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시리뷰
맹욱재
백색의 숲
글.김예성 KCDF갤러리 큐레이터 사진.편집부
맹욱재 작가는 이 시대의 인간과 비인간 존 재인 자연, 사물 사이의 관계 맺기에 대해 이야기 한다. 슬립캐스팅으로 제작된 백자 오브제와 다양한 매체를 사용한 도자 설치 작업은 우리와 생태계의 관계를 조명한다. 초기작부터 최근까지 시기별로 작품에 등 장하는 다양한 종류의 동물들은 작가의 일 상이나 작업환경과 연관이 있다. 그는 직 접 경험하고 현실로 다가왔던 문제들을 작 업의 소재로 택했다. 작가가 참여했던 해외 아티스트 레지던시는 자연과 가까운 곳에 위치해 있었고, 순록과 산양과 같은 동물들 은 그 지역의 이슈였거나 대표가 되는 것들 이었다. 마찬가지로, 근작에 표현된 반려동 물이나 쥐, 개구리, 닭 등의 동물 소재는 작 가에게 일상 속에서 영감을 준 것들이다. 오브제들은 도자의 슬립 캐스팅 기법으로 제작 되었다. 원형의 단계부터 실제의 동 물과 상상 속 혼성동물들을 자세히 묘사하 고, 석고 틀을 이용한 이장주입 성형으로 다 수의 개체를 복제한다. 사실적 표현의 동물 형상과 식물 모형은 자세히 들여다보면 어 딘가 낯선 모습으로 상상의 재현임을 깨닫 게 한다. 오브제는 백색 태토 위에 어떤 색 도 더하지 않아 ‘가상성’을 드러낸다. 개구 리 머리를 한 새, 양서류를 닮은 머리의 닭 은 초현실적이다. 자연 파괴로 인한 돌연변 이와 디스토피아를 상징함인가 싶지만, 다 시 보면 작가의 세심하고 따뜻한 시선으로 조화를 이룬 작은 유토피아적 생태계가 보 인다. 때타기 쉽고 깨지기 쉬운 무광질감의 백자는 우리에게 사물을 신중하게 대해야 함을 일깨우며, 자연에 대한 존중의 태도를 은유한다. 간혹, 수금으로 눈을 표현하거나 설치에 부분적으로 작은 패턴들을 적용하 기도 하는데, 이는 주제를 담기 위한 부분적 인 장식과 장치다.
전시는 초기에 오브제 작업을 독립적으로 보여주던 형식에서 점차 주어진 공간을 적 극적으로 활용하는 설치작업으로 발전한 다. 언뜻 보면 자연 속, 어딘가에 실재하는 풍경을 전시장에 옮겨 놓은 듯하나, 흑백사 진의 한 장면과 같이 설치된 흰색의 오브제
들이 현실로부터 한걸음 거리를 두게 한다. 타 매체를 이용해 도자 오브제를 설치하 는 일련의 과정에서 주제는 강화된다. 「정 원 A Garden」이나 「응시하다 Gaze」와 같 은 전작에서는 연무 설치와 영상 퍼포먼스 등을 접목하였으며, 2014년 전시 「취약한 Fragile」의 설치는 키네틱 아트의 방식으 로, 좌대위에 고정된 오브제의 시각적 감상 을 넘어 움직임과 깨어짐의 소리를 통한 공 감각적 경험을 유도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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