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집 II) 새로 고침한 공간들
경리Re단길 빈상가의 공생과 자생
비브라
경리단길은 전국에 수많은 ‘~리단길’을 만든 대표적 사례이다. 경리단길이 유명해지고 또 임대료가 높 아져 터를 잡은 이들이 떠나면서 외면당하는 곳이 되었고, 텅빈 공간들이 늘어났다. 비브라는 텅빈 공 간을 새로 만들기보다 비어있는 동안 클래식, 현대무용, 미술전시, 동네워크숍 등 지역민이 가장 폭넓 게 즐기는 일상문화이자 예술문화를 적극 끌어들였다. 또한 경리단길 프로젝트는 도시재생이 거창할 필요가 없고 소규모로 구현가능하다는 점을 보여준다. 지역 공인중개사를 비롯해 임대인, 임차인, 상 인, 주민, 예술가 등 지역민과 협력해 숨어있는 공간을 채우기 위한 커뮤니티와 경리단길의 역사와 현 재를 알리는 활동으로 브랜딩한다. 비어가는 경리단길 풍경에 대한 아쉬움에서 시작된 프로젝트는 & 주민제안 소규모 재생사업으로 선정되어 보다 적극적인 경리단의 변화를 이끌어내고 있다. 빈 공간을 이용해 전시와 음악 등 설레이는 진동으로 채우는 비브라를 만나보았다.
[Interview]
비브라
박우린 & 양승희
월간도예 독자들을 위해 간략한 소개 부탁합니다. 비브라는 어떤 그룹인가요? 비브라는 도시, 건축, 음악, 미술, 공간 전 문가들이 모여, 도시의 빈공간을 배경으 로 다양한 문화 활동을 수행하는 집단입 니다. 2019년부터 서울 이태원동 경리단 길의 빈상가를 무대로, 음악 공연과 시각 예술 전시, 아티스트 레지던시 프로그램 등을 운영하고 있습니다.
예술, 기획, 건축 등 각자 다른 분야의 사람들이 모인 이유가 궁금합니다. 뜬금없지만, 대학시절 동계스포츠(스노 보드) 운동부 활동을 함께 하던 친구들입 니다. 졸업 후 각자의 분야에서 실력을 쌓 았고, 그 능력을 활용해 ‘그럼 같이 재밌는 일을 해볼까’라며 우연히 시작됐습니다.
지역이슈를 연구하고, 지역의 문화공간을 만들고 싶다는 생각은 어디에서 나온 것인가요?
2019년도 경리단길에서 일하고, 살고 있 던 저(박우린 건축가)와 도시계획가 양승 희 소장은 경리단길이 젠트리피케이션 (둥지내몰림현상)으로 상가들이 비어가 는 모습이 안타까웠어요. 이렇게 비워두 느니 ‘단 하루만이라도 음악과 시각예술 로 채워보자’며 시작했습니다. 사비를 털어 공동 자금을 마련한 뒤, 친구들의 도움 으로 실행할 수 있었죠. 그리고 이를 제안 서로 만들어 국토부의 소규모 도시재생사 업에 지원해 점차 안정적으로 발전시킬 수 있었어요. 빈상가 단기임대를 통한 프 로그램을 적극 운영하고, 주민과의 접점 을 만들고 있습니다.
그렇다면 ‘경리단길 빈상가’는 구체적으로 어떻게 운영되나요?
