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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21.01월호 | 뉴스단신 ]

임세원「백자내산수자철이중투각호」
  • 편집부
  • 등록 2021-01-29 11:57: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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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때, 그 기사

월간도예1999년 7월호[도예계 포커스]
임세원「백자내산수자철이중투각호」
글. 김태완
(재)한국공예·디자인문화진흥원 본부장, 전 월간도예 편집장

흙으로 빚어진 매끈한 표면 위에 칼로 새겨진 무늬들이 입체적인 아름다움을 드러낸다. 투각透刻은 흙의 한계를 다스리는 도자기법 중 대단히 세밀하고 정교한 기술이다. 날선 칼의 기교로 표현되는 투각 기술은 단 한 번의 실수로 다루는 이의 노고를 허사로 만들기도 한다. 특히 성질이 가장 예민한 백자투각은 다른 재료의 흙 작업에 비해 녹록치 않은 공력과 숙련도를 필요로 한다.
1999년 7월호 [도예계 포커스]에 소개된 도예가 임세원 씨의 「백자내산수자철이중투각호」는 기존의 이중투각기법과는 다른 방식의 작품으로 주목을 받았다. 이중벽 안쪽에 산수문과 호랑이문 등이 양각 채색된 작품으로 양각한 항아리에 채색을 한 후 그 위에 외벽을 접합하고 다시 투각하는 까다로운 과정을 거쳐서 완성된다. 안쪽벽에 그림을 그리고 바깥벽을 붙여서 투각하는 기법은 건조, 소성하는 과정에서 5점 중 1점만이 살 아남을 정도로 성공률이 매우 낮다. 특히 투각 기법 자체가 오랜 시간을 필요로 하는 작 업이라는 점에서 작가의 모진 끈기가 요구되기도 한다.


1999년 당시는 모 대기업의 명예회장이 소 떼 1,001마리를 이끌고 방북해 ‘금강산 남북 공동개발 의정서’를 체결하는 등 남북간 교류가 가속화되는 시기였다. 도예가 임세원은 실향민이다. 당시 남한의 관광객을 실은 ‘금강호’가 북한을 왕래하고 있었지만, 그는 불과 얼마 전까지도 고향이 그리울때면 가끔씩 파주 임진각을 찾아 먼발치에서 고향땅을 바라볼 수 밖에 없었다.
고향에 대한 그리운 심경을 담은 작품 「백자내산수자철이중투각호」를 가만히 살펴보자. 기물 안쪽 벽에는 백두산이 그려져 있고 바깥벽은 철조망 모양의 투각으로 표현돼 있다. 또 다른 작품 「백자내쌍호외죽설문이중투각호」에는 투각된 대나무숲 사이를 어슬렁거리는 듯한 호랑이의 모습이 담겨져 있다. 모두 세밀한 필치와 정교한 투각 기술 이 상당히 높은 수작으로 꼽히는 작품들이다.
20여 년 전 등장한 작품이지만 한 도예가의 삶 속 애환과 염원이 담겨 흙으로 빚고 칼로 완성된 의미 있는 우리 전통도자의 미학을 다시 만날 수 있는 기회가 되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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