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미선 청주 공예비엔날레 예술감독 -인터뷰
진행·정리. 이연주 기자 사진. 편집부
제12회 청주공예비엔날레가 지난 9월 8일 막을 올렸다. 행사는 10월 17일까지 총 40일간 열린다.
주제는 공예의 역할을 모색하는 공생의 도구. 한 가지 정답이랄 게 없이 다양한 역할일 공존하는 미래 버전을 선보인다. 올해 전시를 맡은 임미선 예술감독은 평창동계올림픽 한국공예전 전시감독, 클레이아크 김해미술관장을 거쳐 한국공예디자인문화진흥원 공예본부장을 지냈고, 현재 문화체육관광부의 공에문화산업진흥위원, 국제도자협의회(IAC, International Academy of Ceramics) 큐레이터 회원으로 활동중에 있다. 도예계 최전선에서 공예와 현대도자를 다루던 전문가답게 이번 행사는 공예 본연의 역할과 실용적 담론 제시에 중점을 두었다.
-예술감독 임명 이후 1년간의 계획과 준비를 통해 비엔날레를 개최했습니다. 그간 예술감독으로서 역할과 계획했던 구상은 무엇이었나요.
지난해 7월 1일에 임명장을 받고, 7월 말에 계획안을 제 출해 8월에 승인을 받아 준비를 시작했습니다. 사실 아 직도 잊혀지지 않아요. 왜냐하면 작년에 했던 말을 1년 동안 지키려고 노력했어요. 당시 계획한 예산과 인력과 스케줄 등 처음 계획한 방향대로 거의 99% 진행됐다고 생각합니다. 그래서 실행된 부분에 대해 개인적으로 자 긍심을 갖고 있습니다. 약속을 지켰으니까요…
또 전시팀들이 청주공예비엔날레 20년의 역사를 살펴보 며 지난 비엔날레들의 전시 주제에 대해 분석했는데, ‘공 예다운 공예비엔날레’를 한번 해야겠다고 생각했습니다.
-그러면 공예다운 공예란 무엇인가요. 비엔날레 주제의 의미와 본전시의 의도가 궁금합니다.
공예의 도구적 기능은 굉장히 중요합니다. 제 해석입니다 만 도구적 기능이라고 하는 것의 도구를 너무 쓸모에 무 게를 두고 있습니다. 이런 지점에서 인식의 확장이 필요 하다고 느꼈습니다. 전문가들에게는 인식의 확장을, 일반 인들에게 문화에 대한 이해가 필요하다는 걸 함께 보여주 는 공예 비엔날레에 좀 더 무게를 두고자 했습니다. 부산 비엔날레, 서울 미디어 비엔날레, 광주 비엔날레 등 많은 비엔날레가 각 지역의 특수성을 갖고 있다면 청주 에서 공예를 주제로 하는 비엔날레는 어떻게 달라야 살 아남을 수 있을까. 지역민들이 사랑하고 세계와 교류할 수 있는 이 행사가 베니스비엔날레 같은 역사성을 가지 려면 어떻게 미래를 준비해야 될 것인가. 그러려면 본연 의 모습을 찾아야 되는데, 그게 공예다움이라고 생각했습니다.
공예는 대부분의 사람들이 물건이라고 생각하는데, 저는 기본적으로 철학적인 어떤 태세라고 생각합니다. 왜냐하 면 공예가 삶의 이야기이고, 인류의 삶이기 때문에 사물 이나 행동으로 국한될 수 없는 우리의 모습이 결국 공예 로 표현·표출이 되는 것이라고 보기 때문입니다. 이번 비 엔날레는 ‘공예는 도구적, 언어적 기능도 있고, 메시지도 담고 있고, 시사성도 있는 이렇게 다양한 스펙트럼을 가 진다’는 것을 종합 선물세트처럼 폭넓게 보여주려고 했습니다.
-본 전시에서 중점을 둔 부분이 있다면요.
본 전시에 중점을 둔 건 공예를 바라보는 이분법적인 사 고를 벗어나는 것이었습니다. 한국 공예계 뿐만 아니라 외국 공예계도 마찬가지 입니다. 공예를 바라보는 시각 이 순수 미술 아래에 놓거나 순수 미술과 디자인 사이에 서 바라봤습니다. 지난 100년 동안 고정된 관념으로 무 엇인가를 바라보는 시점은 공예가 제일 오래 겪었습니 다. 그래서 인식의 전환, 생각의 전환으로 중심에 자기를 두고 자율적이고, 주체적으로 봤으면 했습니다. 노동, 생 명, 언어, 도구로 공예를 바라보는 것도 분명한 나의 정체 성을 가지고, 넓은 시각으로 보자는 것입니다 .공예는 도 구도 될 수 있고, 언어도 될 수 있고 또는 물질도 될 수 있 습니다. 기술도 될 수 있고요. 이번 행사는 자기 목소리 를 낼 수 없었던 공예의 안타까움에서 벗어나 목소리를 내는 데 도움이 되도록 기획한 것이 맞습니다. 그동안 목 소리가 없는 게 아니고 말을 안 했던 것 뿐이죠. 공예는 전통과 현대, 순수 미술 아니면 응용미술로 봐왔 고, 이건 이분법적인 겁니다. 이렇게 보기 시작하면 나누는 것 밖에 못하는데 우리가 나눌 때는 나눠야죠. 나눈다 는 것은 구분을 한다는 것이지, 구별을 한다는 건 아닙니 다. 그래서 앞으로의 융복합도 분명한 정체성에서 기인 한 것이어야 합니다. 정체성이 없는 상태에서 융복합은 그냥 혼탁해지는 것이지요.
지난 200년 간의 1~4차 산업혁명을 거쳐 오면서 산업화, 세계화, 단일화되어 있는 세계 시장 다음에 과잉 생산과 소비로 인해 버려지는 쓰레기 오염, 해양 환경 등 여러 가 지 환경 문제들이 있습니다. 이러한 각성이 필요한 부분 에 대해 일반인들의 인식과 태도가 변하지 않으면 우리 사회는 지속 가능하지 않습니다. 공유가치 중 가장 큰 가 치는 지속 사용 가능함이라고 생각합니다. 물론 소재, 기 술, 어떤 행위 등 여러 가지 의미에서 공예는 지속 사용 가능한 미래 가치를 크게 갖고 있어서 이 강점을 부각시 키고자 했습니다. 왜냐하면 첫 번째 작품에서 보여주듯이 앤 마리 오설리반의 버드나무 바구니를 보면 만 년 전에 만든 방법을 지금도 이어받고 있고 앞으로도 이어질 것이 기 때문입니다. 결국은 자연에서 시작해 자연으로 돌아갑 니다. 인간도 태어나서 죽고요. 순환하는 세계를 좀 철학 적으로 담아서 우리가 어디서 시작해서 어디로 돌아가고, 무엇을 남길 것인가에 대해 생각해보자는 측면에서 본전 시의 첫번째 작품으로 선택하였습니다. 그리고 전시 마지 막에 ‘모든 사람이 예술가다’라고 쓴 것은 공예는 누구 한 사람의 이야기가 아니라 우리 모두의 이야기라는 것이지 요. 그래서 현 시점에서 팬데믹과 비엔날레의 정체성에 대한 고민, 우리가 개인 시민으로서 이 사회를 어떻게 꾸 려갈 것인가에 대한 이슈도 담으며, 좀 거창하지만 이러 한 목적과 의식을 가지고 준비를 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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