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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21.04월호 | 작가 리뷰 ]

해외무대의 한국도예가 ① 김연수
  • 편집부
  • 등록 2021-05-04 11:27:50
  • 수정 2021-05-04 16:00: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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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외

 

해외무대의 한국도예가 ①

떠나기, 낯설어지기, 중간지점 찾기
김연수

 

글. 정수경 객원에디터 사진. 작가제공

 

 

질박한 옹기의 형상과 자연에게 빌려온 따뜻한 컬러 위에 새겨진 생경한 드로잉. 기면에는 별과 구름, 얼굴이 붙어버린 두 인물, 용이나 새, 식물들과 구름, 물고기 사이를 유영하는 매듭들이 수 놓여있다. 익숙한 듯 낯선 작품에 누군가는 고개를 갸웃댈 수도 있겠다. 전통과 현대를 오가는 김연수의 작업은 한국과 미국의 경계에서 만들어지며 추상과 구상 사이를 맴도는 드로잉의 옷을 입고 있다.
모호한 경계에 서 있는 작가 김연수를 지난 삼월 초 실제와 가상의 사이에서 만났다. Covid-19로 육체와 정신이 고립되고 있는 지금 서울에서 미국의 몬태나까지 이어진 작고 작은 선이 김연수 작가에게 닿은 상황에 미묘한 역설을 느끼며 준비한 질문지를 꺼냈다. 약 8년간 한국에서의 활동은 드물었기에 잘 모를 수 있는 독자들을 위해 짧은 이력을 덧붙여본다. 전라남도 해남의 전기가 들어오지 않는 섬에서 태어난 김연수는 바다와 햇살을 한껏 누리고 자라나 서울 홍익대학교 도예과에서 흙을 배우기 시작했다. 그리고 홀연 듯 미국으로 떠났고 미국 내에서도 몬태나와 플로리다, 조지아를 오가며 노마드의 삶을 영위하고 있다. 작년 2020년 엔시카NCECA1의 ‘떠오르는 아티스트Emerging artists’에 선정되었고, 현재는 아치 브레이 재단 Archie Bray Foundation for the Ceramic Arts2의 레지던시에서 작업하고 있다.
김연수의 작업은 어디서 무엇을 이루었고, 어떤 교육을 받았는지로 규정짓기에 중첩된 요소가 많다. 아이들이 얽히고설킨 정글짐의 철골구조 사이사이를 통해 정상으로 향하듯 김연수의 작업은 크게 세 단계의 정글짐 위에 형성되기 때문이다. 하부구조는 여러 번의 ‘떠나기’로 이루어진다. 수없이 떠나며 마주한 새로움을 자신의 익숙함으로 만들면 또 다른 새로움을 찾아 떠나는 방식을 통해 단단한 토대를 마련한다. 이후, ‘낯설어지기’라는 중간구조를 갖는다. 한 문화의 정체성을 담은 사람이나 사물이 낯선 곳에 던저졌을 때 느껴지는 데페이즈망Dépaysement3 기법처럼 김연수는 자신의 작품과 함께 미국 문화에 닻을 내렸다. 마지막으로 상부구조는 하부층에서 이루었던 다양한 경험의 중간지점을 찾는 행위들로 이루어져 있다.

