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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승민 에이라운지 대표의 추천도서
꿈은 어떤 옷을 갈아입으며 다가오는지 모른다
『직업으로서의 음악가-어느 싱어송라이터의 1년』
코로나19가 존재하지 않던 2019년에 작은 공연을 진행한 적이 있다. <미술해설 콘서트>라는 미술과 음악 을 접목한 공연이었는데, 나름 반응이 좋아 전국의 곳곳을 다니며 공연을 했다.
미술인, 특히 기획자는 늘 주인공인 작품의 뒷전에 서있는 게 익숙하지만 음악인은 스스로가 주인공이다 보 니 늘 무대에서 주목을 받는 게 일상이다. 같이 공연을 진행하던 성악가, 피아니스트 들과는 달리 한 해 동안 20회 가까운 공연을 했지만 난 매번 무대에 서기 전 손에 땀을 쥐고 두근거리는 가슴을 쓸어내렸더랬다. 공연 시작 전 객석에 앉은 관객들을 보면서 느낀 아찔한 감정과 반면에 여유 있게 리허설을 하는 연주자, 성 악가들을 보면서 ‘음악가들의 배포는 다르구나’를 경험하며 좌절했던 기억이 선명하다. 다시는 어울리지 않 는 옷을 입지말자 되뇌었던 시간들. 대기실이란 곳에 앉아서 음악가들을 보고 있노라면 무언가 다른 세상 사람들 같다. 주변의 일상이야기를 나 다가도 무대에 올라가는 순간 방금 나와 이야기를 나누었던 사람인가 싶게 현란한 연주와 노래를 불러대 는데, 그 ‘끼’는 가히 상상이상이다. 그래서인지 음악가들을 떠올리면 무언가 환상과 아우라가 있다. 우연한 기회에 글쓰는 일로 알게 된 가수 김목인 씨는 노래도 노래이지만 글이 매력이 넘친다. 그의 『직업으로서의 음악가』란 책은 제목처럼 음악가인 자신의 직업을 설명하는 글이다. 음악가는 어떻게 음악을 만드는지, 그의 하루하루, 그렇게 채워진 일년의 시간들을 아주 내밀하면서도 또 담담하게 썼다. 정보가 무궁무진 하면서도 딱딱하지 않고 김목인 씨의 말투처럼 아주 조용하고 나긋하다.
누군가의 직업을 들여다보는 건 언제나 흥미로운데, 특히 자신의 직업을 말할 때 이렇게 자조적인 듯 덤덤한 문체는 음악가라는 직업에 대한 호기심을 더욱 자극한다. 공감가는 대목이 정말 많았지만 그 중 가장 좋았던 부분은 꿈이란 게 어떤 옷을 갈아입으며 다가오는지를 모른다는 것, 그래서 결국 중요한 것은 계속 옷을 갈아입는 꿈이 뭔지를 자신이 알아보는 것, 자신이 영화를 좋아하는 줄 알고 단편영화를 만들겠다고 돌아다녔던 시간들이 결국은 음악으로 가는 길이었다는 걸 나중에야 알게 되었다는 얘기다.
코로나19 때문일까. 한 해 동안 한번도 영화관에, 콘서트장에 가지 못하니 무언가 박수소리도 그립고, 눈이 부신 조명 빛도 그립다. 어울리지 않는 옷이라 되뇌었던 시간도 어쩌면 계속 옷을 갈아입으며 좋은 갤러리스 트로 가는 길일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이 든다.
김목인 지음 | 열린책들 | 13,000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