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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21.03월호 | 작가 리뷰 ]

클레어 투미
  • 편집부
  • 등록 2021-04-02 10:09:40
  • 수정 2021-04-14 09:21: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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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외

 

과거이자 현재인 시간
클레어투미
글.신은정
영국 통신원 사진제공.클레어투미

 

영국 도예가 클레어 투미의 작품을 인상적으로 본 것은 2006년 런던 빅토리아 앤 알버트 박물관에서 있었던 <트로피 Trophy>전시였다. 이 전시에서 그는 영국 도자기회사 웨지우드를 상징하는 재스퍼 블루 색감의 도자 새 4천 여개를 박물관 바닥에 설치했다. 관람객들이 지켜야 할 관람규율이나 제약을 두지 않았고, 관람객들은 원하는 대로 전시작품에 손을 대었고 많은 이들은 그의 작품을 들고 나갔다. 입장순서를 기다리던 다른 관람객들도 앞선 사람들의 행동을 그대로 모방했다. 물론 모방일 수도 있지만 전시 작품을 직접 만지고 싶다는 욕구, 그리고 박물관이라는 권위있는 장소에 전시된 예술품을 마음대로 가져갈 수 있다는 특별한 경험과 소유욕이 더 큰 이유였을 것이다.
이 전시를 통해 클레어 투미는 ‘박물관의 역할은 무엇인가?’ 라는 질문을 박물관 그리고 관람객과 함께 새롭게 모색해보고자 했다. ‘역사적 유물이나 예술품 등을 안전하게 보존하며 일반 대중들에게 전시 교육을 목적’으로 하는 통념적인 박물관의 의미가 아닌 관람객이 도자기 새들을 골라 자신의 수집품으로 가져가는 행동을 통해 ‘전시된 예술품의 소유권이 관람객에게로 양도되어질 수 있는 공간’으로 박물관의 새로운 의미를 부여했다.

예술작품은 관람객과 은밀하게 개별적으로 대화한다
클레어 투미는 <트로피>전 뿐만 아니라 박물관이나 미술관 등 공공장소에서 자신의 작품을 매개로 관람객과 설치공간이 서로 커뮤니케이션할 수 있는 이야기의 장을 제공한다.
2015년 영국 웨일즈의 오리엘 데이비스 갤러리에서의 <메멘토 Memento>전에서 그는 2000여개의 도자 꽃을 설치했다. 그리고 관람객들은 꽃과 관련된 자신의 기억을 글로 작성한 뒤, 자신이 고른 도자 꽃이 있던 자리에 남겨둔 후 도자 꽃과 교환했다. 2천 여개의 하얀 도자 꽃이 있던 전시 공간에는 관람객 개개인의 ‘꽃’에 대한 다양한 기억들로 채워졌다. 관람객의 기억이 그의 작품과 교환된 것이다. 그는 자신의 작품을 매개로 관람객들이 전시 공간이나 자신의 삶에 대해 깊숙히 들여다보도록 제안한다.
그는 ‘예술작품은 관람객과 은밀하게 사적으로 대화한다’고 말한다. 관람객 개인에게 예술작품은 ‘그래, 당신이 옳아’라고 말해주는 역할을 하기도 하며 누구도 알아봐주지 않는 사소하나 개개인에게 소중한 기억들을 보듬어주기도 한다. 자신이 아닌 다른 누구도 특별한 의미를 부여하지 않는 작은 것들을 기억하고 표현해주는 것, 그것이 예술작품이 관람객들에게 특별한 이유다.

과거는 현재에도 지속된다
2015년 요크아트 갤러리에서 열린 <매니페스트 Manifest:10,000 Hours>전에서 클레어 투미는 숙련된 기술을 갖는데 약 1만 시간이라는 긴 시간이 걸린다는 것을 보여주기 위해 수백 여 명의 참가자들과 1만 개의 그릇을 제작했다. 그리고 한 사람이 오랜 시간을 통해 익힌 기술은 그에게만 국한되는 것이 아니라 대대로 이어지며 생명력을 이어간다는 메세지를 전한다.
클레어 투미는 2016년 윌리엄 모리스 갤러리에서 있었던 <현재와 과거의 시간 Time Present and Time Past>전에서 19세기 영국 아트 크래프트 운동을 이끈 윌리엄 모리스와 그의 스튜디오에서 일했던 이들의 ‘기술’도 과거 속으로 사라진 것이 아니라 현재에 살아있음을 보여주었다. 그는 갤러리를 70일간 윌리엄 모리스 아트 스튜디오 공간으로 만들었다. 관람객들은 견습생이 된 듯 세라믹 타일에 색을 입혔다. 관람객이 타일에 색을 입히는 행위가 과거 기술을 현재로 이어주는 상징성을 확실히 갖게 되는 것이다. “과거는 사라지지 않고 우리의 삶과 함께 있다.”는 윌리엄 모리스의 말처럼 클레어 투미도 이 전시를 통해 현재에 지속되는 ‘공예’와 ‘기술’이 지닌 존재감을 관람객들에게 무겁지 않게 그리고 생생하게 전달하고자 했다.
그는 큐레이터와 설치장소에 관해 논의한 후 박물관 역사와 컬렉션 및 해당 박물관을 찾는 관람객들에 대해 조사한다. 그리고 박물관에서 한 번도 언급된 적이 없는 무언가를 작품으로 풀어내기 위해 고심한다. 그는 현재에 당연하게 여겨지는 것들에 대해서 새롭게 환기시켜보는 것, 그리고 우리가 역사를 바라보는 관점에 대해서 자신의 작품을 통해 이전과는 다른 시선으로 질문을 던져보게끔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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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 사이트에는 일부 내용이 생략되었습니다. 자세한 내용은 월간도예 2021년 3월호를 참조바랍니다. 정기구독하시면 지난호보기에서 PDF를 다운로드 하실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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