‘떠나기’
인터뷰를 위해 김연수에 대해 조사하면서 필자는 그를 익숙함에 익숙해지지 않는 사람이라 생각했다. 섬에서 육지로, 한국에서 미국으로. 원하는 것이 있으면 한국과 미국 방방곡곡을 두드려보는 사람이기 때문이다. 김연수의 작품에는 질박한 옹기의 형상이 돋보이는 동시에 상감기법이나 분청의 귀얄, 긁어내기 기법 등 다양한 한국 전통 도자의 장르가 교차해 나타난다. 작품에 묻어나오는 한국 전통 도자에 대한 깊은 이해는 짧은 시간에 이뤄진 것이 아니라 짐작된다는 질문에 “입시미술하고 대학을 갔는데 갑자기 알아서 자신을 표현하라고 하더라고요. 당황스럽기도 하고 어디서 실마리를 얻어 나를 표현해야 할까 고민을 많이 했습니다. 결국 전통적인 것을 되돌아보는 데서 시작했습니다” 라는 대답이 돌아온다. 보통 한국의 미술대학에서는 현대예술의 관점에서 도예를 가르치기 때문에 전통기법에 많은 시간을 할애하지 않는다. 김연수는 작가의 작업실을 방문하는 수업에서 흙을 수타면 주무르듯 다루는 전업 작가들의 작업방식을 본 뒤, 학교에서 가르치지 않는 나만의 무기를 찾아야 한다고 생각했다. 불교와 도교, 한국의 흙 문화에 관심이 많아 홍익대학교 도예과 대학원에 재학 중이던 미국인 동료가 오향종 옹기 명장을 함께 만나보길 권했다. 김연수는 그렇게 바로 ‘떠나기’를 펼쳤다. 겨울방학 동안 배우기에는 흙 늘리기나 판장성형, 쳇바퀴 타렴, 푸레질 등 전라도 옹기의 기법을 전수받기 어려웠기에 학교를 휴학했다. 일 년 반 동안 평균적으로 80cm의 옹기를 한 시간에 하나씩 만드는 기술을 전수받았다. 김연수는 장인의 옆에서 2001년 오향종, 이강효, 여선구가 함께했던 미국 옹기투어의 사진들을 볼 기회가 있었다. 한국의 미를 미국에서 시연하고 알리는 그들처럼 살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오향종 장인의 견습생 생활 이후 여러 옹기 작업실에 방문해 새로운 사람들을 만났고 울산의 허진규 장인의 옹기공장에서 2년간 머물며 코일 기법으로 말아 올리는 경상도 옹기의 기법도 체득할 수 있었다. 꽤 오랜 시간 기술의 토대를 쌓아 올린 성실한 시간을 통해 김연수가 배운 것은 ‘인내’였다. “견습생 생활을 통해 제가 배운 것은 잘하는 사람이 오래 하는 것이 아니라 오랫동안 하는 사람이 잘하는 것이라는 사실이었습니다. 지름길이 없어요. 반복적인 일상을 계속해내는 것이 진정한 힘이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김연수는 한국 옹기공장과 작가들의 작업실을 떠다니며 옹기를 포함해 분청의 귀얄 등을 습득하며 ‘기술력’이라는 단단한 토대를 다졌다.

