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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21.03월호 | 작가 리뷰 ]

젊은작가 우시형
  • 편집부
  • 등록 2021-04-02 09:33:06
  • 수정 2021-07-29 10:25: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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젊은작가

 

월간도예가 주목하는 도예가
흙, 불, 나무 그리고 예민함으로 빚는 기물
도예가 우시형

글.박진영객원에디터 사진.편집부

지난 해 공예트렌드페어 창작공방관에서 우시형 작가의 부스가 유독 발길을 붙잡았다. 눈높이에 설치한 작은 선반에 한 점씩 올린 그의 기물은 단단하고 옹골차 보였다. 작가는 충북 음성에서 장작가마로 무유 번조를 한다고 했다. 마침 ‘2021년, 월간도예가 주목하는 도예가 11인’에 선정된 작가를 만나러 음성 작업실을 찾았다.

 

우시형 작가는 대학교에서 도예를 전공할 때부터 장작가마 무유 번조를 좋아했다. 학교를 졸업하고 떠난 호주에서 워킹홀리데이를 하면서도 장작가마로 작업하는 도예가들을 찾아다녔다. 그곳에서 가마에 불 때 주며 개인 작업을 이어갔고 그러면서 무유 번조에 더 푹 빠져들었다. 연고가 전혀 없는 충북 음성에 작업장을 마련하고 자리잡은 이유도 장작가마를 때기 위해서이다. “장작가마에 불을 6일 정도 때는데 하루에 4시간 정도밖에 못 자니까 막판에는 몸이 너무 피곤해요. 약간 환각 상태처럼 몽롱해지는데 그런 느낌이 좋아요. 밖에 있는 가마를 지키다 보면 작업하면서 잘 보지 못하는 풍경도 감상할 수 있고요. 사실 도자기를 만드는 것보다 불 때는 과정을 더 즐겨요.” 불을 때는 6일간 가마 안에서 나뭇재가 날리다가 기물에 내려앉아 녹으면서 정말 다채롭고 신비로운 색감을 만들어낸다. “무유의 매력은 유약으로는 낼 수 없는 화려한 색감에 있어요. 붉은색, 보라색, 푸른색 등 온갖 색이 다 나오죠. 저는 특히 불을 오래 때서 재가 아주 풍부하게 흘러내리는 스타일을 좋아합니다.”
무유 작업의 핵심이라고 할 수 있는 장작가마는 물론 작가가 직접 지었다. 호주의 도예 작업장에서 몸으로 익힌 여러 가마들의 장점을 혼합해 자신의 작업에 가장 잘 맞는 형태와 구조로 만들었다. “맨앞 칸은 통가마로 크고 두 번째 칸은 아주 작아요. 맨앞 칸은 무유 번조하기에 제일 좋고, 불이 훑고 지나가는 두 번째 칸에서는 불의 흔적과 색감을 화려하게 낼 수 있어요. 세 번째, 네 번째 칸은 그릇을 굽기에 알맞아요.” 큰 가마와 함께 전기가마를 개조한 작은 장작가마도 사용한다. 작은 가마는 20시간 정도 때는데 소다를 많이 넣어 보다 화려한 색감을 낸다.
“무유 작업을 할 때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는 것은 흙을 조합하는 일이에요. 작업에서 흙으로 형태를 만드는 것까지 작가의 몫이고 그 다음은 불이 하는 일인데 불이 만들어내는 색감은 흙의 조합에 따라 달라지거든요. 시중에서 판매하는 흙으로 낼 수 있는 색은 한정돼 있어요. 좀더 다채로운 색감과 질감을 내기 위해 흙을 직접 조합해 사용하고 있습니다. 흙의 조합은 매번 다르게 해요. 조금이라도 다르게 섞어가며 어떤 흙이 불에 강한지, 재를 잘 받는지 혹은 뱉는지 계속 연구하고 있습니다.” 음성에 가마를 짓고 작업한 지 10년이 되었다. 작가는 이제까지 쌓은 데이터를 바탕으로 여기 작업장의 가마에서 만큼은 요변을 80% 정도 의도대로 만들어낼 수 있다고 한다.

“어떤작업도자유롭게하고싶어요”
작가는 주로 차 도구를 만든다. 처음에는 그릇을 만들었는데, 작가의 작업 속도와 맞지 않았다. 보통 그릇은 판매처를 정해 놓고 한 달 간격으로 새로 구워 보내야 한다. 그런데 작가는 장작가마에 불 때는 준비부터 마무리까지 한 달을 할애해야 하니 지속하기가 힘들었다. “차 도구는 제 작업 속도에 맞춰 만들어 직접 판매까지 하고 있어요. 요즘에는 다인茶人들이 모이는 인터넷 카페에 도예가가 직접 자신의 차 도구를 올려 판매할 수 있거든요. 이런 카페에서 활동하다 보면 트렌드도 빨리 알아낼수 있어요. 최근에는 젊은 사람들이 점점 더 많이 차를 마시고 있어요. 모여서 차를 마시기 어려우니 혼자 즐기는 사람도 많고요. 그래서 다관이 점점 작아지고 있어요. 제 작업에 트렌드를 바로 반영하는 건 아니지만 작업하는 데 도움이 되죠.”
차 도구는 도자 중에서도 특히 까다로운 작업이고 다인 중에는 차 도구에 깐깐한 기준과 규칙을 적용하는 사람들이 많다. “그릇은 똑같은 걸 여러 개 만들어야 하는 반면 차 도구는 하나하나 다 달라도 되니까 만드는 재미가 더 커요. 그런데 기능적으로 점점 더 완벽하게 만들어야 한다는 강박이 생기니까 어느 순간 즐겁지 않더라고요. 어떤 작업도 자유롭게 하고 싶어요. 물레를 차다 보면 원에서 벗어날 수 없는데 그 안에서도 자유롭게 하려고 해요. 큰 기器를 만들 때에도 물레로 찬 형태에 코일링을 덧붙이는 식으로 변형하죠.” 다반을 만드는 이유도 같은 맥락이다. 작가는 작업장 근처 자연에서 주운 판판한 돌에 맞게 흙가래를 쌓고 손으로 핀칭해 나지막한 들판 같기도 하고 호수 같기도 한 자연스런 형태의 다반을 만든다. 작가는 지난 공예트렌드페어에서 차 도구와 함께 새로운 작업의 모델링을 선보였다. 쓰임을 염두에 둔 기존의 기器 작업과 달리 무용한 오브제였다. “3년 전에 어머니가 돌아가셨어요. 유골함을 직접 만들었는데, 저에게 너무나 큰 존재였던 어머니를 그 작은 항아리에 모시면서 많은 생각이 들었습니다. 이 일을 계기로 에너지의 순환에 대해 이야기하고 싶었어요.” 작가는 이미 완성한 찻잔 다섯 개를 깨뜨려 작은 조각으로 만든 다음 뭉쳐서 다시 잔 형태로 만들어 구웠다. 작은 도자 파편들의 형태가 거칠게 드러나고 그 결합 부위가 갈라진 오브제는 다섯 개의 찻잔이 품었던 에너지를 응축해 강하게 내뿜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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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 사이트에는 일부 내용이 생략되었습니다. 자세한 내용은 월간도예 2021년 3월호를 참조바랍니다. 정기구독하시면 지난호보기에서 PDF를 다운로드 하실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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