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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21.03월호 | 전시토픽 ]

<필·소·굳>전
  • 편집부
  • 등록 2021-04-02 09:27:36
  • 수정 2021-04-14 09:20: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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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시토픽

 

범유행 시대에 공존과 상생을 말하다
<필·소·굳>전

글.이소현미술사·예술학 연구원 사진.편집부

 

2021.1.8~6.30
스페이스신선

서울 용산구 이태원로256
T.02.793.7400 H.www.spaceshinseon.org

참여작가
강경연, 김덕희, 김순식, 김재규, 박준상, 서상희, 유충식, 이재준, 주후식, 알투로 디 오티카, 정기호

일렁이는 물결과 같은 외관을 자랑하는 ‘스페이스 신선’은 휴대폰 광고 촬영 장소로도 유명하다. 예술과 나눔을 지향하는 이 공간은 외식 전문 기업인 (주)쿠드의 대표 브랜드 ‘신선 설농탕’ 본사에 위치해 있다. 수천 개의 큐브 블록에 의해 다채로운 분위기를 자아내는 외관과 우주로 이어지는 듯 여겨지는 나선형 계단을 중심으로 설계된 내부는 우리 전통의 계승과 현대화를 꾀하여 한국음식의 세계화를 지향하는 기업의 목표와 닮아 있다.

 

스페이스 신선은 민속학, 인류학, 사회학적으로 의미가 깊은 ‘띠’를 중심으로 해마다 전시를 기획한다. 올해도 신축년辛丑年을 맞이하여 ‘소’를 주제로 첫 단추를 꿰었다. 본 전시는 우직하고 강건한 소의 이미지, 인간을 위한 소의 희생과 물질관계, 소의 습성과 인간 사회의 유사성, 소에 관한 서양의 신화 등 ‘소’에 대한 다양한 해석을 담은 작품들을 선보인다.

전시는 크게 2개로 구분된다. 1부 전시는 ‘소’에 대한 주제로 본 전시를 위해 9명의 도예가들이 새롭게 작업한 작품을 선보인다. 2부는 여러 매체에서 한 번쯤은 보았을 알투로 디 모티카 Arturo Di Modica의 「돌진하는 황소Charging Bull」1989와 동양의 피카소로 불리었으나 한국 미술계에서 연구가 미진했던 정기호 작가의 판화를 감상할 수 있다.

총 9명의 한국작가가 참여한 1부 전시의 주된 분야는 도자이다. 실용적 측면을 강조한 도자기가 아닌 도조(도자 조각)가 전시의 중심이다. 바이러스의 범지구적 유행에 따른 경제적인 위축은 곧바로 미술시장에 반영이 된다. 어려운 시기에 예술품은 사치품으로 간주되기 쉽다. 그나마 관심을 받는 대상은 활용적인 측면에 가치를 둔 것들이 대부분이다. 공예의 경우, 이 같은 가치 전환이 빠르게 반영되는 분야라 볼 수 있다. 때문에 오늘날 도조를 중심으로 전시를 기획한다는 것은 과감한 전략이 아닐 수 없다. 그렇기에 <필·소·굳>전은 작품을 선보일 자리가 줄어든 작가들에게 좋은 기회가 될 수 있으며 많은 상처를 안고 살아가는 작금의 우리에게는 상생과 공존 그리고 희생이라는 단어에 대해 새롭게 사고할 수 있는 계기가 될 것이다.

전시를 기획한 김재규 작가는 역사적으로 다양한 의미를 품어왔던 ‘소’를 주제로 대상이 지닌 이미지를 다채롭게 드러내는 데 주력했다고 한다. 그 결과 한국적인 정서나 전통적인 의미뿐 아니라 물질 자체로써의 ‘소’, 인간 혹은 신화적 존재를 은유하는 ‘소’와 같이 다양한 시각에서 탄생한 작품이 역동적인 공간에서 공명하며 미적 서사를 전개하게 되었다.

지하 1층에 전시된 강경연과 김덕희 작가의 작품은 ‘소’에 드리워진 ‘희생’에 대해 논의하면서도 동시에 인간의 욕망을 말한다. 강경연은 한국 사회에서 여성에게 강요되는 많은 시선이 과거 농경사회에서부터 지속되는 헌신과 반복적 노동을 비롯하여 다산이 곧 물질적 풍요로 이어지는 ‘소’의 일생과 여성의 삶이 닿아 있음을 상기시킨다. 김덕희는 죽음에 따른 소의 가죽은 값비싼 가방으로 환기되며, 이는 다시 인간의 물질적 욕망으로 이어지는 순환구조를 날카롭게 지적한다. ‘소’의 죽음과 인간의 욕구 충족을 엮어내는 이 작품들은 설농탕과 관련된 전시 공간의 특성으로 인해 역설적인 분위기를 형성한다. 예술이 현실을 찌르고 작동하는 방식이 바로 이러한 지점이 아니겠는가?

‘소’에 얽힌 생명 존중 및 희생과 관련해서는 주후식, 박준상 작가의 작품으로 이어진다. 특히 박준상은 동물과 기계적 작동방식을 융합하여 노동과 반복에 따른 변증법적인 결과물과 그것이 우리 사회에 기여하는 방식에 대해 논한다.

김재규 작가는 이 전시를 기획하며 시대성을 잃지 않으려 노력한 듯 보인다. 코로나 19에 따른 대 혼돈이 초래한 인간의 고통과 희망을 오롯이 전시에 담았다. 무리를 형성하고 사회적 관계망 속에서 삶을 영유하는 인간은 오늘날 감염병으로 인해 서로 일정 거리를 유지해야 한다. 오늘날의 우리는 그동안의 습성을 버리고 육체적, 정신적으로 폐쇄된 상태에서 그리움과 우울함 그리고 불안을 벗 삼아 살아간다. 기획자인 김재규를 비롯하여 유충식, 서상희, 김순식은 이 같은 변화된 시대의 인간과 사회관계를 ‘소’에 빗대어 말한다.

강렬한 붉은색으로 소의 형상을 한 김재규의 의자는 사태를 해결해줄 현자를 기다리듯 우직하게 서있다. 유충식과 서상희는 신화를 바탕으로 인간의 죄와 비극, 울타리와 행복에 대해 말한다. 김순식은 고대 동굴 벽화와 같은 형태로 기존의 작품과 달리 매우 묵직한 색과 흙의 질감의 살려 깨달음과 같은 존재론의 본질적인 질문을 던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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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 사이트에는 일부 내용이 생략되었습니다. 자세한 내용은 월간도예 2021년 3월호를 참조바랍니다. 정기구독하시면 지난호보기에서 PDF를 다운로드 하실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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