‘낯설어지기’
김연수의 ‘떠나기’는 또 한 번의 중요한 터닝포인트를 마련하는데 바로 미국행이다. “처음에는 미국에서 오래 있을 거란 생각을 하진 못했어요. 학부생일 때 섬머프로그램의 일환으로 미국 세라믹 과정 수업을 참여하며, 쉴 새 없이 ‘왜why’를 묻던 미국의 교육과정 속에서 그들의 자기표현, 자신감이 점철된 작품들을 보았습니다. 그리고 막연히 궁금했어요. 한국과는 상이하게 다른 문화 속에 저를 던져본다면 어떤 작업이 탄생할까 말이에요.”
한국에서 옹기 작업실을 마련하며 작가로서의 입지를 굳혀가는 중 몬태나 주립대학교 Post Baccalaureate4과정에 지원하게 될 기회가 있었다. 슬슬 작업 주문도 들어오던 시기였기에 고민이 됐지만 또 다시 미국행 비행기에 몸을 실었다. “저는 지금 아니면 못하는 것을 하기로 마음먹었어요. 한국에서는 다시 돌아와서도 작업할 수 있겠지만 미국은 이때 아니면 못 갈 것 같아서요.” 노마드 기질은 미국에서도 변함없었다. 몬태나에서 플로리다 레지던시로 또 다시 조지아 주립대학 석사과정으로, 그리고 현재 머무는 아치 브레이Archie Bray 재단 레지던시 등, 한국의 전통기법을 체화한 김연수는 완연하게 새로운 곳에 자신을 밀어 넣으며 완전히 낯설어졌다.
타지생활에 어느 정도 익숙해지면 완벽한 고독이 찾아온다. 김연수에게는 조지아 주립대학 석사과정을 시작하는 시기와 겹쳤다. 이때 탄생한 작업이 옹기와 한국전통기법에서 거리를 두고 즉흥적인 조형성을 강조한 얼굴 연작이다. “아침에 작업실에 출근하면 커피와 빵을 먹으며 매일 얼굴 하나씩 만들었어요. 타국에서 설명할 수 없는 고독감을 느끼면서 대화의 대상이 자연스럽게 내면의 제가 되었어요. 내 감정의 문을 두드리게 된 적은 살면서 이때가 처음이었던 것 같아요.” 이방인으로서의 삶은 자신의 소리에 집중하는 최적의 배경이다. ‘나와 흙과의 관계´, ‘나와 정체성의 관계’, ‘미국이란 거대한 시장에서 작가로서, 하나의 인종으로서 나라는 존재´ 등. 결국 모든 것이 관계의 문제였다. 주변을 전부 걷어내고 ‘나’에 집중해보니 자신의 장단점과 나아가야 할 방향이 보였다. 전통을 전승하는 것이 아닌, 한국의 전통성 위에 현대성을 삽입하며 만들어지는 일종의 전이transition를 향해.
“전통적인 기器나 항아리의 형태는 저에게 깊게 뿌리 내려 있습니다. 미국에서 매 순간 전혀 생각치도 못한 부분을 건드리는 창의적인 동료들과 비교하며, 한국에서 입시미술을 하고 교육받고 전통기술을 습득하기 위해 고군분투했던 과거의 나를 부정하는 것은 건강하다고 생각하지 않아요. 결국 강한 전통성과 기술력이 제 강점이라고 생각했습니다. 대신 유구한 역사를 통해 형성되며, 시대의 아름다움을 축적하고 있는 옹기의 형태 위에 무엇을 담을 것인가 생각했어요. 그것이 제 내면의 목소리를 표현하는 드로잉입니다. 저는 백지상태에서 완전히 새롭게 시작하는 사람은 되지 못해요. 새로움이란 결합입니다. 1+1처럼 기존에 가진 것과 낯선 것을 결합하는 방법으로 새로운 작업을 만들어나갔습니다.”

얼굴을 형상화하는 조형 작품을 통해 표현의 자유로움을 얻었다면 2년 전부터 천착하고 있는 「리스닝Listening」 연작은 전통성과 현대성의 1+1이다. 흙을 펼쳐내고 쳐내고 늘여낸 뒤, 푸레질을 통해 태어난 즉흥적인 항아리의 형태에 귀얄 기법을 응용해 빠르게 바른 백토의 표면을 마련한다. 하얀 기면에는 곧 작가의 직관과 감정을 통해 나온 내면의 목소리가 쏟아진다. 모든 순간이 흙과 노동의 밀접함을 고스란히 드러내는 김연수의 수행적인 작품은 한 개인의 기록으로써 치환되어 연작으로 쌓인다. 칠흑의 어둠에서 더듬거리다 보면 나름의 명도가 생기듯이, 완벽한 고독에서 더듬거리며 자신을 찾아가는 행위로 탄생한 「리스닝Listening」은 2020년 엔시카의 떠오르는 작가NCECA Emerging Artist에 김연수의 이름을 오르게 했다.

´중간지점 찾기’
짙게 느껴지는 한국의 전통도자 위에 개인적인 네러티브를 담아 주목받고 있는 김연수의 작품에 대해 그 이유를 물어보니 “미국문화의 가장 큰 힘으로 창의성과 다양성”을 이야기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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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 사이트에는 일부 내용이 생략되었습니다. 자세한 내용은 월간도예 2021년 4월호를 참조바랍니다. 정기구독하시면 지난호보기에서 PDF를 다운로드 하실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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