우리는 보다 안정적인 전시와 공연 환경 조성을 위해 1-5개월에 이르는 단기 임대 의 형태로 공간을 마련하고 있습니다. 비 브라의 초창기 공간 점유 방식은 크게 두 가지입니다. 첫번째는 건물 소유주의 허 락을 구해 이벤트 당일 무상으로 공간을 사용하는 방식이고, 두번째는 건물 소유 주 혹은 기존 임차인에게 일정금액을 지 불하고 정해진 시간동안 공간을 사용하는 즉, 일반적인 임차 혹은 전대(sub-lease) 의 방식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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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 사이트에는 일부 내용이 생략되었습니다. 자세한 내용은 월간도예 2021년 7월호를 참조바랍니다. 정기구독하시면 지난호보기에서 PDF를 다운로드 하실 수 있습니다.>
갤러리가 있는 미용실
더컷 윈도우
서교동에 있는 미용실 더컷The Cut은 언뜻 보면 ‘갤러리인가’ 싶다. 원래 외부의 시선을 가리기 위해 만든 공간을 전시하는 갤러리로 바꾼 것. 미용실과 길목 사이에 존재하는 완충의 공간이기도 하다. 약 33㎡ 규모의 더컷은 4.3㎡의 갤러리와 28.7㎡의 미용공간으로 구성된다. 더컷을 운영하는 오상윤 대표 는 일대일로 손님을 대하는 장소인 만큼 공간을 좀 더 효율적으로 관리할 필요하다고 판단했다. “주요 업무는 머리 손질을 잘하는 것이지만 미용 공간을 좀 더 문화적이고 디자인적으로 발전시켜 나가고 싶 다.”고 전했다. 사이공간을 공유공간으로 해결하고, 이곳을 다양한 전시로 기획했다. 미용공간은 보다 더 집중 업무할 수 있게 됐고, 윈도우 공간은 예술을 향유하게 됐다. 공간의 의외성이 미용실이라는 일 상 공간을 더욱 특별하게 만들어주는 미용실 속 갤러리를 살펴보았다.
[Interview]
더컷 대표
오상윤
월간도예 독자들을 위해 간략한 소개 부탁합니다. 더 컷은 어떤 곳인가요? 홍대 앞 작은 남성헤어전문점입니다. 2005년부터 줄곧 혼자 일하고 있고, 1인 미용실입니다. 헤어숍에서 전시를 선보이 는 것이 생소합니다. 윈도우 전시(미용실 속 갤러리)를 선보인 계기가 궁금합니다. 오픈당시 이곳을 택했던 이유가 홍대앞 임에도 불구하고 한적함과 여유로움을 느낄 수 있어서였거든요. 점차 상업시설 이 들어서며 번화되면서 유동인구가 늘어 났죠. 행인들의 시선이 신경이 쓰이더라 고요. 윈도우쪽에 시선을 차단할 뭔가를 고민했는데, 손님이 ‛전시해보면 어떻겠 냐?’는 제안을 주셨어요. 그래서 아이디어 를 실행한 것이죠.
공예, 디자인, 현대미술 등 다양한 장르를 아우르는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전시섭외는 어떤 식으로 진행되나요? 여러 전시를 10년 넘게 해오니 작가들간 의 소개를 통해 이어지기도 하고 여기서 전시하고 싶다고 직접 연락주는 경우도 있어요. 분기에 한번 정도는 제가 전시하 고 싶은 작가를 섭외해 진행하기도 합니 다. 이밖에도 다양한 전시를 통해 제 나름 대로 예술을 보는 방법에 대한 감각을 익 힌 게 아닌가 싶어요.
기억에 남는 전시가 있다면
이병찬 작가의 전 시였는데, 비닐, 필름지 등을 한땀한땀 뜨 개질 하듯 엮고, 전동모터로 공기를 주입 해 움직이는 거대한 모형이였어요. 추운 겨울에 지나가는 사람들의 발걸음을 멈 추게 만든 핫한 전시였습니다. 모두 신기 해하고 반응 또한 아주 뜨거웠어요. 그리 고 피노크의 공예전은 구성과 연출이 좋 아 사람들의 문의가 많았어요. 실제 판매 도 됐구요. 연장전시할 정도로 반응이 좋 았습니다.
매번 다양한 전시를 본 손님들의 반응은 어떠했나요?
보는 눈은 비슷한 거 같아요. 좋은 전시, 멋진 작품이 있으면 ‘이번 전시 재미있다. 작가가 누구냐’ 등 즉각 반응이 와요. 방 문하는 손님들에게 이곳만의 아이덴티티 를 각인시켜주고, 편안한 분위기에서 서 비스를 받을 수 있도록 신경쓰고 있어요.
