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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21.07월호 | 전시리뷰 ]

박종진 인텐시브 블랙
  • 편집부
  • 등록 2021-07-30 13:41:13
  • 수정 2021-07-30 16:10: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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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시리뷰

 

 

박종진
인텐시브 블랙

글.강경남 국립중앙박물관 미술부 학예연구사 사진.작가 제공

 

박종진 작가의 근작을 본 첫인상은 ‘어떻게 만들었을까’였다. 작품 자체에서 어떤 실마 리도 찾기 어려울 정도다. 작가의 작품을 연대순으로 열거해 본다면 변화의 진폭이 매우 크다. 초창기에는 백자를 기반으로 나 무를 혼합하거나, 흑백대비로 공예의 재료 적 특성이 돋보이는 작업을 선보였다. 영국 에서 연구를 거듭하고 돌아온 후 이전과 전 혀 다른 작품을 내놨다. 유학 후 개최한 전 시에서 봤던 작품은 흡사 나무의 나이테 같 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렇지만 목재의 재료 적 특성을 발견하기 어려웠다. 작가는 “재 료의 변환과 작업방식의 다변화를 추구하 며 관람자의 호기심과 궁금증을 불러일으 키고 싶었다”고 한다. 특정 시간을 기점으 로 전혀 다른 결과물을 만들어낸 그의 의도 는 성공했다.

시간의 시각화
사실 작품은 종이라는 평범한 재료를 낱장 마다 흙물을 발라서 쌓는 단순한 방식으로 만들어졌다. 흙물을 흡수한 종이 층 덩어 리를 건조하고 1,280℃에서 단번에 번조한 다. 높은 온도 때문에 종이는 타서 사라지 고 유약과 불로 단련된 단단한 몸체만 남는 다. 반면 층층이 쌓인 겹 사이에 미세한 공 간이 생겨 작가의 의도대로 변형이 가능한 부드러운 성질도 갖추게 된다.
작은 재료를 차곡차곡 쌓아 올리는 제작과 정은 일견 단순해 보인다. 수사나 과장 없 이 작품의 형태를 순수하게 드러내는 직설 화법과 같다. 담백해 보이는 작품에 몰입하 면 다른 세상으로 안내하는 통로를 마주한 다. 나무의 나이테나 거대한 지층의 한 조 각으로 보였던 켜켜이 쌓인 면에서 예상하 지 못했던 모습을 만날 수 있다. 다양한 크 기와 조형, 흙물을 머금은 종이의 존재, 시 간의 흐름으로 다가오는 색감의 변주 등 작 가가 만들어낸 질서는 작품의 안과 밖을 섬 세하고 치밀하게 조율한다. 시간이 물질로 구현되는 과정을 작품에 녹여내고 있다. 이러한 결과물이 탄생하기까지 작가의 고 민도 깊었을 것으로 생각한다. 반복적이면 서 불규칙한 층위는 시간을 견뎌내는 인간 의 그 무엇을 표현한 것 같다. 지구의 역사 를 말해주는 오랜 지층의 작은 조각처럼 보 이기도 한다. 작가 역시 반복적인 쌓기 작 업이 영국 유학 시절에 겪었던 여러 불안을 치유하는 과정이었음을 고백한 바 있다. 이제는 개인의 차원을 넘어 치유의 과정을 공 감하고 공유하기를 바라는 작가의 의도가 투영되어 있다. 그는 “겹으로 이뤄진 적층과 미묘한 색감의 변화가 보는 이로 하여금 제 작자의 시간을 상상하고 색의 조화가 주는 아름다움을 함께 느낄 수 있기를 바란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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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 사이트에는 일부 내용이 생략되었습니다. 자세한 내용은 월간도예 2021년 7월호를 참조바랍니다. 정기구독하시면 지난호보기에서 PDF를 다운로드 하실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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