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시리뷰
윤상현
색의여행
글.박경린 전시기획자 사진.작가 제공
휘몰아치는 바람이 잦아들기 시작한다. 회 색 구름으로 가득했던 하늘이 점점 제 모습 을 찾아간다. 얼마만큼의 시간이 지났을까. 사방이 고요해진다. 어스름이 걷힌 하늘에 조금씩 푸른 빛이 스며든다. 아직 해가 기 울기 전 고요한 하늘에 하얀 별이 조금씩 고 개를 내민다. 어둠이 내리기 전, 아직 하늘 이 눈을 감기 전 햇빛 머금은 찰나의 순간 고요함이 깃든다. 윤상현의 둥근 달 항아리 위에 하늘이 서렸다.
이번 개인전에서 선보이는 윤상현의 도자 는 다시 기본으로 돌아간다. 우리나라 도자 에서 가장 전통적인 아름다움을 간직한 기형 중 하나인 달 항아리와 매병을 선보인 다. 물레질을 통해 형태를 만들고, 커다란 사발 두 개를 결합하여 둥그런 형태를 완 성시킨다. 길쭉한 형상을 띈 매병은 물레 질을 통해 기본이 되는 형태를 만들고 여 기에 구도자의 자세로 면을 계속 깍아낸 다. 형태를 만드는 일은 마음에 들여놓은 형상이 실제에 존재할때 비로소 마무리 된다. 이러한 과정은 기본을 회복하는 일 이며 도자의 기원을 다시 생각해보게 하 는 자리를 마련한다.
초벌한 자기 위에 색을 입히는 과정에 들 어서면 공예가의 태도에서 예술가의 정 신으로 이동한다. 유약을 만드는 과정에 서부터 직접 공을 들여 윤상현만의 색을 만든다. 처음 색을 만들 때 코발트의 푸른 빛에 반해 시작된 색의 여정은 코발트와 동의 성분을 배합하여 아스라히 푸른 빛 을 머금은 독특한 색을 완성시켰다. 자기 의 표면에 발라진 그만의 독특한 유약은 불과 만나 변화한다. 유리질의 표면은 투 명하게 빛난다. 그 위에 점점이 흩뿌려진 불투명한 색감은 결정유약으로 만들어졌 다. 투명하고 불투명한, 푸른빛과 초록빛 의 스펙트럼이 빚어내는 색은 하나가 아 니다. 색은 겹겹의 층을 이루며 도자의 표 면을 마치 심연처럼 깊게, 하늘을 품은 맑 은 물처럼 얇게, 깊이를 알 수 없는 곳으 로 관람객을 인도한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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