로 개척과 소비시장 확대 등 더 나아가 해외 홍보마케팅을 위해 국내 최초로 시청 내 도자 관련사업 전담 부서도 두었다. 왕실 납품용 도자기를 만들던 기술력과 사통팔달로 뻗어있는 지리적 이점 그리고민과 관이 한마음 한뜻으로 도자 산업 부흥을 염원한 덕에 이천은 일찍감치 도자기를 지역특산물로 지정하며 다양한 활성화 사업을 펼쳐왔다. 일선에서 활동 중인 도예가들에 실질적 도움을 주고자 다양한 정책을 펼쳐 도자 문화 전 승발전에 이바지해 온 이천시의 이러한 노력은 2010년에는 대한민국 최초 유네스코 창의도시 네트워크(UNESCO, Creative Cities Network) 공예 부문에 선정되는 성과도 얻게 하였다.
도자업계가 승승장구하던 때는 주문물량을 맞추기 위해 밤낮 가리지 않고 일한 직원들만 수명에 이르렀다 하고 길가는 개도 지폐를 물고 다녔을 정도라 했으니 도자산업이 얼마나 번창했는지 가늠할 수 있다. 생산물량이 많아지고 작업공간이 부족해지자 우후 죽순 들어선 공방과 작업장은 민가와 맞닿아 안전을 위협하는 상황이 벌어지게 됐다. 복잡한 제작 과정과 가마의 상태, 흙과 유약 조화 등 미세한 작업환경의 변화에도 완성 품의 품질이 뒤바뀌는 도자기의 특성상 공방을 운영하면서 필요에 따라 작업장을 조금씩 증·개축하다 보니 대다수의 공방은 제작 현장의 열악했다. 게다가 이천도자기 소문 을 듣고 국내는 물론 해외에서 찾아오는 방문객에게 어수선한 공방풍경은 제품의 퀄리 티를 설명하기에 명분이 서지 않기 일쑤였다.
좀 더 안전하고 쾌적한 환경에서 좋은 품질의 도자기를 만들어 경쟁력을 높이고자 한 도예인들의 염원과 이천 관내에 산발적으로 분산되어있는 공방들을 집적화하여 동종 분야 종사자들 간 창작 시너지 효과를 꾀하고자 이천시는 해결방법을 모색했고 마침내 2005년 신둔면 일대 약 12만평의 부지를 국내 첫 도자산업특구로 지정하고 생산, 판매, 유통, 교육 그리고 체험이 가능한 대규모 도자마을을 조성사업을 시작했다. 2018년 4 월 개촌식과 함께 문을 연 이천도자예술마을 예스파크는 개장과 동시에 아프리카돼지 열병, 코로나19와 같은 항거불능의 상황을 겪고 있지만 앞으로 대한민국을 대표하는 도자공예의 거점 역할을 성공적으로 수행하기 위해 느리지만 꾸준히 성장하고 있다. 특히 각각의 공방에서 독자적으로 운영하는 체험 프로그램은 방문객들과 예술가들의 사이의 간극을 좁히는 일련의 시도를 가능케 해줌으로써 좀 더 능동적이고 풍성한 관 광인프라 구축과 지역문화 발전을 촉진 시킬 수 있다. 이는 지방정부가 펼칠 수 있는 도 전적이며 혁신적인 사업의 좋은 예로 손꼽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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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 사이트에는 일부 내용이 생략되었습니다. 자세한 내용은 월간도예 2021년 11월호를 참조바랍니다. 정기구독하시면 지난호 보기에서 PDF를 다운로드 하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