일과 예술의 경계를 허문 곳
회의실
상수동에 있는 회의실은 투명한 유리 너머로 내부가 훤히 보인다. 이곳은 필요에 따라 회의실, 전시실, 공연실 등 다목적으로 쓰인다. 다목적 쓰임은 공간을 캐쥬얼하고 자유롭게 만드는 역할을 한다. 이런 쓰임은 실용성을 중시하는 문화를 그대로 반영하는데, 이런 상식의 파괴가 공간을 특별하게 만든다. 다목적 회의실의 공간 기획을 담당한 오창훈 문화지형연구소 대표는 “기본적으로 깨끗하게 정리만 하 면 되었기에 힘든 일은 없었다. 화려한 장식이나 개성 대신 지속 가능성을 선택한 것.”이라고 말했다. 단조로울 수 있는 공간에 전시 공간이자 휴게 공간, 동시에 업무 공간으로 활용함으로써 작은 변화를 줬다는 의미이기도 하다. 장식이 아닌 콘텐츠 구성만으로도 충분히 완성된 공간을 만들 수 있음을 보 여주는 회의실을 찾아가보았다.
[Interview]
문화지형연구소 CTR 대표
오창훈
간략한 소개 부탁합니다.
홍대지역을 기반으로 문화, 공간, 디자 인 등 다양한 스케일의 폼을 연구하는 단 체 ‘문화지형연구소 씨티알’의 대표 오창 훈입니다. 씨티알CTR은 문화지형연구소 Cultural Topography Research의 약 자로, 지난 2005년에 설립했습니다.
회의실이 공연, 전시, 업무공간 등 다목적으로 운영되는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지역의 문화공간을 만들고 싶다는 생각은 어디에서 나온 것인가요? 딱딱하고 재미없던 90년대 주류문화에 대안이었던 홍대 앞의 대안공간들이 하나 둘씩 사라져 가는 것을 보아왔습니다. 파 릇파릇한 20대 시절 홍대 앞의 비주류 문 화를 먹고 자라온 당사자로서 대안공간의 가치를 잘 알고 있기 때문에 ‘받은 만큼 돌 려주자’라는 마음으로 시작했습니다. 그 리고 마침 지금 ‘회의실’ 자리는 예전에 독 립출판서점인 ‘북소사이어티’가 있던 자리 라 더 마음이 끌렸습니다.
‘회의실’이란 구체적으로 어떤 곳인가요? 건축설계를 담당하는 <씨티알폼 건축스 튜디오>, 출판담당 <씨티알프린트>, 음 악레이블 <씨티알싸운드> 그리고 다용 도문화공간 <제비다방>이 좁은 건물에 꽉꽉 들어차 있는 가운데 유일하게 텅 비 어있는 공간입니다. 회의실은 이름처럼 평소에는 회의와 세미나가 이뤄지는 공유 공간입니다. 그리고 재미있는 전시가 떠 오르거나 소개하고 싶은 작가를 만나면 전시장이 되기도 하고 공연장이 되기도 합니다.
공간을 운영하면서 현실과 이상의 괴리감을 느낄 때도 있었을 것 같습니다. 이상은 지원금 많이 받고 유료대관도 많 이 하고 작품 판매도 잘 되는 다용도 공간 이겠죠. 하지만 현실은 월세와 최소한의 운영비로 오래 버티기입니다.
혹 이런 경우가 있었나요. 전혀 예상치 못했는데 아주 기발한 공간을 봤다던지... 탈영역우정국이요. 옛 우체국 자리를 물 려받아 복합문화공간이 바뀐 곳이죠. 이 름에서 엿볼 수 있듯이 영역을 벗어나 다양한 장르를 선보이고있고, 공간 자체로 도 지역에 울림이 있다고 생각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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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 사이트에는 일부 내용이 생략되었습니다. 자세한 내용은 월간도예 2021년 7월호를 참조바랍니다. 정기구독하시면 지난호보기에서 PDF를 다운로드 하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